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 전2권 (2018 다이어리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3월에 이탈리아 여행길에 피렌체와 밀라노를 구경하면서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과 함께 읽은 책입니다. <전망 좋은 방>의 주인공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은 결정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비슷한 구조를 가진 <냉정과 열정사이>는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 명의 남녀 작가가 각각 남녀 주인공의 시각에서 글을 이어간 옴니버스 형식의 연재소설을 각각의 책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연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한 장씩 차례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남자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쓴 남자주인공 쥰세이의 이야기 ‘블루’를 먼저 읽고 여자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 ‘로쏘’를 읽었습니다.

역시 남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느 한쪽 이야기만을 들어서는 안 되고,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주인공은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쥰세이는 뉴욕에서,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성장했고, 두 사람 모두 동경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만나 사랑을 하다가, 졸업하기 전에 헤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성격도 쥰세이는 열정에 가깝고, 아오이는 냉정에 가까운 듯 보이나, 때로는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는 순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헤어진 뒤에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고미술품의 복원을 배우고, 아오이는 밀라노의 보석가게에서 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사정은 모르는 채입니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사랑을 만났지만 새로운 인연을 대하는 자세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쥰세이는 여전히 아오이를 잊지 못하지만, 아오이는 새로 만난 마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입니다. 역시 남자는 첫사랑을 마음에 새기로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마음에 새긴다는 속설이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끈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의 지붕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었습니다. 사실은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동기를 생각하면 이런 정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아오이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할수록 진실을 분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는 분명해졌는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모릅니다. 두 작가가 결말을 미루두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로서 상상해 보건데는 아마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쥰세이가 지낸 피렌체의 분위기를 적지 않게 소개하였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밀라노의 분위기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아오이의 심리상태의 묘사에 더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피렌체에 근대건축물은 하나도 없답니다. 건물 외관조차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피렌체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을성에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렌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살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피렌체 두오모에 대한 인상적인 설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오모는 피렌체의 거리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어 어느 방향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천재 건축가 브르렌레스키가 세운 둥근 지붕 ‘쿠폴라’는 스커트를 부풀린 중세의 귀부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하다. (…) 하양, 초록, 분홍 대리석으로 장식된 대성당 꽃의 성모교회는 위엄과 우아함이 넘쳐흐르고, 올려다보는 사람을 압도해 버린다.(블루, 10쪽)”

밀라노 두오모에 대한 설명은 다릅니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차가워.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 밀라노답기는 하지만. 두오모. 물건을 사러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창문으로 그 곳이 보일 때면, 순간 가슴을 스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그맣게 메말라 아주아주 멀다. 거의 점처럼 보인다. 겨우 점처럼만 보이는데, 그것은 내 안에서 살아 숨쉰다.(로쏘, 59쪽)” 그런가 하면, ‘밀라노의 이 묵직하고 눅눅한 공기가 그리웠다(로쏘, 69쪽)’라고 적을 만큼 밀라노의 날씨가 인상적인가 봅니다. 제가 두 차례 갔을 때는 모두 화창했는데....

소설을 읽고 보니 영화에서는 피렌체와 밀리노를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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