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를 놓아줄게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평점 :
스릴러 소설의 재미는 주인공을 따라 범인을 추적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에 따라서는 범인을 미리 밝혀진 범인을 뒤쫓기도 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모호하게 해놓고, 범인의 실체를 밝혀가기도 합니다. 반전의 재미는 후자가 더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범인을 압축하는 과정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너를 놓아줄게>는 후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러 개의 복선을 깔다보니 너무 복잡한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로 생각했던 인물이 가해자인 듯하다가, 범인이 밝혀지는 단계에서는 제2의 피해자로 드러나고, 숨어있던 범인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극적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서술구조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범인 추적은 브리스톨 경찰청 범죄수사과의 레이 스티븐스 경위와 케이트경사입니다. 범죄사건 만으로는 이야기 전개가 건조하게 흐를 것을 우려한 탓인지 수사팀에도 갈등 구조를 집어 넣었습니다. 스티븐슨 경위의 아내와 케이트경사 사이의 삼각관계를 설정한 것인데, 이들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다보니 범인을 뒤쫓는 일에 대한 관심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흥미를 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훼방꾼이 된 셈입니다.
사건은 방과 후에 집으로 돌아가던 다섯 살 남자 아이가 같이 가던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어지는 상황의 전개는 마치 뺑소니사건의 피해자인 어머니가 잠적하는 것으로 오해할만합니다. 정작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이야기의 막바지에서야 등장하게 되고, 잠적한 범인처럼 그려진 제나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 블라인 케디로 숨어듭니다.
사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가 주변의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잃었다는 생각에 몰입하다보면 주위 사람들이 속으로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이던 가해자이던 현실에서 도피한 사람이라면 외부세계와의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제나의 행적에서 이해되지 않은 구석이 생깁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부분에서 진짜 범인으로부터 도피였다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틈을 주면 안되는 것이었을 터입니다.
사실 목격자가 없는 뺑소니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을 확률이 높은 듯합니다. 사건사고가 많은 동네에서는 금세 사건이 종결되고 마는데, 스티븐스 경위와 케이트경사는 윗선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사건에 매달리는 것도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가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에 숨어든 제나 역시 수의사면서 인명구조활동을 하는 패트릭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제나의 새로운 삶에 대한 서술구조도 마지막 반전에서 극적인 장치를 두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패트릭과의 관계가 형성되기까지에 대한 설명 역시 흥미롭기는 하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일을 잊게 만드는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죽은 아이와 그 어머니, 또 가해자로 몰린 제나 까지 모두 편집증이 있는 범인 이안과 얽혀 있었다는 결말부분은 우연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물론 세상사는 많은 우연이 엮어들기도 합니다만....
사건이 종결되면서 등장인물들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해피앤딩입니다. 제나도 패트릭과 새로운 삶을 이루고, 스티븐슨 경위도 잠시 흔들리던 마음을 추스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경찰 출신인 작가가 파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