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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간다움을 말하다 -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2월
평점 :
대체로 인문학적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향 가운데 송용구교수의 <인문학, 인감다움을 말하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이상의 『날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펄 벅의 『대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헤르만 헤세의 [아벨의 죽음에 관한 노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등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문학작품에 담긴 인간다움에 관한 주제를 찾아 논하고, 옛 철학자라면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를 상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에게 이마누엘 칸트와 토머스 모어라면 해주었음직한 조언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가 대상으로 삼은 문학작품 역시 가깝게는 수십년, 멀게는 수백년 전의 것으로 시대적 배경은 물론 문화적 배경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서 그에 대한 재해석은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라는 부제를 달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두어 권 있어서 빨리 읽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등을 인용하거나 원작의 배경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원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장치를 두었을 뿐 아니라, 원작을 해석하는 철학자들의 철학사조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주제 ‘인간’자체를 논하기 위하여 뽑은 이상의 『날개』를 설명하면서 시인의 시, 「오감도」를 인용한다거나, 시인의 친구인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를 인용하여 시인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 참여한 카프문학에 대한 설명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신성일, 남정임이 주연한 1967년작 『날개』도 소개합니다.
저자가 이상의 『날개』를 뽑아 이마누엘 칸트와 토마스 모어로 하여금 조언을 하도록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날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내는 몸을 팔아 얻는 돈을 가지고 주인공을 지배하려들지만, 나는 날개가 돋아 훨훨 날아가는 꿈을 꿉니다. 이는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통하여 ‘정신적 쾌락’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던 것이나, 칸트가 추구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날개』의 주인공이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은, 배금주의에 물들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저자가 깨우쳐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주인공을 예수가 추구했던 ‘인간의 길’에 비유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철학자 마르틴 부버를 인용하여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색다른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돈키호테』를 들여다보는 이들은 대부분 주인공 돈키호테에 집중하는 경향과는 다른 관점이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관계는 주종관계처럼 보이지만 어느 사이에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나’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며 ‘나’와 ‘너’ 사이에 있는 것이다”라는 마르틴 부버의 말을 인용하여 부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세월호참사,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사례, 아동학대 치사 사건과 부모에 대한 폐륜적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는 “협력과 상생 같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위해서 자본과 기술을 선용하지 못하고 우리는 인간다운 ‘가치’의 길을 역행해왔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처럼 비극적 사건이 꼬리를 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추락한 인간성과 전도된 가치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서로간의 대화와 소통을 넓혀 가는데 두어야 할 것이라는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