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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년 3월
평점 :
아일랜드는 그저 ‘영국의 옆에 있는 섬나라’이고,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http://blog.joins.com/yang412/15019313>을 통해서 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본 정도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구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쓴 아일랜드 여행기입니다. 그는 2007년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가 아일랜드의 음악경연대회와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제작하였고, 이 책은 그 뒷이야기라고 합니다.
우선 생경하다는 느낌의 제목은 벨파스트의 유서깊은 펍의 벽에 적혀있던 다음 글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두 눈을 모두 과거를 돌아보는 데 쓰는 나라나 민족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지혜로운 나라(민족)는 바로 한 눈으로는 과거를 돌아보되, 또 다른 한 눈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A Nation that keeps one eye on the past is wise. A Nation that keeps two eyes on the past is blind.230-231쪽)” 아일랜드가 800년 동안이나 지배당한 영국의 경제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비밀이 여기에 숨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점점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면 소재지도 안되는 아주 조그만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까지 참여하는 등 주로 바드의 음악활동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잘 알려진 곳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관한,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봅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큰 하늘을 이고 사는 셈이다(19쪽)’ 대부분의 도시에서 고층빌딩이 별로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론리 플래닛은 아일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나라’로 꼽고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초록 들판을 볼 수 있는 아일랜드의 지평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삭막한 모래사막이나 눈 덮인 극지의 지형이 만든 저 너머의 끝없는 지평선은 삶의 반대편에 선 죽음의 선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펼쳐진 초록과 어우러진 지평선은 한없이 푸근한 생명의 선이었다.(66쪽)” 역시 시나리오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블린에 가면 두 가지를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오코넬 거리에 서 있다는 ‘The Spire 2003’입니다. 단순한 바늘형태의 뽀족한 탑은 ‘아일랜드가 그간의 어려웠던 경제상황을 이겨냈다는 자축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92쪽)’면서도 ‘탑이 세워진 2003년이야말로 아일랜드가 영국의 국민소독을 본격적으로 앞지른 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펍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리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에 오거들랑 그리고 아일랜드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부디 2층 관광버스에 오를 생각을 하지 마시고 차라리 가까운 펍을 들러 보세요. 그곳에서의 한 시간이 투어버스에서 보내는 몇 시간보다 더 많은 걸 알려 줄 겁니다.(142쪽)”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은 PART 1. It’s a long road 와 PART 2. Two-eyed IRELAND 로 나뉘어 있다. ‘It’s a long road’라는 제목의 PART 1에서는 작가가 우연히 낯선 나라 아일랜드를 꿈꾸게 된 계기와 여행에 대한 소박한 생각을 담았고, ‘Two-eyed IRELAND’라는 제목의 PART 2에는 바드의 음악여행을 따라 아일랜드의 다양한 음악축제가 열리는 크고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