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 정치론 동서문화사 월드북 78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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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에티카/정치론>은 심강현님의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에서 추천한 철학책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17세기 중반에 활동한 스피노자는 스페인에서 포르투갈을 거쳐 네덜란드로 이주한 유대계의 후손입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대부분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던 터라 유대교의 전통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세계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곳으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스피노자는 유대교는 물론 기독교의 성서연구를 통하여 전례를 비롯한 형식이 신앙의 본질과는 멀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당시 스피노자의 사상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은 그를 무신론자로 보았지만,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범신론자였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에티카><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 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가 원제목입니다. <에티카>를 어떻게 읽어냈는지 기억에 남는 대목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난해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기하학적 질서라고 하는 독특한 서술방식도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몇 가지 정의(定義)와 공리(公理)를 앞세우고 이어서 정리와 그 증명이 이어지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형식에 따라서 그의 철학적 사유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의가 타당한가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란 절대 무한한 존재자이다. 즉 그 하나하나가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히 많은 속성으로 이루어진 실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만, 이와 같은 정의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유사한 내용의 정리11번에서는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면 이 정리가 타당하다는 방식으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체하지 않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면 부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신(), 정신의 본성과 그 기원, 감정의 기원과 그 본성, 인간의 예속 또는 감정의 힘, 지성의 능력 또는 인간의 자유 등에 관하여 논하였습니다.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정신과 감정의 기원과 본성은 현대에 들어 신경과학이나 심리학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노자가 활동하던 16세기에는 여전히 철학적 사유의 대상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리나 증명이라는 것이 철학적 사유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보여 쉽게 공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책읽기에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정치론>에서는 자연권, 국가의 권리, 최고권력 소관사항, 국가의 목적을 논한 다음 군주국가, 귀족국가, 민주국가의 순서로 설명해나갑니다. 국가의 형태를 철학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은 플라톤의 <국가론>을 필두로 철학자들의 공통관심사였던 것 같습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명예체제, 과두체제, 민주체제, 참주체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학자가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피노자의 시대의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다음 국가의 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로 상업 등을 통하여 부를 쌓은 레헨트라고 하는 소수의 도시 귀족들이 지배하는 사회였습니다. 전통 귀족들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대부분 사망하였고, 스페인에 기대고 있던 가톨릭은 독립 이후에 세력을 잃었던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정치론>은 그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미완인 상태로 끝이 났습니다. 따라서 민주국가의 형태에 관한 내용도 4절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이 책에서는 말미에 스피노자가 활동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비롯하여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하고 있어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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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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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여행사에서 일하는 남성이 나리타 공항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일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인천 공항에 가보면 여행사들이 번듯한 사무실도 없이 공항 귀퉁이에 마련된 탁자에서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인솔자가 탑승권을 건네고 인원을 확인해서 수속을 안내하는 정도입니다만, 일본의 여행사는 공항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규모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엔도씨는 상사의 눈밖에 나는 바람에 공항으로 쫓겨난 상황입니다. 그렇게 공항에 근무하는 사람을 아포양이라고 한다는데, 여행업계에서 공항을 APO로 줄여 부르는 데서 온 멸칭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공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공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연들이 적절하게 소개되고, 공항 근무하는 분들의 애환이 잘 그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제선 공항의 환승로를 통하여 밀항을 하는 수법도 소개되는데 조직이 개입하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해치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해외여행을 나갔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여행객을 보호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주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의 처지를 십분 생각하는 일본 회사원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 딸과 함께 홍콩으로 가는 부부는 여권을 챙겨오지 않은 아들을 공항에 남겨두고 비행기를 타는 장면을 읽으면서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 역시 꼭 필요한 것을 집에 두고 공항에 간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남은 아이의 기분을 챙겨주기 위하여 애를 쓰는 엔도씨의 모습에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만나기 시작한 연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감수하면서 말입니다.


자정에 연인과 만나기로 한 엔도씨는 11시반에 나리타 공항에서 벌어지는 유도등 점검작업을 소년에게 보여주기로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일이라서 저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대목을 소개합니다. “하루의 업무를 마친 공항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푸르스름한 스포트라이트가 반짝거리는 가운데 긴 활주로는 어둠의 바닥에 잠겨 있었다. 청초한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그 풍경만으로 나름 사람의 눈길을 끌 만했다. ()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콘서트의 오프닝처럼 눈부신 라이트가 일제히 켜졌다. 주위의 숲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며 활주로가 빛 속에 떠올랐다. () 일직선으로 뻗은 세 줄기 오렌지색 라이트. 그 주변을 둘러싼 녹색, 청색, 보라색 유도등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흩어져 있었다. 그저 아름다웠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위한 장치는 아니었지만 그 아름다움에서 예술성마저 느꼈다. 아니, 이것은 예술이다!(167)”


심야에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나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만, 공항의 밤풍경을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둠이 내려 적막강산 같은 활주로 풍경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엔도씨가 몇 년을 사귄 연인과 헤어지고 새롭게 만나기 시작한 고가씨와 다시 헤어지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여성 특유의 자아찾기 병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는 고가씨가 영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풍조가 확산되는 데 언론이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특별한 일로 주목을 받으면 특별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이 특별한 누군가를 따라가는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아찾기라는 멋진 말로 포장을 하지만 일종의 허세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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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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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매체에 글을 발표해왔습니다. 누리망 매체의 경우라고 해도 최근 것은 검색에서 확인되지만, 오래된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면에 발표된 것은 찾아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최근에 여기저기 발표한 글들을 모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집 <마지막 숨결>1935년부터 1967년 사이에 다양한 잡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살아지고 없는 잡지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기억에 묻혀 잊혀져가는 작품들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만든 작품집인 셈입니다. 여기 실린 일곱 작품들은 다양한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폭풍우가 남태평양 멜라네시아의 섬, ‘마지막 숨결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문지리의 경우는 영국 중심부의 C에 모인 비행사들이 아프리카의 차드에서 가봉, 아비시니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하르툼, 키레나이카 등지에서 벌인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십년 후, 혹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베를린 폭격에 나섰던 프랑스 로렌 비행연대의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냐마 중사는 아프리카 차드, ‘사랑스러운 여인은 중부 베트남, ‘그리스 사람은 그리스의 어느 섬이 무대입니다.


무대는 다양하지만 인격 분열, 도피, 자살 등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작품들을 읽어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마무리에 당황하게 됩니다. ‘폭풍우에서는 예정된 일은 피하려 해도 일어난다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지키려다 오히려 잃고 마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마지막 숨결그리스 사람은 발표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리스 사람들에서는 그리스와 그리스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그 섬에는 그리스 정교 교회가 삼백 개도 넘는다는 대목에서는 산토리니의 해넘이를 떠올렸습니다. “해가 질 때, 이곳의 바다는 짙은 보랏빛이 되었다가 그 후에 선명한 적색으로 변한다. 그 모든 배들은 서로 바짝 다가서서 뱃머리들끼리 가볍게 입을 맞춘다. () 아시아에서 발생한, 보라색 날개를 단 폭풍우가 몰려와 하늘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폭풍우는 하늘에서 길을 잃은 듯한 천둥 번개를 땅애 내리친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양이 빨갛게 농익은 토마토처럼 물컹물컹해지면서 자신의 무게를 주체하지 못해 몸을 질질 끌며 사라진다.(173)” 해무가 살짝 내려 기대했던 해넘이의 장관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제가 본 해넘이 풍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카이크라고 불리는 고기잡이배들이 마치 꿀을 모으는 붉은 나비들처럼 석양 속으로 모여든다.”라는 표현은 그날 해넘이를 보기 위하여 유람선이 모여들던 풍경을 닮았습니다.


이런 대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에게 해와 하늘은 물결과 창공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거대한 혼돈 속에서 서로 뒤섞이는 여과된 빛과 안개의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듯했다. 고전주의가 윤곽의 명학성과 분명함을 이미하는 것이라면, 그건 고전적인 바다였다. 물결들은 거의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고, 그래서 수평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선이 아니라 파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215)”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지중해는 하늘과 바다를 나누는 수평선이 분명치 않았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자신을 살해해달라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는 마지막 숨결에 나오는,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말할 때, 그 여자가 아주 아름답고 지성적이고 완벽했다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과장은 과거를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64)”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앞 문장에는 동의하나 뒷 문장에는 크게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보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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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0
세스 노터봄 지음, 김영중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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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이 네덜란드를 무대로 쓴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네덜란드이나 등장인물이나 이야기의 소품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출신도 등장합니다. 네덜란드가 근대에 해운 유통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것이나 작가가 젊은 시절 여행을 즐겨했던 경험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자인 인니 빈트롭이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10년 간격으로 일어났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서른 살, 2부는 스무 살, 그리고 3부는 마흔 살 때의 이야기입니다. 시기적으로는 1963, 1953년 그리고 1973년입니다.


근현대의 네덜란드는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가 봅니다. 교회는 더 이상 서양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성풍속도 문란했던 것 같습니다. 남녀가 만나 관계를 맺는데 감정적 요소보다는 즉흥적이고, 그런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부에서는 인니 빈트롭의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었고, 2부에서는 그보다 10년 전에 고모를 통하여 아르놀트 타츠를 만나는 과정에서 종교에 대한 신념이 해체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그런가 하면 3부에서는 10년 후에 아르놀트 타츠가 인도네시아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필립 타츠와의 만남을 통하여 일본의 다도와 중국의 노장사상에 대하여 논하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르놀트 타츠와 필립 타츠는 연락을 끊고 살아왔고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특히 일본과 교류가 많았음인지 다도를 비롯하여 다완 등 일본문화에 대하여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과 관련된 사항이라고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말로 몇몇 사람들에 의하여 38선으로 분단되었다거나, 테레즈 고모가 찾아온 시점을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50년대 초라고 적었거나, 테레즈 고모의 집에서 만난 하녀 페트라의 약혼자가 한국에 지원병으로 파견되어 있다거나 하는 단편적인 이야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에 관한 언급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니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은 그의 기억 장치들이 제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거의 지하세계로 가는 데 필요한 손잡이와 발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45)” 저장된 기억도 반복적으로 회상해내지 않거나, 기억을 되살리는 꼬투리가 없는 경우에는 쉽게 사라지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신의 존재 증명에 관한 신부님과의 토론을 읽다보면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아마도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까닭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교리를 파고 들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타츠 부자는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어바지 타츠는 마치 시간의 노예인 것처럼 매우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반면 아들 타츠는 무를 추구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부정하는 자세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식(儀式)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창조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 타츠는 기간이라는 개념의 테두리 안에서 의식화하였고, 아들 타츠는 시간에 대한 거부로 의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의식화된 삶의 방식을 통하여 존재의 부조리함에서 벗어나려 다양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이야기의 주제는 고독과 죽음이 모둔 일관된 시간 체험이라는 더 큰 주제와 맞물려 있다고 했습니다. 즉 시간을 선형적인 삶의 운동으로 볼 것이냐 순환적인 삶의 운동으로 볼 것인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저자는 화자인 인니 보다는 타츠 부자를 통하여 삶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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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 만화로 배우는 우주와 블랙홀의 비밀 한빛비즈 교양툰 17
로랑 셰페르 지음, 이정은 옮김, 과포화된 과학드립 물리학 연구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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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볼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휘황한 불빛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밤하늘을 바라볼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어렸을 적의 별을 따라 뻗어가던 우주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천체물리학에 대한 호기심을 여전한 편입니다.


스위스 언론인 로랑 셰페르가 그림과 글을 쓴 <인피니티>만화로 배우는 우주와 블랙홀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한대한 우주와 무한소인 양자의 세계를 만화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만화 역시 어렸을 적 탐닉하던 읽을 거리였다는 점에서 익숙한 까닭에 어렵게 느껴지는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책읽기였습니다.


만화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라는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주는 지금 몇 시일까라는 제목으로 시간의 동시성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일본 등과 함께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태양이 동경 135도에 남중할 때를 낮 12시로 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지구상의 국가들은 지역에 따라서 표준시를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는 태평양, 마운틴, 중부, 동부 등 본토에 적용하는 4개의 지역별 시간대가 다르고, 여기에 하와이와 알래스카 등에 적용되는 지역 시간대까지 더하면 모두 6개의 지역별 시간대가 다릅니다. 지역별 시간대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한 협정세계시에 그리니치 천문대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라 조정하여 정하게 됩니다.


협정세계시를 지구의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지구 상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시간이 될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움직이는 공간에서의 시간은 이동 속도에 따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공간이 움직이는 속도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는 시간의 상대성으로부터 우주의 생성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별빛이 우리의 눈에 들어오기까지 먼 거리를 달려와야 합니다. 따라서 별이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빛의 속도로 나누어준 시간만큼 과거에 별을 떠난 빛을 보게 되는 셈입니다.


학생 때 도플러효과를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물체가 내는 소리가 증폭이 되다가 멀어지면서는 약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물체가 내는 빛도 도플러효과에 따라서 이동속도에 따라서 붉은색 쪽으로 몰리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여 우주가 빅뱅이라는 순간에 탄생하여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까지 확산될까요?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설명한 다음에는 무한소를 향한 양자의 세계를 설명합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양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성된 원소들로 구성된 다양한 형태의 원자로 구성되었습니다. 학생 때는 여기까지 배웠던 것인데, 몇 십년이 흐르면서 원자를 구성하는 요소에 여러 종류의 미립자가 더해졌습니다. 우주가 무한대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원자의 세계는 무한소를 지향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은 기원전에 살던 그리스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놀랍기만 합니다. 양자역학 분야는 학생 때는 배우지 못한 새로운 학문이라서 아무래도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만화와 곁들여진 설명을 읽다보면 알 듯 해지는 것을 보면 만화가 가지는 설명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와 진공의 신비를 익살스럽게 벗겨내는 교양 만화라는 저널 <라 브로예>의 한줄 평이 이 책의 성격을 제대로 나타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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