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행렬
이샘물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NS가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SNS의 분위기를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SNS에서는 이주민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주민들이 간여된 다양한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불안심리가 작용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활동한 진료봉사동아리가 서울 근교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대상으로 주말진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의 거리풍경은 마치 중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만큼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선족 동포 이외에도 동남아 각지에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찾아 생활하고 있는 이주민의 숫자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8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이주민들 사이에서, 혹은 이주민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주민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늘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3D산업의 일자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가면서 산업현장의 요구에 따라서 부족한 인력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더불어 노동 강도가 높은 농촌의 총각이 결혼기피 상대로 꼽히면서 이들의 짝을 해외에서 구하게 되면서 우리사회에 이주민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배타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어쩌면 이주민 수용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엄격하게 적용되어 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정책적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국가들의 건국신화를 보면 부족 외의 집단과 통합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락국의 건국설화에 등장하는 허황후는 인도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건국신화는 그렇다고 쳐도 고구려의 강역에는 여진과 말갈이 포함되었으며, 고려 때 원나라의 침입에 이은 영향으로 몽고계의 유입이 있었고, 조선조만 해도 여진족이 귀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선조들은 외국인에 대하여 그리 배타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국제결혼을 통하여 우리나라로 이주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필자 역시 이주민정책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주민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생기고 있는 사건사고의 반작용으로 일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우리 사회의 주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은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의 이샘물기자가 이주민에 대한 다양한 분야를 정리한 <이주 행렬>은 맞춤한 시기에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기자로 말할 것; http://blog.joins.com/yang412/13815634>이라는 책을 통하여 만나본 이샘물기자는 비롯 입사 5년차 기자이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젊은이였습니다. 입사 후 정책 사회부에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출입하며 복지 분야를 담당하면서 이주민과 다문화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내쳐서 이 분야에 관심을 둔 학자,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등이 모인 ‘이민·다문화포럼’의 회원으로 참여하여, 공부하고 토론하며 ‘다문화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활동파이기도 합니다. <이주 행렬>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주 행렬>에서는 이주가 발생하는 기전과 나라마다 다른 이주민에 대한 시각 차이가 왜 생기는지 등에 관하여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관점 등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주민 혹은 이주자의 정의를 살펴보면 UN 통계국에서는 자신의 거주국이 아닌 국가에서 최소한 3개월 이상 머문 사람을 이주자라고 규정하는데, 3개월 이상 1년 미만은 단기 이주자, 1년 이상 머물러 새로운 국가가 주요 거주국이 된 경우에는 장기 이주자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 역시 2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렀던 적이 있으니 한 때는 장기 이주자였던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당시 제가 이주자로서 어떤 애환을 겪었는지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이주와 노동’입니다. 모든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국경통제가 과연 타당한 가를 논합니다. 물론 모든 이주민들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비교적 쉽게 이주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제이슨 브레넌 교수는 ‘가진 것은 없지만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선진국에 가서 열심히 일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합니다. 누구도 출생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우연히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즐기게 된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의 앞길을 막는 것은 부도덕한 행태라는 것입니다.

 

자국 안에도 곤궁한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외국인까지 배려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조지메이슨대학의 브라이언 캐플란교수의 설명을 인용합니다. 즉, 선진국의 저소득층은 제3세계의 빈곤층에 비하면 생활수준이 훨씬 높고,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을 길도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의 하인드 하스박사는 국제적인 이주경향에 대한 다른 시각을 설명합니다. 맨손인 사람들은 이주를 꿈꿀 수조차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보다는, 더 발전된 나라를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면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주는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내국인들이 이주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일자리를 놓고 이주자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과 그럼으로써 임금이 하락되는 이중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하여는 일자리 상실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있다면서 고용할 수 있는 노동자가 많아지면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역설적인 해명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주민은 높은 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주민의 임금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이주와 복지’입니다. 이주민의 유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유입되는 이주민에게도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므로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지를 제한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은 노릇입니다. 따라서 이주자에 대한 복지문제를 잘 설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이주자 역시 벌어들이는 만큼 세부담을 하고 있다고 반대논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역사가 일천한 까닭에 제대로 된 이주자정책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결혼이주자와 그 자녀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이 먼저 시행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주민들에 대한 지원범위가 일반 국민들이 누리는 복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세 번째 주제는 ‘이주와 국가경쟁력’입니다. 고급 기술을 가진 이주자는 어느 국가에서도 환영을 받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이 빠져나가는 ‘두뇌유출’을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선진국에서 취업의 기회를 얻은 이주자들은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가족들을 위하여 고국으로 송금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두뇌유출과 국부의 창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본국의 성장전망이 높아지면 이를 활용하기 위하여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저출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경우 이주정책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주자의 숫자와 출산율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형편입니다. 사실 젊은 층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빠르게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인구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주정책 카드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번째 주제는 ‘이주와 정치’입니다. 이주자가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기 마련입니다. 중동의 난민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럽사회가 이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주민의 증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의 무력충돌은 물론 이주민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요구를 쏟아냄으로써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때로 국가 사이의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사이의 긴장관계가 높아지기라도 하면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주민 정책이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나치 독일이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지키기 위하여 유대인을 비롯하여 열등인종으로 분류한 흑인, 집시 등은 물론 공산주의자, 장애인, 동성애자 등을 포함하여 600여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내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을 12개의 수용소에 격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본이 적국이라는 이유로 이미 미국 시민권을 가졌고, 심지어는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들까지도 격리조치를 취하였다는 것입니다.

 

문화측면에서도 이주자가 많아지면 출신국 별로 집단을 이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차이나타운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강남 서래마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이촌동에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게 되면 그 지역에서는 한국 고유의 문화는 사라지는 반면 이국의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주민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문화도 고립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퇴보하고 결국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다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하여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아시아대륙의 끝에 위치하여 대륙의 문명이 모여드는 용광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다양한 문명이 흘러들어 새롭게 해석되고 발전적 형태로 재창조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를 인정하고 이주민 고유의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주거국 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통합의 묘를 살리는 정책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미래는 이주민에 대한 바른 정책이 수립되어 실행되는데 달려 있다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이나 원주민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전 경영학 카페 - 최고의 일터를 만드는 안전 레시피
이충호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를 넘겼으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도 2년 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사건 이후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높았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사건사고에 대한 기억조차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안전에 대하여 둔감해 보이는 우리사회의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만나게 된 <안전경영학카페>는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흐려진 안전관련 사고가 왜 일어났었고,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다시 짚어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누구나 안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모든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며 사고로부터 예외인 사람은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 현상적으로 드러난 안전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관리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적, 기술적, 구조적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안전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접근하였습니다.

 

사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수습하고 생산활동을 재개하기 위하여 투입되어야 할 자원의 규모는 해당 사업을 통하여 얻은 이익을 상회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안전문제는 회사경영에서 핵심요소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전에 투입되어야 하는 자원을 불필요하거나 심지어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업하시는 분들은 안전에 관한 기준을 규제조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안전의 목표는 제로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즉 기준 조차 마련되지 않은 분야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고는 그러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형사고의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고는 기본이 무시된 곳에서 발생한다, 2. 사고의 영향이 광범위해졌다, 3. 사고는 정상작업보다 비정상작업 시 발생한다, 4.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하여 배우는 노력이 부족하다.

 

사실 현대사회의 작업장은 대부분 사람이 기계를 운용하여 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는 사람이나 기계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이 불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보다 기계장치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합니다. 즉 사람이 불안전하게 행동하더라도 이를 막아줄 수 있는 장치를 기계에 더하는 것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방지하는 체계를 총괄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관리자를 선임하여 현장을 지휘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발생한 유독물질 누출사고와 유사한 독일 기업의 사고에서 사고 순간부터의 처리과정으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비교하면서 사고는 경제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예방, 대응체계, 장치, 그리고 안전의식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결국 안전문화가 정착해야 사고의 발생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의 처리과정도 일사분란하게 일어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도 안전에 관한 제반 규정대로 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모든 것이 형식에 그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차를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언제 매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시공을 거는 편인가, 아니면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매는 편인가 하는 질문인데, 제 경우는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맵니다. 다만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서 안전벨트를 매기도 하는 저자와는 달리 안전벨트를 매고서 출발을 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서 시동을 건 다음에 바로 차를 출발시키는 것보다는 시동이 걸린 차의 구동장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여유가 있는 셈이니까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좋은 일터는 안전해야 하며, 이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을 실천함으로써 구현되는 것입니다. 안전의식은 몸에 배우서 자연스럽게 반응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하는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오현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老子)> 41장에 보면 “아주 흰 빛은 때가 낀 것 같고,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大白若辱 大方武無隅 大器晩成(대백약욕 대방무무우, 대기만성)]”는 구절이 있습니다. 노자에서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오늘 날에 와서는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대기만성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간승리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운 듯 겸손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나름대로는 심지가 굳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뚝심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빚보증을 잘못서서 가세가 기울면서 일탈의 길을 걷던 우리의 주인공은 고3때는 49명 가운데 43등으로 내신 7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보이지 않은 뒷받침으로 외국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하면서 국제화 특기생 지원 자격을 얻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형을 따라서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막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자는 해병으로 근무하면서 리더십을 배우게 되고, 세상을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군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피하려다보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대를 하고부터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 일주 무전여행, 무작정 호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 따기, 대학생 해외봉사단으로 성발되어 갔던 캄보디아 봉사활동, 한국산악연맹이 주관한 오지탐험대원으로 선발되어 아프리카 우간다의 르웬조리 산맥 등반, 스위스 로잔대학의 교환학생, 80일간의 유럽일주여행 등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일부는 자신이 벌어서 대기도 했지만, 몸으로 때우거나, 혹은 스폰서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졸업하고서는 삼성전자의 북아프리카담당으로 취업에도 성공하는, 초년고생을 바탕으로 잘 풀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잘나가는 인생의 중간에 또 다른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저자야 말로 역마살이 끼어도 단단하게 끼었던 모양입니다. 6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사표를 던지고 파일럿에 도전한 것입니다. 먼저 국내 항공사의 운항인턴에 도전했다가 미역국을 먹고는 항공대학의 운항학과에 다시 입학을 한 것입니다. 이론교육을 마치고서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있는 플라이트 세이프티 인터내셔널에 입학하여 비행훈련을 받은 끝에 사업용조종사 자격을 획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꿈에 그리던 파일럿이 된 저자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나라온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경비행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조만간 오현호기장이 조종하는 나라온이 세계일주에 나섰다는 뉴스가 전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란 놈은 온다고 소문을 내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느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실패도, 방황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적은 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 없는 곳으로 간다>는 스스로를 붙들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꾸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터득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해 초가을에 부산에서 대구로 가면서 오랜만에 무궁화열차를 타면서 열차여행에 관한 옛 기억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735545). 때로는 걷기도 하고, 자동차 혹은 비행기나 KTX와 같은 초특급열차를 이용하여 여행을 합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보면 이동수단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만의 건축학자 리칭즈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건축과 여행의 속도를 묘하게 버무려 <여행의 속도에 담았습니다. 이동수단은 달라도 최종 목적지는 건축 작품이 있는 곳입니다. 건축에는 문외한인데다가 저자가 소개하는 건축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동수단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공감하던지 아니면 의문이 생기던지...

 

‘인생이라는 여행’이라는 제목을 단 프롤로그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여행을 하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라는 첫구절부터 의문이 생깁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심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인용한 ‘여행은 사고를 촉진한다. 이동 중인 비행기, 배, 기차는 우리 내면의 대화를 가장 잘 이끌어 내는 수단이다.’라고 한 알랭 드 보통의 말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걷는 동안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은 편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이 책을 쓰면서 사고, 생명, 관찰, 그리고 이동이라는 개념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모두에 들고 있는 네 가지 개념에 대한 간략한 요약들 가운데 역시 공감되는 부분과 의문이 드는 부분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판적으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은 이동수단의 속도에 따라서 모두 7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속 250-350km의 고속열차의 도시여행, 시속 100-150km의 철로 주변의 작은 마을여행, 시속 80-100km의 도로 위의 자유여행, 시속 30-80km의 전차와 사색여행, 시속 20-30km의 여객선과 바다여행, 시속 2-4km의 작은 골목의 소박한 여행, 그리고 시속 0km의 고요한 묘지여행 등입니다. 사실 다른 6종류의 여행속도는 작가 중심의 속도임을 알겠지만, 묘지를 돌아보는 것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의 속도인 0km로 나타낸 것은 주체와 객체의 불일치는 점에서 어색해보입니다.

 

고속열차를 이용한 여행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중년의 여행은 청춘의 그것처럼 느긋할 수 없다. 일반열차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참아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유한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일생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차라리 청춘보다는 노년의 여행과 비교했더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도쿄에서 아키타로 가는 고속열차여행에서의 느낌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바 있습니다. “슈퍼 고마치는 날카로운 검처럼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창밖 풍경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뭉개지며 모호한 잔상을 남겼다. 나는 서서히 흐릿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56-58쪽)”, 그런데 곧 이어서 작가의 시선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체가 빨간 슈퍼 고마치는 마치 일본 설화에 나오는 요괴처럼 구불거리며 하얗게 눈 덮인 산기슭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59쪽)” 저자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지, 기차 위에 떠서 공간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얻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타이페이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18개의 여행 가운데 3건의 프랑스여행, 2건의 미국여행 그리고 1건의 스페인 여행이며 나머지는 모두 일본에서의 것이며, 타이완에서의 여행은 한 편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저 역시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한 여행의 느낌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만, 어떻든 흥미로운 여행에세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멕시코 일요일 2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4
김재호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처럼, 요즈음 바깥세상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번 여행지는 남미로 정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보다도 아무리 여행사상품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받쳐줘야 여행도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체력이 필요한 곳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세상 구경을 하는 목적이나 방식도 사람들 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혹 왜 여기엘 다녀왔을까? 그리고 왜 이런 책을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 싶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멕시코 일요일 2시>는 제목부터 헷갈리면서 여행을 따라가는 것도 공감이 쉬이 되지 않는 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멕시코 일요일 2시>를 쓴 김재호님이 카피라이터로 7년 동안 활동하셨다는 점, 그리고 취미가 아닌 치유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적은 것을 감안하여 공감해보려 꽤나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접으면서 지나치게 타성에 젖어드는 것 같아서 재충전을 위하여 잠시 쉬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자진해서 방송을 쉬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카피라이터는 늘 새로운 한 방!을 뒤쫓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새로운 것에 늘 목말라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으로, 중남미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멕시코 일요일 2시>에는 유럽여행과 남미여행 사이에 돌아보았던 멕시코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유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대책 없이 지르는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출발이 지연된 마드리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그것도 프랑스남자와 스페인 남자들이 가는 곳을 따라서 방문하기로 한 것은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말렸을 것 같은 여행입니다.

 

저자가 편견이 없고, 겁 없는 30대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현지사정이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는 장소를 그것도 초면인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은 절대로 말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제 경우는 해외출장이 대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보안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는 절대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저자는 직업의 영향 때문인지 상당히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쉽게 친해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도 역시 개방적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통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 것인가요?

 

어떻든 낙천적인 멕시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중심으로 기록한 여행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정오에 출발하기로 한 멕시코 항공사의 비행기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열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예닐곱 명의 멕시코 청년들이 기타를 치면서 즉석 콘서트를 시작하자 항의하던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심란한 상황을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어 버리더라는 경험을 읽으면서 멕시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멕시코에 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신앞에서 왜 멕시코에는 과일이며 자원을 저렇게 왕창 주시고 우리들에겐 이렇게 박복한 환경을 주셨습니까, 라고 항의를 했더니, 신께서는 대답하기를, 그 대신 멕시코에는 (게을러터진) 멕시칸을 주지 않았느냐, 하며 웃으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멕시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의외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하여 멕시코의 안티구아나 케찰테낭고를 방문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글쎄 스페인어가 두어 달 만이면 쓸 만큼 완성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유여행을 간다면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알랭과 안드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따라서 찰미타, 멕시코시티, 구아나후아토, 쿠에르나바카, 오악사카, 산 크리스토발, 구아다라하라, 모렐리아, 익타빠, 지후아타네오 등을 느리게 여행한 자국들을 한가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치유의 여행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재충전을 위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