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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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삶의 변곡점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책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읽었던 <아름다운 유혹의 시절; http://blog.joins.com/yang412/12832807>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독일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무렵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의과대학에 갓 입학한 저로서는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미국 로드 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 있는 아테나이움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회원 10명이 각자 선정한 인생 최고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줄기를 이룹니다. 12월의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모여 정해진 주제에 따라서 다음해 읽을 책들을 고르고, 순서대로 매달 한권씩 책을 읽고 모여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 모임입니다. 8월은 휴가철이라서 건너뛴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에이바교수입니다. 그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가정사가 이 책의 숨겨진 줄기입니다. 그리고 보니 두 개의 줄기가 꼬여있는 이중나선 구조입니다. (갑자기 DNA의 구조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그녀의 남편이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면서 떠난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그녀를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는 친구 케이트가 북클럽으로 인도하면서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책읽기와 북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치유의 길로 이끌어나갑니다.


책읽기의 치료효과에 관해서는 니나 게오르게의 <종이약국; http://blog.joins.com/yang412/13794961>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는 1916년 사무엘 맥코드 크로더스(Samuel AcChord Crothers)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1966년 “정신의학 분야에서 치료적인 보조수단으로서 선정된 독서 자료를 이용하는 것, 개인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책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독서치료를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들을 보면,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 년 동안의 고독>, <앵무새 죽이기>,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5도살장>,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등 10권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와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국내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책 같습니다. 그리고 <앵무새 죽이기>와 <제5도살장>은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입니다. 다음 주에는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에서 책읽는 모임을 하나 만들어볼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체적 활동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에 <내 인생 최고의 책>은 그야말로 책읽는 모임을 위한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북클럽에서는 단순하게 책에 나오는 내용만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열 명의 회원들이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것도 토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저의 책읽기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 에이바에게는 남편이 떠난 것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삶을 사는 딸 메기가 일으키는 사건이 현재진행형의 심리적 타격이라고 한다면, 어렸을 때, 여동생과 어머니가 잇달아 죽는 사건이 마음 깊이 새겨진 심리적 응어리입니다. 1년에 걸친 책읽기를 통하여 에이바를 둘러싼 오랜 비밀과 현재진행형인 심리적 충격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일종의 탐정놀음처럼 흥미롭게 펼쳐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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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울림 - 느린듯 앞서는 거북이의
노병두 지음 / 지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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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나 구성원들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영향력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은 현장중심이기 때문에 조금만 벗어나도 잘 알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느린 듯 앞서는 거북이의 새벽울림>은 광동제약 노병두 전무이사의 조직관리 철학을 담고 있어 조직관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제약의 영업현장을 누비면서 쌓은 경험과 조직관리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잘 녹이고 있습니다. 저자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치열한 영업현장 속에서 직접 발로 뛰고, 몸을 부딪치며 얻어낸 영업 철학의 비밀은 ‘A.C.T.I.O.N.’으로 요약된다고 했습니다.


‘A.C.T.I.O.N.’의 ‘A’(Attitude)는 ‘태도’, ‘C’(C-Cycle-Challenge, Change, Choice)는 ’도전, 변화, 선택의 완성‘, ‘T’(Try)는 ’실행‘, ’I‘(Innovation)는 ’혁신‘, ’O‘(Open mind)는 ’열린 마음‘, ’N‘(Never ever give up)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의 두문자를 조합한 것입니다. 이렇듯 핵심이 되는 내용은 책머리에서 설명을 해두었더라면 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히 책의 얼개가 ‘A.C.T.I.O.N.’의 순서로 되어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나아가 현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영업이기 때문에 실천적 행동강령을 다섯 가지 제안합니다. 1. 주1회 방문으로 거래처와의 관계를 신뢰로 구축하는 것, 2. 차별화된 영업활동 진행, 3. 거래처 재고관리 선행 영업 진행, 4. Gold-zone 활동 강화, 5. 3 New(신규투입제품, 신제품, 신규활동) 강화로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입니다(151쪽).


저자는 특히 회사의 그룹웨어,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최근에 나온 밴드를 활용하여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독려해왔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방법론에서는 끊임없이 진화해온 셈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하여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내용은 영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직접적인 내용도 있습니다만, 때로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귀감이 될 만한 조언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생에는 3가지가 없다는 것도 있습니다. 1.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2.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3.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등입니다(101쪽). 듣고 보니 사실이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하면, 인생의 정의도 있습니다.(90쪽) ‘인생은 B에서 시작해서 D로 끝난다’고 하는데, B는 태어남(Birth)이고 D는 죽음(Death)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있는 C는 바로 선택(Choice)라는 것입니다. ‘즉 인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선택하는대로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출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삶은 온통 선택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강한 애정을 엿보는 대목도 있습니다. “자기가 꿈꾼 직장이 아니었어도 자기가 꿈꾸는 직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37쪽)”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제가 조직관리의 현장에 있을 적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쁜 마음으로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말하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로는 ‘부서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만, 구성원들이 하나로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업현장과 관련된 내용은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현장감 있게 느껴질 것이지만, 다른 분야의 종사하는 분들 역시 이를 자신의 분야에 접목키셔 생각해보면 얻을 것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딱히나 영업적인 것을 떠나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내용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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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부자되는 재테크 첫걸음
최현진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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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사업을 해본 적이 없으니 평생을 월급을 받아 살아온 셈입니다. 큰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장성해서 제 앞가름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아직은 짝을 지워주지 못한 것이나 노후대책에 자금이 더 들어갈 터이니 아직은 더 일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저와 같은 월급쟁이가 부자소리는 듣지 못해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막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처럼 투기로 한 몫을 챙길 수 있는 시절은 다시 올 것 같지 않으니 역시 고전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월급쟁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재테크 전략을 담은 <월급쟁이 부자되는 재테크 첫걸음>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재테그에 관한 조언을 해온 저자가, 업무에서 얻은 경험을 녹여서 삶과 돈을 연결하는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책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돈 공부 입문>에서는 저자의 말대로 “물질적 풍요만을 쫓는 ‘경제적 자유인’이 아니라 삶의 존재이유를 찾는 ‘소박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고 했습니다. 그 방법론으로는 Want(욕구), Waste(낭비), Wealth(부), 그리고 Work(은퇴)라는 네 개의 W를 키워드로 삼아 평생 돈을 관리하는 5단계 가운데 3개의 단계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1단계는 ‘인생설계’, 제2단계는 ‘생활수준 결정하기’, 제4단계는 ‘주어진 범위 내에서 생활하기’ 등입니다. <월급쟁이 부자되는 재테크 첫걸음>은 제3단계 ‘돈이 쌓이는 프로세스 구축’과 제5단계 ‘내 집을 마련하고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습니다만, 젊어서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투자할 목돈이 없어서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돈을 얻어 투자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정도로 무모하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월급쟁이는 월급에서 해답을 찾아야 했던 것이고, 방법은 절약을 하고 절약을 해서 목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살아보았더니 그렇더란 말씀입니다.


편견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깨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즐겨 시청하는 <복면가왕>은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적어도 편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월급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절대로 편견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월급을 잘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재테크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급 재테크의 비결은 바로 통장 관리부터 연말정산, 보험과 펀드상품 등 재테크 금융상식까지 담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내 집을 마련하고 노후대책까지 가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월급쟁이의 세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취업은 늦어지고 은퇴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예전보다 많이 짧아졌습니다. 거기에 금리마저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쟁이는 여전히 예금이 재테크의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할 것입니다.


읽다보면 월급쟁이로 30년을 넘게 살아온 덕분에 연말정산 등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정보도 있습니다만, 스텔스통장이나 비상금을 운용하는 특별한 방법처럼 처음 알게 된 정보도 적지 않습니다. 즉 월급쟁이를 위하여 특화된 제태크의 비법을 두로 섭렵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비상금은 은행보다는 증권사의 CMA통장을 이용하는 편이 이유 등의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라든가, 소득공제를 고려한 신용카드의 사용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는 아예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라는 조언은 아주 실속있는 것이었습니다.


노후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인데, 특히 이제 월급쟁이로 사회생활을 출발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읽기가 될 것 같아 추천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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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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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살을 부비며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은 듯합니다. 이렇듯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를 실종이라고 하는데, 이웃 일본의 경우는 년간 10만명이 실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거나, 혹은 죽음을 맞아서 가족에게로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황당사건도 있는 모양입니다. 바로 ‘인간증발’이라는 경우입니다. 일시적으로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원히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를 인간증발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온천이 많은 일본에서는 과거를 묻기 위하여 온천을 찾는 도망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흔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증발이라는 은유를 실종사건과 연결하여 인간증발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듯합니다. 일본과 북한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일본인 납치사건의 경우처럼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많은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야반도주하는 경우나,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잠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특히 일본은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내려온 탓에 남에게 실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가족과 지인들이 사회에서 도망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인식과 함께, 일본 사회가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면서도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일본사회이기도 합니다.


<일본증발>은 이렇듯 삶의 현장에서 사라진 일본사람들의 흔적을 뒤쫓는 르포작품입니다. 그런데 증발된 일본사람들을 뒤쫓는 사람들은 흥미롭게도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입니다. 일본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 인간증발의 취재는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았을 터인데, 일본사람도 아닌 프랑스사람들이 취재에 나섰다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어쩌면 숨어버린 사람들이 같은 일본사람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타국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눈을 피해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탓인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사업까지도 등장한 모양입니다. ‘무엇이든 처리’해주는 회사에서는 야반도주하는 사람들의 이삿짐을 날라줄 뿐 아니라 이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 수 있는 곳도 소개하는 모양입니다. 흥미롭게도 그런 장소는 대도시인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이웃과 어울려 살던 옛날과는 달리 이웃에 누가 사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세태가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증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탓인지 실종신고를 내더라도 일본경찰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실종된 가족 때문에 애태우는 남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사업도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탐정인 셈입니다. 수치심 때문에 사라진 사람들의 경우 가출 후 이삼 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빨리 수사에 착수해야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등장하는 사회현상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증발이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두드러졌던 사회현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빚 때문에 야반도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꽤나 오래되었습니다만, 노숙자들 가운데는 실패한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선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간증발의 사례가 적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살다보면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는 굴곡있는 삶을 살기 마련인데, 실패한 사람들도 따듯하게 감싸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겠습니다. 다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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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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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주어진 시간만큼 살다가 죽습니다. 물론 태어나고 죽는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살아가는 것만큼은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존재를 BCD라고도 합니다. 태어나고(Birth) 죽는(Dead) 사이의 삶은 선택(Choice)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삶 역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소들이나 힘에 맡겨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택하는 바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삶을 제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아름다운 삶’까지도 만들어내는 진지한 시도” 즉, 삶의 기술을 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담긴 생각입니다.


인간의 삶에 대하여 사유하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따라서 삶의 기술 역시 철학적으로 사유할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기술’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원제목 ‘Schönes Leben: Einführung in die Lebenskiunst'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삶의 기술철학>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점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책은 <삶의 기술철학>을 따라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작품을 근거로 삼아 ’철학으로의 소풍‘을 시도한다. 다시 말해 삶의 능력을 다시금 가능하게 해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삶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사유공간으로의 소풍을 시도한다.”


모두 20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도입부의 3개의 장을 할애하여 이 책의 기획의도를 담았습니다. 철학으로의 소풍과 삶을 가져다주는 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삶의 기술로의 철학이 주체적 삶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그리고는 습관, 쾌락, 고통, 죽음, 시간, 시도, 격정 혹은 분노, 모순, 부정적 사고, 멜랑콜리, 불안과 평정, 생태적 삶, 가상공간, 건강관리, 쾌활함 등 15가지 삶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도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아름다운 삶’, 즉 행복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삶의 기술의 목적을 마지막으로 다시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만, 삶의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니체 등 앞선 철학자들이 정리한 사유를 인용하여 설명을 전개합니다. 특히 아름다운 삶에 관하여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에 대한 일곱 가지 규정을 인용하여 행복에 대한 나름대로의 숙고를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적어보면, 1. 행복은 선택 가능한 선이다, 2. 행복은 하나의 특수한 행위이다, 3. 행복은 얽힘 가운데의 삶이다, 4. 행복은 세 가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5. 행복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어떤 것이다, 6. 행복은 ‘충만한 삶’이다, 7. 행복은 신적이다, 등입니다.


저자는 삶의 기술은 개인의 부흥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위대한 유토피아 시대에 공동체의 신격화 가운데 파멸의 위기에 몰렸고, 희망이 부재한 시대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갈 것을 강요당한 개인의 르네상스’를 맞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금세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위대한 유토피아 시대는 도래한 적이 있었던 것인가 싶습니다.


삶의 기술의 목적을 설명한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삶의 기술이라는 실존의 미학에 있어서 몇가지 관점을 소개합니다. 자기강화, 실존의 형성, 선택행위, 판단력의 감수성, 그리고 주도적 관점이라고 할 아름다움의 실현 등 다섯 가지입니다. ‘철학적 영혼의 치유사’라는 어려운 개념의 직업을 가진 바 있으며, 철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저자입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철학은 역시 어렵다는 생각을 재확인한 그런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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