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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카피 - 카피라이터가 말하는 카피 쓰기의 모든 것
민재희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카피(copy)’라는 단어를 제대로 챙겨보았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카피는 ‘복제’ 혹은 ‘모방’이라는 의미로 옮김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원래는 파리의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등에서 발표된 오리지널 작품을 다른 어패럴 메이커가 라이선스(license)료를 지불하고 복제, 양산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복제하는 것은 카피가 아닌 셈입니다. ‘카피(copy)’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또 다른 의미는 광고나 직접마케팅에서 사용하는 문장을 말한다고 합니다. 패션계에서의 카피는 충분히 숨은 뜻을 알 듯한데, 광고나 마케팅업계에서의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에서 카피(copy)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원본을 복제한다는 의미 이외에도 무선통신에서 상대의 말을 제대로 수신했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MS DOS와 윈도우 체계에서의 명령어 가운데 하나입니다. 광고나 마케팅업계에서 사용한다는 카피는 출판물에서 사진이나 레이아웃 등을 비롯한 다른 요소와는 달리 글로 쓰인 내용을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광고나 마케팅에서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의미는 아닌 셈입니다. 그러니까 ‘문장’ 정도로 옮기면 어느 정도 의미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점 외래어 사용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올 댓 카피>는 카피를 쓰는 직업, 즉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가 마케팅을 겸하고 있는 민재희님이 ‘카피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쓴 책입니다. 출판사는 리뷰의 첫머리에서 “호캉스 가서 탕진잼. 남은 건 텅장과 롬곰옾눞”이라는 문장이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인가! 싶다가도 슬쩍 부러운 마음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할까?’ 싶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탄해야만 할 최근의 우리말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올 댓 카피>에 담아낸 카피에 관한 사실들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즈음 책을 내기 위하여 초고를 마치고 교정과 가다듬기 작업을 진해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두서없이 생각을 마구 풀어놓았던 초고를 검토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더해야 할 것들은 더하고, 읽는 호흡이 매끄럽게 다음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제목들을 정해야 하는데, 제목은 일단 글내용을 잘 함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리 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업계에서 말하는 카피를 잘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올 댓 카피>에 카피라이팅의 시작인 마케팅 지식, 카피를 발상하는 방법, 카피의 다양한 표현법과 그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다고 적었습니다. 촌철살인의 카피를 만나게 되면 도대체 어떤 천재가 이런 카피를 썼을까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카피, 당신도 잘 쓸 수 있다!’라고 합니다. 다만 월등한 카피실력은 배움과 익힘이라는 두 날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 책을 내기 위하여 원고를 쓰던 20년전과 비교해보면 글 쓰는 일이 많이 수월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하게 글을 써온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시절,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꾸준하게 공부하고 공부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단숨에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꾸준하게 쓰고 또 쓰다보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는 자기 피알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하는 것이 피알이라고도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피알이 아니라 카피가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알리기 위하여 줄줄이 사탕으로 사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핵심이 되는 내용을 짧고 인상 깊게 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올 댓 카피>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