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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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란 낯선 곳으로의 영원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보고자 노력하는 행위의 반복은 다양한 고민과 실망, 삶의 이면에 나타나는 행복까지 누려볼 수 있는, 오로지 생각하는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이자 사치일 것이다. 현재의 불만이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만들지 않더라도, ‘삶’이라고 하는 어려운 철학적 문제를 쉼 없이 이어가는 한, 우리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있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느껴지는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

  경험하지 못하는 미래의 어느 지점을 찾아 떠나는 여행,「새로운 인생」은 신비롭고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 찬 순수 문학적인 매력이 가득 찬 소설이다. 세계인을 감동시킨 작가 ‘오르한 파묵’의 진정한 파워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어렵게 쓰면 다 노벨 문학상 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역시 이 소설에서도 일맥상통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현대 소설에 영향을 준 고전 소설의 느낌을 자아내는 유일한 작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문학적 성취의 전정한 파워는, 고전의 부활을 꿈꾸게 만드는 몇 안 되는 현대 작가이기 때문이다.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문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거머쥔 ‘오르한 파묵’의 1994년 작품 「새로운 인생」은 섬세한 그의 고전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경계를 가를 수 있는 신념에 매우 유사하게 접근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된 인간의 허황된 망상과 사랑의 발단, 신비로운 곳으로의 여행이 이어지는 복잡한 구도 속에서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터키의 모습이 아주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들의 이미지는 전적으로 배제한 채, 창 밖의 풍경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오스만’이 생각하는 모든 감정의 실타래만을 거미줄처럼 난해하게 연결하고 있다. 그야말로 작가의 깊은 호흡과 독자의 상상력이 같은 위치로 움직이는 것이다.  

  책 한 권에서 비롯되는 모든 세계의 시작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만드는 첫 발단이 되어, 이 책의 중심이라고 인식되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오스만이 사랑이라고 믿는 여자 ‘자난’와, 그녀가 절실히 사랑하는 애인 ‘메흐메트’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건들의 문제가 잠시도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만들었다. 책 한권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의 복잡한 공황상태를 작가 자신이 가장 정확하고 예리하게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소설의 느낌이 강했다. 작가는 ‘책을 통한 새로운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견해를 지닌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 책을 통한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정의를 바탕으로 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상처럼 그려지는 다른 세상의 존재 여부가 더욱 확실해졌을 것이다.

  한 권의 소설에 담을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 한 듯 하다. 소재의 다양성이 작품의 질을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새로운 세상」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의 근원과 해박한 서사의 관계들 속에서 특색 있는 작가와의 진솔하게 대화를 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책 속에서 영원한 믿음을 얻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책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영원성은 문자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고, 오스만처럼 한 권으로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나은 미래를 설계해 나갈 것이다. 반면 한 권의 책의 위험성과 영향력에 지배된 사람들에게는, 시비의 눈을 가린 채 불분명한 판단을 유도하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의도처럼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 되어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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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2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저는 억울하게도 품절된 뒤에 어렵게 구했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어요 ㅜ.ㅜ

mind0735 2007-01-2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읽기 힘들 책이에요. ㅠ_ㅠ;; 어렵고도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