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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일요일 2시 ㅣ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4
김재호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8월
평점 :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처럼, 요즈음 바깥세상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번 여행지는 남미로 정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보다도 아무리 여행사상품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받쳐줘야 여행도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체력이 필요한 곳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세상 구경을 하는 목적이나 방식도 사람들 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혹 왜 여기엘 다녀왔을까? 그리고 왜 이런 책을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 싶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멕시코 일요일 2시>는 제목부터 헷갈리면서 여행을 따라가는 것도 공감이 쉬이 되지 않는 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멕시코 일요일 2시>를 쓴 김재호님이 카피라이터로 7년 동안 활동하셨다는 점, 그리고 취미가 아닌 치유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적은 것을 감안하여 공감해보려 꽤나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접으면서 지나치게 타성에 젖어드는 것 같아서 재충전을 위하여 잠시 쉬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자진해서 방송을 쉬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카피라이터는 늘 새로운 한 방!을 뒤쫓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새로운 것에 늘 목말라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으로, 중남미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멕시코 일요일 2시>에는 유럽여행과 남미여행 사이에 돌아보았던 멕시코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유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대책 없이 지르는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출발이 지연된 마드리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그것도 프랑스남자와 스페인 남자들이 가는 곳을 따라서 방문하기로 한 것은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말렸을 것 같은 여행입니다.
저자가 편견이 없고, 겁 없는 30대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현지사정이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는 장소를 그것도 초면인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은 절대로 말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제 경우는 해외출장이 대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보안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는 절대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저자는 직업의 영향 때문인지 상당히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쉽게 친해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도 역시 개방적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통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 것인가요?
어떻든 낙천적인 멕시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중심으로 기록한 여행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정오에 출발하기로 한 멕시코 항공사의 비행기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열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예닐곱 명의 멕시코 청년들이 기타를 치면서 즉석 콘서트를 시작하자 항의하던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심란한 상황을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어 버리더라는 경험을 읽으면서 멕시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멕시코에 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신앞에서 왜 멕시코에는 과일이며 자원을 저렇게 왕창 주시고 우리들에겐 이렇게 박복한 환경을 주셨습니까, 라고 항의를 했더니, 신께서는 대답하기를, 그 대신 멕시코에는 (게을러터진) 멕시칸을 주지 않았느냐, 하며 웃으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멕시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의외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하여 멕시코의 안티구아나 케찰테낭고를 방문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글쎄 스페인어가 두어 달 만이면 쓸 만큼 완성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유여행을 간다면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알랭과 안드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따라서 찰미타, 멕시코시티, 구아나후아토, 쿠에르나바카, 오악사카, 산 크리스토발, 구아다라하라, 모렐리아, 익타빠, 지후아타네오 등을 느리게 여행한 자국들을 한가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치유의 여행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재충전을 위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