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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평점 :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의 미술 에세이. 삶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쉼과 위로를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 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갈 힘을 주는 존재가 그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똑같은 런던 길을 걸어도 누군가는 그것을 소설로 또는 그림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로 여기고 지겨워한다.
예술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권태와 지루함을 공기처럼 먹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D 같은 존재다. 햇빛을 보지 못한 날엔 해를 담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진짜 길을 산책하게 되면 방에서 보았던 그림을 떠올린다. 풍경 속의 밖, 바깥 속의 풍경에 현재를 심는다. p114
호퍼, 조지아 오키프, 피에르 보나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를 만나고 나오면 시카고의 상징인 밀레니엄 공원과 지은지 100년이 넘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텔리젠시아 카페만 5개가 넘었다. 이 예술여행은 그 후 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남편이 다니던 대학교의 ESL 교실에 나가기 시작했고, 만나지 않고 살던 한국 사람들을 만났고,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주 시카고에 가게 되었다. 하나의 그림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미지의 것을 아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 빠질 정도로 큰 미시간 호수는 파도도 치기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호수가 바다도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라고 늘 집에 있으란 법은 없었다. p145~147
모두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격자무늬에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이가 되려면 더 많이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이 미끄러져 봐야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완벽히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간 추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단색화의 대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에서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정상화 작가처럼…. 문장을 뜯어내고 메우고, 들어내고 메우면서, 해도 해도 다시 나타나는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완벽하지 않은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p270
"오늘은
이 그림에서 쉬었다 가자"
그림 앞에서는 말이 필요없고,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온전히 젖어 있을 수 있으니까.
결국 이렇게 잘 보냈지만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위해
구입한 책
'나의 다정한 그림들'
추석연휴를 앞두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바빠서 얼굴 자주 볼 수 없는 백년손님 사위와 큰딸이 모처럼 집에 온다는데
말은 밖에서 먹자고 했지만 맘이 편하질 않았다.
늘 그렇듯 김씨가 사위 영양보충 시킨다고 한우를 사왔고
난 갈비찜과 전을 부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모처럼 엄마밥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니
몸은 좀 힘들었지만 집에서 먹길 잘 한 걸로...
이 글에서는 뭉크의 절박한 '절규'가 아닌 그가 남긴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주일 치의 분노를 월요일 오전에 다 풀었더니 <양귀비를 든 여인>과 같은 그림이 눈에 띈다. 뭉크도 이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바닷가 풍경이나 정원 그림을 보면 뭉크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거친 아우트라인도 고통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생의 찬미를 위해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평생 사랑에 실패했던 뭉크인지라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연인일 것이다. 양귀비와 백합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서의 하루. 정원에서만큼은 그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44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이 그림 '양귀비를 든 여인'이다.
뭉크전에서 초창기 작품들이 '절규'를 통해 알고 있던 뭉크스타일의 그림이 아니어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느끼던 우울이나 불안을 느낄 수 없다.
아무래도 밝은 색채 때문인듯 한데 작가의 말처럼 '뭉크도 이런 작품이 있었네' 했었던...
슬렁슬렁 오늘의 그림을 고르다가, 첫 문장의 막막함처럼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빌헬름 함메르쇠이가 그런 실내 풍경 앞에 섰다. 그동안 함메르쇠이의 회색을 격하게 아낀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글에는 초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그린 수많은 집 안 풍경중 이젤이 놓인 그림에는 내가 글로 채워 놓고 싶은 '일상생활의 고요함'이 가득 들어 있다. 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내나 여자들의 뒷모습을 그렸던 그는, 이 그리멩선 자신의 동반자인 이젤을 왼편에 두었다. 자화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를 잘 표현하고 있는 그림이다. p250
꼬맹이를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아는듯 막내동생이 언니들을 초대해 주어서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동생들과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은 김씨와 미술관 나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 작품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흰 의자에 앉은 이다가 있는 실내 풍경'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뒷모습의 작품인데다가
혼자 거실에서 느끼는 평화로움과 안정이 감사한 마음이 들게하는...
저자의 전작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도 좋았는데 이번 신작도 참 좋네...
가까이에 두고
잘 보고 읽을 다정한 그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