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삶의 변곡점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책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읽었던 <아름다운 유혹의 시절; http://blog.joins.com/yang412/12832807>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독일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무렵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의과대학에 갓 입학한 저로서는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미국 로드 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 있는 아테나이움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회원 10명이 각자 선정한 인생 최고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줄기를 이룹니다. 12월의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모여 정해진 주제에 따라서 다음해 읽을 책들을 고르고, 순서대로 매달 한권씩 책을 읽고 모여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 모임입니다. 8월은 휴가철이라서 건너뛴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에이바교수입니다. 그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가정사가 이 책의 숨겨진 줄기입니다. 그리고 보니 두 개의 줄기가 꼬여있는 이중나선 구조입니다. (갑자기 DNA의 구조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그녀의 남편이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면서 떠난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그녀를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는 친구 케이트가 북클럽으로 인도하면서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책읽기와 북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치유의 길로 이끌어나갑니다.


책읽기의 치료효과에 관해서는 니나 게오르게의 <종이약국; http://blog.joins.com/yang412/13794961>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는 1916년 사무엘 맥코드 크로더스(Samuel AcChord Crothers)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1966년 “정신의학 분야에서 치료적인 보조수단으로서 선정된 독서 자료를 이용하는 것, 개인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책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독서치료를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들을 보면,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 년 동안의 고독>, <앵무새 죽이기>,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5도살장>,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등 10권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와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국내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책 같습니다. 그리고 <앵무새 죽이기>와 <제5도살장>은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입니다. 다음 주에는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에서 책읽는 모임을 하나 만들어볼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체적 활동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에 <내 인생 최고의 책>은 그야말로 책읽는 모임을 위한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북클럽에서는 단순하게 책에 나오는 내용만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열 명의 회원들이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것도 토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저의 책읽기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 에이바에게는 남편이 떠난 것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삶을 사는 딸 메기가 일으키는 사건이 현재진행형의 심리적 타격이라고 한다면, 어렸을 때, 여동생과 어머니가 잇달아 죽는 사건이 마음 깊이 새겨진 심리적 응어리입니다. 1년에 걸친 책읽기를 통하여 에이바를 둘러싼 오랜 비밀과 현재진행형인 심리적 충격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일종의 탐정놀음처럼 흥미롭게 펼쳐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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