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의 나팔수 개암 청소년 문학 2
에릭 P. 켈리 지음, 이주희 옮김, 야니나 도만스카 그림 / 개암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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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만, 동유럽국가를 여행하는 길에 옛 폴란드왕국의 수도 크라쿠프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크라쿠프는 피아스트왕조(Piast period)시절인 1038년부터 공화정 시절의 지그문트 3세가 수도를 바르샤바로 옮긴 1596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크라쿠프는 전통적으로 폴란드의 학문,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또한 폴란드 경제의 요충지였습니다.

크라쿠프의 중심은 성벽으로 둘러싸였던 구시가지 안인데, 지금은  성벽을 헐어내고 만든 플랜티공원(Planty Park)을 지나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 시가지의 중심에는 중앙공원이 있습니다. 4만제곱미터나 되는 중앙광장에는 교역의 중심이었던 직물회관이 있고, 시청탑, 성 아달베르트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크라쿠프의 나팔수>의 무대가 되는 성모승천성당이 있습니다.

성모승천성당은  1221-1222년 간에 처음 세워졌는데 몽고의 침공 당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두어 차례의 재건축을 거쳐 1365년 완성되었던 것이 1442년 대지진으로 본당 지붕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15세기 중반에 부속 예배당이 건축되었고, 이때 북쪽 탑을 중축하여 도시의 시계탑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쪽과 북쪽의 교회탑에서는 매시간 트럼펫을 불어 시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저녁 무렵에 광장에 도착해서 꽤나 오래 머물렀지만, 트럼펫 연주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1시간을 넘기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나팔수는 연주하는 구슬픈 가락의 헤이나 마리아키(Hejnał mariacki)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진다고 합니다. 사연인 즉은 13세기 몽골군이 침입하였을 때, 한 트럼펫 연주자가 피난을 떠나지 않고 교회의 탑에 올라 트럼펫을 불어 적의 침입을 알렸다고 합니다. 연주자를 발견한 몽고군이 쏜 화살이 트럼펫을 부는 연주자의 목을 관통하였고, 그 바람에 연주가 중단되었던 것입니다. 후세의 나팔수들은 이 용감한 트럼펫 연주자를 기리기 위하여 트럼펫 연주를 중간에 중단하게 된 것입니다.

에릭 켈리가 1929년에 발표한 <크라쿠프의 트럼펫>은 목숨을 걸고 몽골군의 침입을 알리려 했던 나팔수의 이야기를 실마리로 하여 마법의 수정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 이야기는 연주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지만, 이야기 속의 나팔수는 헤이나 마리아키(Hejnał mariacki)를 완주함으로써 적의 음모를 알리는 기지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폴란드왕국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멀리 타타르까지 얽혀 힘을 겨루는 역학관계는 물론 크라쿠프 사람들의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타타르의 침공을 받아 성당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점에는 직물회관에 타타르 상인들이 몰려들어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표면상의 평화가 유지되면서 타타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왕래를 하고 있었음을 알겠습니다.

작가가 소개하기로는 직물회관에는 크라쿠프는 동서를 잇는 커다란 국제도시였고, 직물회관에는 카자흐, 루테니아, 독일, 플랑드르, 체고, 슬로바키아, 헝가리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성모승천성당의 나팔수가 하는 일은 매 시간마다 나팔을 불어 시간을 알리는 일과 동서남북으로 열려있는 창문을 통하여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일, 그리고 도시를 굽어보면서 화재가 발생하는지 감시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크라쿠프에 있는 집들은 앞면만 돌로 되었을 뿐, 목조건물이 많아 지붕에 불티라도 튀면 쉽게 불이 옮겨붙곤 했다는 것입니다.

왕국이 멸망한 뒤로 폴란드는 오랫동안 전쟁을 겪기도 하고, 한때는 나라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모승천성당의 탑에서 울리는 헤이나는 폴란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새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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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와 멋진 미시세계
송해룡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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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연구소에서 근무할 적에 막 뜨기 시작하던 나노물질을 우려의 시각으로 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나노에 열광하는 분위기였지만, 독성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우려했던 것처럼 나노물질이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독성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노와 멋진 신세계>는 나노물질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 함께 그로 인하여 유발될 수도 있을 위해요서까지도 찬찬하게 살펴본 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모두 언론학을 전공하신 인문계열의 전공자라는 점입니다. 나노물질을 만드는 공학계통의 전공이 아니라서인지 객관적으로 사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이 저의 눈길을 끌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생활주변의 인체 위해요인들을 살펴보는 책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노기술은 우주과학, 정보통신 등의 영역에서 획기적인 신기술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학의 영역에서도 만만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문제는 나노물질이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도 있음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건강의 위해문제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시련을 남겨놓고 있는 세입니다. 다행한 일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위험에 대한 경고가 나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가면서 멋진 미래로 접근해 갈 수 있게 된 점입니다.

나노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하였는데, 1m의 1,000,000,000 분의 1의 크기입니다. 맨눈으로는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미시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극단은 서로 통한다고 했던가요? 나노의 미시세계는 우주의 거시세계와 다른 점도 많지만 닮은 점도 있을 듯합니다. 이 책에서 그와 같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 무엇이 4차 산업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가 화두인 듯합니다. 정보화 쪽이 유력하다는 분들도 있는 듯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나노기술이야 말로 유망한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도 뒷북을 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자들은 미래기술로의 나노기술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전공 때문에 특히 나노기술이 인체에 위해가 될 요소는 무엇일까에 우선 관심을 두었습니다만, 저자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는 나노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지만, 나노필터와 같은 나노기술을 적용하여 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나노기술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같이 가지고 있어 윤리적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다만 저자들은 나노기술의 부정적인 면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유추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나노기술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인 듯합니다.

오래 전에 잠수함을 축소하여 사람의 몸에 투입하여 병소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마이크로 결사대>라는 1966년작 영화가 있었습니다. 나노기술이 반세기도 전에 상상한 세계를 구현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우면서도 나름대로는 우려가 섞인 시각을 버릴 수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너무 비판적 책읽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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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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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은 로쏘편을 쓴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이라는 이유와 제목에 들어있는 ‘기억’이란 단어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부터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가락’에 나오는 ‘여자고등학교는 참 이상하다.‘라는 구절대로 여고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담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모두 열일곱 살 여고생들의 생각과 감정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기쿠코는 전철 안에서 몸을 더듬는 사십대 여자에게 끌리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초록 고양이’에서는 주변의 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에 입원까지 한 오랜 친구 에미와 관계를 이어가는 모에코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천국의 맛’에서는 엄마와 쇼핑을 하는 것이 취미이던 유즈에게 엄마보다 더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사탕일기’는 뚱뚱한 카나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쓴 일기인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다양한 색깔의 사탕을 준다는 것입니다. 상처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사탕도 독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160cm의 키에 76kg나가는 카나의 비만 수준을 적은 구절을 보면, 코는 볼에 파묻혀 있는데, 눈까지 없어지면 이목구비의 구별이 없어져 햄버거빵처럼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비, 오이, 녹차’는 독신으로 사는 서른여섯 살 이모와 친한 유코는 이모의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가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데, 만약 이모가 가출을 하면 실종신고를 내고 찾아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단편 ‘머리빗과 사인펜’은 스물일곱 살인 남자와 거리낌 없이 동침을 하는 미요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에 따르면 서른명 정도의 남자와 동침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별로 오래지 않아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을 보면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의 이름이 눈에 익다는 느낌이었는데, 단편 여기저기에서 중복 출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출판사의 소개처럼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열 명의 여고생들은 모두 한 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옮긴이는 ‘간혹 어린 시절의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가 내 기억 속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나곤 한다(180쪽)’고 후기를 시작하는데,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누구의 기억이 틀린 것인지는 모를지라도 말입니다.

저자의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옮긴이는 여섯 편의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온갖 감정들이 교차했던 여고 시절의 교실은 이미 내게서 멀어졌는데, 거슬러 올라가 더듬어보면 분명 거기에 있다. (…) 많은 친구들이 그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나 역시 그랬다.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해서 모든 것에 더욱 매달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 모든 것을 탓하고 세상을 미워하면서 자학과 파괴의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모든 이의 성장기에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가지분열이고 열정과 치기의 폭발이 있었을 텐데, 그 때는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크고 무겁게 덜 자란 육체와 정신을 짓눌렀다.(181-182쪽)”

4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인지 저 역시 학교 때의 기억들은 대부분 단편적으로 남아있습니다. 특별한 장면은 몇 가지 떠오르기는 하지만 전후 사정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죄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살아온 날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업을 마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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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 전2권 (2018 다이어리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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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이탈리아 여행길에 피렌체와 밀라노를 구경하면서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과 함께 읽은 책입니다. <전망 좋은 방>의 주인공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은 결정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비슷한 구조를 가진 <냉정과 열정사이>는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 명의 남녀 작가가 각각 남녀 주인공의 시각에서 글을 이어간 옴니버스 형식의 연재소설을 각각의 책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연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한 장씩 차례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남자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쓴 남자주인공 쥰세이의 이야기 ‘블루’를 먼저 읽고 여자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 ‘로쏘’를 읽었습니다.

역시 남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느 한쪽 이야기만을 들어서는 안 되고,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주인공은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쥰세이는 뉴욕에서,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성장했고, 두 사람 모두 동경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만나 사랑을 하다가, 졸업하기 전에 헤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성격도 쥰세이는 열정에 가깝고, 아오이는 냉정에 가까운 듯 보이나, 때로는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는 순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헤어진 뒤에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고미술품의 복원을 배우고, 아오이는 밀라노의 보석가게에서 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사정은 모르는 채입니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사랑을 만났지만 새로운 인연을 대하는 자세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쥰세이는 여전히 아오이를 잊지 못하지만, 아오이는 새로 만난 마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입니다. 역시 남자는 첫사랑을 마음에 새기로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마음에 새긴다는 속설이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끈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의 지붕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었습니다. 사실은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동기를 생각하면 이런 정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아오이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할수록 진실을 분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는 분명해졌는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모릅니다. 두 작가가 결말을 미루두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로서 상상해 보건데는 아마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쥰세이가 지낸 피렌체의 분위기를 적지 않게 소개하였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밀라노의 분위기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아오이의 심리상태의 묘사에 더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피렌체에 근대건축물은 하나도 없답니다. 건물 외관조차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피렌체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을성에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렌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살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피렌체 두오모에 대한 인상적인 설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오모는 피렌체의 거리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어 어느 방향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천재 건축가 브르렌레스키가 세운 둥근 지붕 ‘쿠폴라’는 스커트를 부풀린 중세의 귀부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하다. (…) 하양, 초록, 분홍 대리석으로 장식된 대성당 꽃의 성모교회는 위엄과 우아함이 넘쳐흐르고, 올려다보는 사람을 압도해 버린다.(블루, 10쪽)”

밀라노 두오모에 대한 설명은 다릅니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차가워.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 밀라노답기는 하지만. 두오모. 물건을 사러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창문으로 그 곳이 보일 때면, 순간 가슴을 스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그맣게 메말라 아주아주 멀다. 거의 점처럼 보인다. 겨우 점처럼만 보이는데, 그것은 내 안에서 살아 숨쉰다.(로쏘, 59쪽)” 그런가 하면, ‘밀라노의 이 묵직하고 눅눅한 공기가 그리웠다(로쏘, 69쪽)’라고 적을 만큼 밀라노의 날씨가 인상적인가 봅니다. 제가 두 차례 갔을 때는 모두 화창했는데....

소설을 읽고 보니 영화에서는 피렌체와 밀리노를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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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의문 100 - 생활세제, 의료품, 화장품, 농수산물, 공산품은 얼마나 안전한가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장은정 옮김, 임종한 감수 / 보누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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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많은 생활용품을 자연에서 얻어서 사용했습니다만, 고분자화학이 발전하면서 많은 것들이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연에서 얻는 물질이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만,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들의 안전성 역시 모든 것에 대하여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습기 파문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이 남아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유해물질 의문 100>은 가정용품, 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생활용품 속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가운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질병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요약하였습니다.

일단인 가정 속에서, 음식을 만들 때 집어넣은 식품첨가물에서, 의약품과 화장품에서, 자연식품 속에도, 농축수산물에 들어있는 유해물질, 공업용품, 생활환경 속에 숨어있는 유해물질의 종류가 무려 100가지나 된다고 해서 놀라게 되는데, 사실은 100가지밖에 되지 않은 것이 놀랄 정도입니다. 다만 종류가 너무 많다보니 정보의 깊이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일본의 대중서가 가지는 한계라고나 할까요?

100여 가지나 되는 유해물질 가운데 정말 조심해야 할 것들을 따로 뽑아서 정보의 깊이를 조금 더 깊게 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림을 많이 넣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화학방정식까지 보여주는 것이 과연 책을 읽는 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에게 화학은 이미 잊혀 지고 있는 앎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문제제기가 되었던 대기오염, 내분비장애물질, 즉 환경호르몬은 물론 살균제 등은 당연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인공 화학물질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독성물질, 예를 들면 독버섯, 폐류독 등까지 다루고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위해를 피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농약과 살균제의 경우는 같은 성분이면서도 목적에 따라서 구분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이 다소 모호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유전자변이식품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자변형식물은 식품 혹은 사료용으로만 수입하고 있을 뿐 종자로 들여올 수는 없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유전자변이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와 같은 부작용의 경우 원래의 품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길가름이 쉽지 않은 점도 있어서 최근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결정된 것 같습니다.

저자가 가려 뽑은 유해물질 가운데는 다이나마이트, 기생충 등 이제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이 발생했던 유럽에서도 사라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다루고 있는 것은 책 읽는 이들에게 공연한 공포심(?)을 심어주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사는 관심을 가진 만큼 보이는 법이고 피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겠습니다. 문제는 위험하다는 주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관련 자료를 두루 섭렵하여 스스로 판단하여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빨리 끓어올랐다가 그만큼 빨리 식어버리는 경향이 아쉽기도 합니다. 결국 정책당국에서 선제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감시를 철저하게 해서 국민보건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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