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시를 만나다 - 옛 그림 속에 살아 있는 시인들의 언어
임희숙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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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만, 그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음악은 잘 몰라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림은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 같아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꾸준하게 그림에 대한 공부를 하고는 있습니다. <그림, 시를 만나다>를 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림도 어려운데 그 어렵다는 시가 그림을 만났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시인이면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한 임희숙 시인이 쓴 책입니다.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면서 현대 시인의 시와 옛 그림이 묘하게도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술가의 사유는 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데서 이 책이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작품 20점을 골랐는데, 흥미로운 점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로부터 장승업의 ‘고사세동도’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배치하였습니다. 미술사를 보면 어떤 사조라 하여 그 시대의 미술을 대표하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저자가 고른 20점의 작품들이 조선왕조의 시대별로 주제가 비슷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무릉도원의 서정’, ‘왕족 그리고 노비의 관’, ‘두 개의 영혼’, ‘움직이는 진경’, ‘더 가깝게 세상 속으로’ 등의 주제어를 만들고 각각 4점의 작품들을 배치하였습니다.

각각의 작품을 맨 앞에 두고, 작품이 제작된 배경, 화가를 중심으로 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물론, 작품과 관련이 있는 한시(漢詩)도 소개하는 한편, 해당 작품과 잘 어울리는 현대시를 인용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벼랑 끝에 앉아 줄이 없는 거문고를 뜯고 있는 선비를 그린 이경윤의 ‘월하탄금도’에서는 오탁번시인의 ‘그 옛날의 사랑’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시인데, ‘우리들이 소곤댔던 정다운 이야기는 / 추석송편이 솔잎 내음 속에 익는 해거름 / 장지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면서 / 따다가 붙인 코스모스 꽃잎처럼 / 그때의 빛깔과 향기로 남아 있는가’라는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그 옛날의 사랑’에서 노래한 옛날 시골의 서정은 필자의 추억 속에서도 잠자고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인용한 자료가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대목이 있어 적어보려 합니다. 이경운이 가지고 있던 거문고를 허목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를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허목의 거문고는 신라 경순왕이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나라 사람이 신라에 전한 칠현금을 왕산악이 개조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이경운의 신라금이 그것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칠현금은 고구려로 전해서 왕산악이 개조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던 것이고, 굳이 신라금이라고 한다면 우륵이 만든 가야금이 맞을 것 같습니다. 뭔지 몰라도 착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이정의 ‘풍죽도’를 감상하면서는 오태환시인의 ‘칼에 대하여2’를 인용했습니다. 아마도 거센 바람에도 버티고 있는 댓잎에서 칼을 연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인이 칼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시인이 시를 짓는 작업을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비유하였습니다. “시인은 마지막 무사처럼 세상을 칼질한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의 목을 치고 드디어는 아름다운 것들로부터 목이 베이진다. 쉿! 그래서 시인의 칼끝은 언제나 시인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이다(102쪽)” 글이 마치 시처럼 읽힙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서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았지만, 저자처럼 시인의 관점에서 그림을 읽어낸 책은 처음인 듯합니다. 저자가 공산무인도를 처음 보았을 때, ‘텅 빈 숲을 향해 순식간에 발끝이 움직이더니 나로 모르게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170쪽)’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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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위험 -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
김동원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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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계산된 위험>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라는 부제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되었고, 또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것은 6.25 동란이 남침이냐, 혹은 북침이냐를 두고 젊은 세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서입니다. 사실 필자의 세대는 한번도 북침일 가능성을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6.25동란은 북의 남침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필자로서는 최근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한편, 도대체 숨겨진 무엇이 있었던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산된 위험>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분명하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38선 여러 곳에서 일제히 남하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10일 뒤까지, 한반도와 미국 정부 그리고 유엔 안보리이사회를 중심으로 관련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챙겨서 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읽는이가 집중해서 내용을 분석해보면 자연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6.25일 4시 북한군의 월경은 선전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6월 25일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국지적 충돌이 있었는데, 남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북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와 같은 충돌은 상호 반격에 의하여 저지되었을 뿐 전면전으로 확대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한군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전선을 돌파했다고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이를 남한에 의한 북침이 먼저였다는 논리의 근간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남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커밍스는 양비론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인사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한과 북한 양측은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남한군이 개전후 열흘만에 서울이 함락된 것도 모자라 한강방위선이 뚫려 수원까지 밀리고, 남한 정부나 남한군 역시 우왕좌왕하다가 무너져 내렸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가 아주 복잡했던 당시의 상황을 관련 문서를 토대로 잘 구성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하는 동서간의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미국은 소련이 이 전쟁에 직접 군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도깊게 판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선을 다변화해서 자유진영을 혼란에 빠트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강대국의 정치적 놀음에 놀아나다가 인구의 10%가 죽는 끔찍한 전장이 된 불행을 끌어안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은 전쟁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커밍스가 양비론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북한군은 소련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남한군은 겨우 국소적인 충돌을 방어하고, 치안을 겨우 유지할 정도의 무장밖에 할 수 없도록 미군당국이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나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 미국정부로서는 통제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정부는 소련을 위시로 한 공산진영이 자유진영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무대로 한반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만, 홍콩, 인도차이나반도, 버마, 인도, 이란,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독일, 핀란드 등이 추가도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보았던 것인데, 만약 전선이 확대된다면 그것은 비극적인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소련은 변죽만 울리고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중공이 참전하여 힘을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었던 것입니다.

<계산된 위험>에서 저자는 결론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6.25동란을 시작한 쪽이 어디인지에 대한 답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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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삶이 어딨어 청춘용자 이렇게 살아도 돼 1
강주원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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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젊은이를 위한 일터가 모자라 난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난리라고만 할 뿐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어떤 해결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답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일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진입 턱을 높인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담북스가 젊은이들의 일터 찾기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만한 기획을 꾸준하게 내놓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경험을 담은 ‘직업 공감 시리즈’에 이어 ‘청춘용자 시리즈’를 선보였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강주원님의 <틀린 삶이 어딨어>는 청춘용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앞서 ‘직업 공감 시리즈’가 이미 알려진 직업을 얻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았다고 한다면, ‘청춘 용자 시리즈’는 새로운 일터를 창조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청춘들이 뒤쫓고 있는 일터 찾기와는 다른 새로운 일터 찾기는 ‘이렇게 살아도 돼’라는 카피를 내세운 ‘청춘 용자 시리즈’의 성격과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주자인 강주원님 역시 처음에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남들처럼 살아보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기존의 일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그만두기를 두 차례나 해보았다고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도한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꿈톡’이라는 작은 모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임시직을 하면서 빠듯하게 살아가면서도 꿈톡 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누군가가 ‘네 삶은 틀렸어요’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틀린 삶은 없어요. 다만 남들과 다를 뿐이지요’라는 생각으로 버텨온 것이지요.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할 무렵 만들었던 봉사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것들을 버려야했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다녔던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을 ‘의사의 시다바리’라고 정의한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경쟁 상대를 밀어내기 위하여 시작한 일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은 분명 의사와 제약회사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의사가 일방적으로 잘 못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불편합니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도 그런 일은 저지르는 의사 동업자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의사들이 한통속으로 싸잡히는 것도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너럴 의약품을 그만그만한 원가에 만들어서 순전히 영업을 바탕으로 팔려다보니 벌어지는 것인데, 같은 성분의 제너럴이 무려 100종이 넘는 현실을 만들어낸 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지요. 저자가 경험한 생동성시험이 바로 제너럴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얼마나 유사한 것인가를 정하는 실험인데, 여기에도 많은 편법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는 생동성시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습니다.

저자가 한 새로운 시도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꿈톡’입니다. 고민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구성한 오프라인 모임인데,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보면 시나브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임이 성장하게 되면서 고민과 꿈을 나눌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물물교환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내놓은 물건은 달랑 책 한권이었는데, 책 한권이 아홉 번의 교환을 통하여 카페운영권을 획득하게 되어 공간확보에 성공한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꿈을 가진 청춘에게 씨앗이 될 자금 40만원을 지원하는 꿈톡액션지원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으니, ‘모두의 삶은 옳다’라는 저자의 말이 맞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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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를 넘어, 안심사회의 조건 - 위험사회 한국의 소통현실 성찰 그리고 안전국가-안심사회
김원제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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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우리나라를 위험에서 반드시 구해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지만, 정권마다 대형참사가 반복되는 일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위험사회를 넘어, 안심사회의 조건>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대한민국 사회를 안심사회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제안을 내놓고 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위험소통’에 두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국가는 ‘안전(安全)을 얘기하지만, 국민은 걱정과 불안으로 ’안심(安心)‘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서문에 적고 있는 것처럼 결국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요소에 대한 모든 정보를 국민들과 공유하면서 이를 극복할 방안을 같이 마련해야만 안심사회가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라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은 ‘문제제기-진단-성찰-대안모색’이라는 사회과학적 연구방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1장에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성찰적 아젠다 ‘리스크 코리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루었습니다. 2장에서는 “한국사회의 리스크 이슈를 선별하여 소통현실을 진단”합니다. 3장에서는 “위험사회를 극복하고 안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으로서 안심사회가 구현되어야 하는바, 안심사회는 신뢰시스템에 기반할 때 가능함을 성찰”하였습니다. 4장에서는 “안심사회의 조건으로서 사회적 신뢰회복과 커뮤니케이션 합리화 방안에 대해 모색”하였습니다.

한국사회도 선진국처럼 복합적인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바, 이를 극복할 방안을 진즉 마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해왔다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리고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중요한 소통의 문제는 어떤가를 짚어보았습니다. 모두 다섯 가지의 사건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 이슈, 디지털 리스크(아무래도 이는 미래의 사건이 될 가능성 때문인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생활, 식품, 먹는 물, 가습기 살균제, 기후변화 등 우리네 생활을 둘러싼 위해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짚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상황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감추려 하고, 당사자들을 호도하려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움직임은 논외로 한 듯한 인상입니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국민들을 일자무식으로 간주하고 같이 논의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상황을 정리할 때는 상황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참사는 과거의 모현역 사고와 겹쳐 보이고, 메르스 사태는 멕시코발 돼지독감 사태가 겹쳐 보입니다.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은 사전예방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소련이나 일본에서 일어난 원자로 관련 사고와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의 현황과 면밀하게 비교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관리의 과정, 즉, 위험분석, 위험관리, 위험소통 등의 요소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에는 완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전문가들에 내놓는 위험분석이나 위험관리 등에 관한 과학적 자료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데서 문제가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가 망각되고, 왜곡되고, 폄훼되었다는 분석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적 자료가 나타내는 방향을 관련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서서 왜곡하여 시민들의 사고판단에 오류를 일으킨 부분이 분명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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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카피 - 카피라이터가 말하는 카피 쓰기의 모든 것
민재희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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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copy)’라는 단어를 제대로 챙겨보았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카피는 ‘복제’ 혹은 ‘모방’이라는 의미로 옮김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원래는 파리의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등에서 발표된 오리지널 작품을 다른 어패럴 메이커가 라이선스(license)료를 지불하고 복제, 양산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복제하는 것은 카피가 아닌 셈입니다. ‘카피(copy)’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또 다른 의미는 광고나 직접마케팅에서 사용하는 문장을 말한다고 합니다. 패션계에서의 카피는 충분히 숨은 뜻을 알 듯한데, 광고나 마케팅업계에서의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에서 카피(copy)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원본을 복제한다는 의미 이외에도 무선통신에서 상대의 말을 제대로 수신했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MS DOS와 윈도우 체계에서의 명령어 가운데 하나입니다. 광고나 마케팅업계에서 사용한다는 카피는 출판물에서 사진이나 레이아웃 등을 비롯한 다른 요소와는 달리 글로 쓰인 내용을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광고나 마케팅에서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의미는 아닌 셈입니다. 그러니까 ‘문장’ 정도로 옮기면 어느 정도 의미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점 외래어 사용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올 댓 카피>는 카피를 쓰는 직업, 즉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가 마케팅을 겸하고 있는 민재희님이 ‘카피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쓴 책입니다. 출판사는 리뷰의 첫머리에서 “호캉스 가서 탕진잼. 남은 건 텅장과 롬곰옾눞”이라는 문장이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인가! 싶다가도 슬쩍 부러운 마음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할까?’ 싶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탄해야만 할 최근의 우리말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올 댓 카피>에 담아낸 카피에 관한 사실들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즈음 책을 내기 위하여 초고를 마치고 교정과 가다듬기 작업을 진해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두서없이 생각을 마구 풀어놓았던 초고를 검토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더해야 할 것들은 더하고, 읽는 호흡이 매끄럽게 다음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제목들을 정해야 하는데, 제목은 일단 글내용을 잘 함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리 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업계에서 말하는 카피를 잘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올 댓 카피>에 카피라이팅의 시작인 마케팅 지식, 카피를 발상하는 방법, 카피의 다양한 표현법과 그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다고 적었습니다. 촌철살인의 카피를 만나게 되면 도대체 어떤 천재가 이런 카피를 썼을까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카피, 당신도 잘 쓸 수 있다!’라고 합니다. 다만 월등한 카피실력은 배움과 익힘이라는 두 날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 책을 내기 위하여 원고를 쓰던 20년전과 비교해보면 글 쓰는 일이 많이 수월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하게 글을 써온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시절,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꾸준하게 공부하고 공부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단숨에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꾸준하게 쓰고 또 쓰다보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는 자기 피알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하는 것이 피알이라고도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피알이 아니라 카피가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알리기 위하여 줄줄이 사탕으로 사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핵심이 되는 내용을 짧고 인상 깊게 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올 댓 카피>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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