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위험 -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
김동원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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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계산된 위험>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라는 부제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되었고, 또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것은 6.25 동란이 남침이냐, 혹은 북침이냐를 두고 젊은 세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서입니다. 사실 필자의 세대는 한번도 북침일 가능성을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6.25동란은 북의 남침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필자로서는 최근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한편, 도대체 숨겨진 무엇이 있었던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산된 위험>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분명하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38선 여러 곳에서 일제히 남하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10일 뒤까지, 한반도와 미국 정부 그리고 유엔 안보리이사회를 중심으로 관련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챙겨서 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읽는이가 집중해서 내용을 분석해보면 자연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6.25일 4시 북한군의 월경은 선전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6월 25일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국지적 충돌이 있었는데, 남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북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와 같은 충돌은 상호 반격에 의하여 저지되었을 뿐 전면전으로 확대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한군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전선을 돌파했다고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이를 남한에 의한 북침이 먼저였다는 논리의 근간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남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커밍스는 양비론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인사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한과 북한 양측은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남한군이 개전후 열흘만에 서울이 함락된 것도 모자라 한강방위선이 뚫려 수원까지 밀리고, 남한 정부나 남한군 역시 우왕좌왕하다가 무너져 내렸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가 아주 복잡했던 당시의 상황을 관련 문서를 토대로 잘 구성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하는 동서간의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미국은 소련이 이 전쟁에 직접 군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도깊게 판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선을 다변화해서 자유진영을 혼란에 빠트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강대국의 정치적 놀음에 놀아나다가 인구의 10%가 죽는 끔찍한 전장이 된 불행을 끌어안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은 전쟁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커밍스가 양비론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북한군은 소련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남한군은 겨우 국소적인 충돌을 방어하고, 치안을 겨우 유지할 정도의 무장밖에 할 수 없도록 미군당국이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나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 미국정부로서는 통제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정부는 소련을 위시로 한 공산진영이 자유진영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무대로 한반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만, 홍콩, 인도차이나반도, 버마, 인도, 이란,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독일, 핀란드 등이 추가도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보았던 것인데, 만약 전선이 확대된다면 그것은 비극적인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소련은 변죽만 울리고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중공이 참전하여 힘을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었던 것입니다.

<계산된 위험>에서 저자는 결론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6.25동란을 시작한 쪽이 어디인지에 대한 답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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