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기억력 -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기억의 착각
줄리아 쇼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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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고민은 예전에는 제대로 기억하던 것들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제가 직접 겪은 것도 있고 들어서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둘 사이의 구분은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기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몰라서 모르는 것이지, 알고 있는 것을 잘 못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입니다.


‘기억’은 제가 쥐고 있는 여러 개의 화두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입니다. 그동안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억을 잘하는 방법, 기억이 어떻게 소멸되는지 등에 대한 공부를 꾸준하게 해왔습니다. 물론 기억의 왜곡에 관한 공부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몹쓸 기억력>에서는 기억의 오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기억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설명합니다. 기억이란 개인의 정체성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는 점은 꼭 기억해둘 만합니다. 기억연구의 핵심이 되는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에 대한 설명도 중요합니다. 의미기억은 의미와 개념과 사실에 대한 기억으로, 역사적 사건의 날짜, 관련 인물의 이름 등의 정보를 말하는데 사람에 따라서 잘 기억하는 분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일화기억은 일종의 자전적 기억입니다. 개인의 과거 경험을 모아두는 일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경험하여 사실로 믿고 있는 과거의 경험조차도 찰흙으로 반죽을 빚는 것처럼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억의 과학적 원리를 주도면밀하게 응용하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기억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우리가 무언가를 망각하거나 기억하는 생물학적 원인들을 파고드는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사회적 환경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 책에서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우리의 이해나 오해에 대중매체와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설명하였으며, 기억이 얼마나 오류를 일으키고 변질되고 잘못 해석될 있는가 하는 것을 믿기 어려운 사례를 인용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최근에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생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저 흥미로운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즐겨보았습니다. 저의 기억 가운데는 네 살 때의 것이 가장 오래된 것 같습니다. 막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의 기억인데, 물론 전체가 다 기억나는 것은 아니고 집안이 술렁거렸던 분위기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살던 집은 초등학교의 관사였는데, 집 안팎의 분위기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태어난 순간을 기억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아마도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저는 아직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시냅스라고 하는 독특한 구조물에서 일어나는 생화학반응이 일차적으로 기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냅스를 통하여 연결되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가 기억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손에 딱 잡히는 개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쯤이면 기억의 만들어지는 과정을 똑 떨어지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의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이 이토록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에 의존하여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설명합니다. 그것은 ‘메타 기억’이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의 기억과 그 기능에 대한 지식’을 말합니다. 저자는 허구일 수도 있는 과거의 기억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제대로 사는 길이라고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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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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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의 재미는 주인공을 따라 범인을 추적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에 따라서는 범인을 미리 밝혀진 범인을 뒤쫓기도 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모호하게 해놓고, 범인의 실체를 밝혀가기도 합니다. 반전의 재미는 후자가 더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범인을 압축하는 과정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너를 놓아줄게>는 후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러 개의 복선을 깔다보니 너무 복잡한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로 생각했던 인물이 가해자인 듯하다가, 범인이 밝혀지는 단계에서는 제2의 피해자로 드러나고, 숨어있던 범인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극적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서술구조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범인 추적은 브리스톨 경찰청 범죄수사과의 레이 스티븐스 경위와 케이트경사입니다. 범죄사건 만으로는 이야기 전개가 건조하게 흐를 것을 우려한 탓인지 수사팀에도 갈등 구조를 집어 넣었습니다. 스티븐슨 경위의 아내와 케이트경사 사이의 삼각관계를 설정한 것인데, 이들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다보니 범인을 뒤쫓는 일에 대한 관심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흥미를 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훼방꾼이 된 셈입니다.


사건은 방과 후에 집으로 돌아가던 다섯 살 남자 아이가 같이 가던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어지는 상황의 전개는 마치 뺑소니사건의 피해자인 어머니가 잠적하는 것으로 오해할만합니다. 정작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이야기의 막바지에서야 등장하게 되고, 잠적한 범인처럼 그려진 제나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 블라인 케디로 숨어듭니다.


사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가 주변의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잃었다는 생각에 몰입하다보면 주위 사람들이 속으로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이던 가해자이던 현실에서 도피한 사람이라면 외부세계와의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제나의 행적에서 이해되지 않은 구석이 생깁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부분에서 진짜 범인으로부터 도피였다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틈을 주면 안되는 것이었을 터입니다.


사실 목격자가 없는 뺑소니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을 확률이 높은 듯합니다. 사건사고가 많은 동네에서는 금세 사건이 종결되고 마는데, 스티븐스 경위와 케이트경사는 윗선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사건에 매달리는 것도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가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에 숨어든 제나 역시 수의사면서 인명구조활동을 하는 패트릭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제나의 새로운 삶에 대한 서술구조도 마지막 반전에서 극적인 장치를 두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패트릭과의 관계가 형성되기까지에 대한 설명 역시 흥미롭기는 하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일을 잊게 만드는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죽은 아이와 그 어머니, 또 가해자로 몰린 제나 까지 모두 편집증이 있는 범인 이안과 얽혀 있었다는 결말부분은 우연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물론 세상사는 많은 우연이 엮어들기도 합니다만....


사건이 종결되면서 등장인물들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해피앤딩입니다. 제나도 패트릭과 새로운 삶을 이루고, 스티븐슨 경위도 잠시 흔들리던 마음을 추스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경찰 출신인 작가가 파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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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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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아저씨가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씩이나 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떠날 수 있는 그가 부럽습니다. 그래서인지 <헉! 아프리카>라는 제목도 참 이중적입니다. 말 그대로 ‘허걱!’하는 느낌이 드는 상황도 많았고, 그런가 하면 ‘끌어안아주고 싶은(hug)’ 느낌이 드는 순간도 많았을 것입니다.


쌀집 아저씨는 일찍부터 그가 새롭게 만들어냈던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보면서 저 역시 열성팬이 되었던 예능PD의 효시가 된 분입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와 ‘양심 냉장고’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비롯해서 ‘하자하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느낌표」와 같이 예능과 공익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달랑 론리 플래닛 한 권 들고 떠나서 현지 사정에 따라서 일정을 잡는 그야말로 자유여행을 즐긴 듯한데, 그런 가운데 모두 10개국을 누볐다고 하니 참 대단하십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습니다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행방식입니다. 도전적이지만, 안전을 운명에 맡기는 여행을 누군가에게 홍보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입니다.


무려 70일에 걸친 대장정을 떠나면서도 ‘왜 아프리카인가(Why Africa?)’에 대한 답은 가나의 노천시장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시커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가운데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즉 용솟음치듯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꿈틀거림은 저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하니 70여일의 여행이 충분히 값을 한 셈입니다.


그가 다녀온 10개국 가운데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만이 저와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지만, 조만간 가볼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탄자니아, 케냐 등 6개국에 대하여 저자가 느낀 바를 미리 챙겨보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의 자유여행과는 달리 단체여행이기 때문에 많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아프리카의 자연에 대한 감흥은 상당부분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여행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대목도 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힘들다. 둘이 하는 여행보다 산술적으로 두배쯤 힘들 것 같지만, 수 십 배, 수 백 배 힘들다. 심심해서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고, 위험해서 힘들고, 힘들면 위로해줄 상대가 없어서 더 힘들다.(79쪽)” 그렇게 힘이 들어도 ‘진짜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다(79쪽)’라는 답을 내놓은 것을 보면 참 독특한 분입니다.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습니다. 짐바브웨의 환율에 대한 것인데 1달러에 1,000짐바브웨 달러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오늘 원화 환율을 보니 1달러에 1138원이니 우리나라 돈보다도 조금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이 놀랍다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고액권이 없어서 10짐바브웨 달러가 제일 큰 돈인 모양입니다. 물가가 비싸면 돈을 한 뭉치씩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스테이크가 3만 짐바브웨 달러라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쌀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원권 3장이면 해결될 상황이 이곳에서는 10짐바브웨 달러 백장묶음으로 세 뭉치를 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명승지를 저자와 함께 동행하면서 무지개가 살고 있다는 빅토리아폭포와 장엄한 아프리카의 석양, 그리고 아프리카의 밤하늘에 쏟아질 듯 걸려있는 별은 제대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프리카의 붉은 모래언덕에도 꼭 올라가보고 싶습니다. 이런 대목 때문입니다. “모래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형태와 색은 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응 예술이다. 황금빛 붉은 모래가 바람에 파도친다.(289쪽)”


그리고 보니 사진보다는 저자가 그린 그림들이 더 많이 들어있는 것도 독특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을 제대로 하는 방법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것들을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릴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본 것들을 꼼꼼하게 뜯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린 쌀집 아저씨는 진정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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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간다움을 말하다 -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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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인문학적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향 가운데 송용구교수의 <인문학, 인감다움을 말하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이상의 『날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펄 벅의 『대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헤르만 헤세의 [아벨의 죽음에 관한 노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등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문학작품에 담긴 인간다움에 관한 주제를 찾아 논하고, 옛 철학자라면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를 상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에게 이마누엘 칸트와 토머스 모어라면 해주었음직한 조언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가 대상으로 삼은 문학작품 역시 가깝게는 수십년, 멀게는 수백년 전의 것으로 시대적 배경은 물론 문화적 배경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서 그에 대한 재해석은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라는 부제를 달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두어 권 있어서 빨리 읽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등을 인용하거나 원작의 배경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원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장치를 두었을 뿐 아니라, 원작을 해석하는 철학자들의 철학사조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주제 ‘인간’자체를 논하기 위하여 뽑은 이상의 『날개』를 설명하면서 시인의 시, 「오감도」를 인용한다거나, 시인의 친구인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를 인용하여 시인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 참여한 카프문학에 대한 설명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신성일, 남정임이 주연한 1967년작 『날개』도 소개합니다.


저자가 이상의 『날개』를 뽑아 이마누엘 칸트와 토마스 모어로 하여금 조언을 하도록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날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내는 몸을 팔아 얻는 돈을 가지고 주인공을 지배하려들지만, 나는 날개가 돋아 훨훨 날아가는 꿈을 꿉니다. 이는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통하여 ‘정신적 쾌락’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던 것이나, 칸트가 추구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날개』의 주인공이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은, 배금주의에 물들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저자가 깨우쳐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주인공을 예수가 추구했던 ‘인간의 길’에 비유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철학자 마르틴 부버를 인용하여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색다른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돈키호테』를 들여다보는 이들은 대부분 주인공 돈키호테에 집중하는 경향과는 다른 관점이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관계는 주종관계처럼 보이지만 어느 사이에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나’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며 ‘나’와 ‘너’ 사이에 있는 것이다”라는 마르틴 부버의 말을 인용하여 부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세월호참사,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사례, 아동학대 치사 사건과 부모에 대한 폐륜적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는 “협력과 상생 같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위해서 자본과 기술을 선용하지 못하고 우리는 인간다운 ‘가치’의 길을 역행해왔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처럼 비극적 사건이 꼬리를 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추락한 인간성과 전도된 가치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서로간의 대화와 소통을 넓혀 가는데 두어야 할 것이라는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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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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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그저 ‘영국의 옆에 있는 섬나라’이고,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http://blog.joins.com/yang412/15019313>을 통해서 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본 정도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구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쓴 아일랜드 여행기입니다. 그는 2007년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가 아일랜드의 음악경연대회와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제작하였고, 이 책은 그 뒷이야기라고 합니다.


우선 생경하다는 느낌의 제목은 벨파스트의 유서깊은 펍의 벽에 적혀있던 다음 글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두 눈을 모두 과거를 돌아보는 데 쓰는 나라나 민족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지혜로운 나라(민족)는 바로 한 눈으로는 과거를 돌아보되, 또 다른 한 눈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A Nation that keeps one eye on the past is wise. A Nation that keeps two eyes on the past is blind.230-231쪽)” 아일랜드가 800년 동안이나 지배당한 영국의 경제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비밀이 여기에 숨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점점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면 소재지도 안되는 아주 조그만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까지 참여하는 등 주로 바드의 음악활동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잘 알려진 곳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관한,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봅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큰 하늘을 이고 사는 셈이다(19쪽)’ 대부분의 도시에서 고층빌딩이 별로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론리 플래닛은 아일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나라’로 꼽고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초록 들판을 볼 수 있는 아일랜드의 지평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삭막한 모래사막이나 눈 덮인 극지의 지형이 만든 저 너머의 끝없는 지평선은 삶의 반대편에 선 죽음의 선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펼쳐진 초록과 어우러진 지평선은 한없이 푸근한 생명의 선이었다.(66쪽)” 역시 시나리오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블린에 가면 두 가지를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오코넬 거리에 서 있다는 ‘The Spire 2003’입니다. 단순한 바늘형태의 뽀족한 탑은 ‘아일랜드가 그간의 어려웠던 경제상황을 이겨냈다는 자축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92쪽)’면서도 ‘탑이 세워진 2003년이야말로 아일랜드가 영국의 국민소독을 본격적으로 앞지른 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펍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리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에 오거들랑 그리고 아일랜드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부디 2층 관광버스에 오를 생각을 하지 마시고 차라리 가까운 펍을 들러 보세요. 그곳에서의 한 시간이 투어버스에서 보내는 몇 시간보다 더 많은 걸 알려 줄 겁니다.(142쪽)”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은 PART 1. It’s a long road 와 PART 2. Two-eyed IRELAND 로 나뉘어 있다. ‘It’s a long road’라는 제목의 PART 1에서는 작가가 우연히 낯선 나라 아일랜드를 꿈꾸게 된 계기와 여행에 대한 소박한 생각을 담았고, ‘Two-eyed IRELAND’라는 제목의 PART 2에는 바드의 음악여행을 따라 아일랜드의 다양한 음악축제가 열리는 크고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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