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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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ㆍ정치ㆍ경제ㆍ글쓰기ㆍ여행 등 인문학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 유시민이 과학을 소재로 쓴 첫 책이다. 유시민에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과학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새롭게 해석”했다.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ㆍ통섭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과학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로 배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과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온전한 공부를 하기 위해 인문학과 함께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회한의 감정을 실어 말한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 인문학이 맞닥뜨린 위기와 한계를 뚫고 나아가려면 과학의 성취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나를 알아!’ 흔히 하는 착각이다. 나도 한때는 착각했다. 나는 조용히 방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 내게 잘해주는 사람도 좋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더 좋다. 부자한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시민을 돕는 데 찬성한다.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하다면 전기요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고 배달 음식 주문을 삼간다. 외모를 꾸미는 데 돈 쓰기를 주저한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 지옥과 천국, 윤회, 육체와 분리된 영혼, 구원, 영생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지성을 뽐내는 사람은 부러워하지만 돈과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은 경멸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러면 나를 아는 것인가? p45~46

다시 강조한다.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 못하겠다.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기엔 흉하고 절멸하기에는 아깝다. 그 운명이 어찌 될지 나는 알지 못하고 책임 질 수도 없다. 단지 나 자신의 삶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p100~101

과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지 짚어 보았다. 인문학의 가치와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누차 말했지만 과학에는 옳은 견해와 틀린 견해, 옳은지 틀린지 아직 모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문학 이론은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게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다.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락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한다. 292

퇴원선물로 받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내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의 책들

인문학, 심리학, 에세이, 그림 그리고 하루키...

편식하듯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을 바꿔 보고 싶었던 차에 읽게된 책이어서

친하지 못한 과학이야기의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책이었음에도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는 담쌓고 다른 세상일에 빠져 지내면서도

할아버지와 엄마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나마 놓지 않고 있던 수학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이과반을 선택했다.

해마다 열개반중 두개반은 되었었다는데 내가 2학년으로 진급하던해엔 달랑 한 반!

반등수가 전교등수인 상태에서 받아든 첫 성적표는 자포자기 깊은 나락으로 날 떨어뜨렸던 것 같다. ㅠ.ㅠ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물리학이 알려준다고???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등을 공부했는데

책에도 실린 주기율표와 운동법칙 등을 열심히 외웠던 기억외엔

모든게 희미하다.

그런 내가,

'코스모스', '원더풀 사이언스', '엔드 오브 타임' ,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원자폭탄 만들기', 등

저자가 언급한 책들을 어느 것 하나 읽은게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교양서가 아니다. 나는 중요한 과학의 사실과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내가 흥미롭게 본 사실, 내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내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나름의 해석을 얹었을 뿐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라 하면 될 듯 하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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