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 결코 작지 않은 역사 3
윌리엄 바이넘 지음, 차승은 옮김 / 에코리브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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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가 되었건 역사적 흐름을 정리한 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관심이 많은 과학 분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는 영국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웰컴의학사연구소의 명예교수인 윌리엄 바이넘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서문이 없으니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나 손자에게,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잠들기 전 자분자분 들려주는 천일야화 같으면서도 중요한 발견과 사건, 이론 그리고 과학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역사책이다.(324쪽)’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발전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다는 옮긴이의 말대로 술술 읽히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저자는 ‘과학의 시초’로부터 ‘디지털 시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40개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주제들을 살펴보면 일정한 원칙이 없이 마구 주어 담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학의 기원에서 시작하였지만 이내 의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우주물리학, 공학, 양자역학 등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책의 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지 않고 생각나는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고는 그대로 편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또한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것은 저작 의과대학을 나오고 의학의 역사를 전공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제 안에 들어있는 글의 내용도 일관된 흐름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항생제의 개발 역사를 설명하다가 중간이 인슐린의 제조하는 기술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항생제 이야기가 나오는 등의 방식입니다. 물론 글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아주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전체의 맥락에 어울리지 않은 설명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데 매일 아침 마다 해가 뜨고 저녁마다 해가 지는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간에겐 주변 세계에 대해 탐구할 능력뿐 아니라 호기심이 있었다. 이 호기심이 바로 과학의 핵심이다.(10쪽)’라는 부분도 과연 그랬을까 싶습니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과학적 사고가 필요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 과학은 옛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듯한 느낌에 더하여 팔이 안으로 굽는 논조도 보이더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학술계에 대하여 후한 듯한 느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따로 갈라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읽어보시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앞서 잘 읽히는 서술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는 원저가 그렇다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 그렇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간혹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에너지의 효율을 논하는 대목에서 ‘만약 (엔진의) 완전한 효율을 1이라고 한다면, 실제 효율은 1에서 (나가는) 싱크의 온도를 (들어오는) 증기의 온도로 나눈 수치를 뺀 것이다. 환전한 효율 1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엔진이 증기에서 모든 열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때 들어가고 나가는 온도의 비율은 0이 될 것이다. 즉 1 – 0 = 1이 되는 것이다(216쪽)’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저의 표현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유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도 없지 않습니다. 산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산 아래서 꼭대기를 향해 바로 기어오르는 방법이 있겠고, 산허리를 완만하게 빙빙 돌아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들어가는 에너지의  총량은 같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도 움직이는 물체가 이용하는 엔진이 100% 완벽한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지 부수적인 요소를 따져본다면 어느 쪽이 에너지를 더 사용하게 되는지 구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책읽는 흐름을 깨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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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먹고살기 - 여행을 업으로 삼는 고수들의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임효정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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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이 틀린게 없습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더 많은 곳을 구경해보려는 욕심에 열심히 놀러 다니고, 그리고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운이 떨어져 놀러 다닐 수 없을 때 읽으면서 구경한 것들을 떠올려보려고 말입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이렇게 정리한 이야기를 인터넷 매체에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까운 분들은 여행 작가라로 불러주시기도 합니다.

‘말을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처럼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렇게 쓴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책이 <여행 작가로 먹고 살기>입니다. 아직은 먹고사는 일은 따로 하고 있으니 절실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관한 책을 내야 명실 공히 여행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눅이 팍 드는 느낌입니다. 모두에 펼쳐놓은 “여행이라는 단어는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와 같아서, 듣는 순간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여행이 그렇다면, 여행에 관한 글도 그래야 한다. 여행 글을 읽는 시간이 마치 여행처럼 즐거워야 한다.”라는 첫 구절이 너무 강렬한 느낌이라서였을까요? 여행이거나 여행 글 모두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하거나 쓰고 있는가 돌아보게 만들더라는 것입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여행을 하고 여행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임효정 작가는 여행 작가가 되는 길에 대한 강의를 맡아 하고 있다고도 하니, 여행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진 분들에게는 딱 맞는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행 작가의 속사정을 홀랑 털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 작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행 작가가 되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 특히 여행 작가라고 할 만큼의 글쓰기 비결은 무엇인지, 중요한 여행은 어떻게 준비하고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 지, 좋은 여행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등 여행 작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여행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당신과 카페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말하듯이 쓰기로 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읽게 될 책을 ‘해라’체로 쓴 경우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 꽤 당황했습니다. 카페에 마주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서는 대화체가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막말로 해서 ‘책읽기가 거부하면 읽지 말던가’하는 심정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가는 인터뷰어로도 활동하는 점을 살려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일곱 분의 인터뷰 내용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 들은 이미 잘나가는 여행 작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행 관련 책들도 인세가 넉넉하게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책을 내는 여행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여행 글을 써볼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살아가기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가 되겠지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여행 작가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어떤 여행작가는 ‘제 책에는 정보가 거의 없어요. 요즘엔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데...’라고도 했는데, 사실을 검색을 해서 원하는 정보를 모으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 그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여행지를 방법만 바꾸어서 세번 가는 것이 별날 것이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작가의 책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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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 - 개인의 존엄은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키는가
도나 힉스 지음, 이종민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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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가 묘하게도 현실에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요즈음 제가 일하고 있는 조직 안에서 일고 있는 갈등의 조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사정이 어떻게 전해졌는제 <일터의 품격>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입니다. 원저의 제목 <Leading with Dignity>는 ‘존엄으로 (조직을) 이끌기’ 정도의 뜻을 담았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개인의 존엄은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키는가’라는 부제를 보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겠습니다.

존엄연구의 권위자이며, 국제 분쟁해결 전문가라는 저자의 이력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존엄연구와 국제분쟁해결이라는 주제가 어디서 만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본래 25년 동안 국제 분쟁해결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것인데, 10년 전쯤 미국의 대기업을 자문해온 컨설턴트로부터 직원과 경영진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부딪힌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저자에게 자문을 요청받은 것이 조직관리에 있어서 존엄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문을 요청받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5개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있어 존엄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 결과를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이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존엄모델을 통하여 존엄의 정의와 양상, 그리고 존엄이라는 개념을 우리 삶과 관계에 적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존엄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존엄을 존중하는 방법인 ‘존엄의 필수 요소 10가지’와 진화의 유산이 우리 자신의 존엄을 침해하도록 부추기는 방식인 ‘존엄을 해치는 유혹 10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조직 관리의 원칙으로 제시한 존엄모델을 가지고 회사, 학교 등 다양한 조직에서 존엄을 실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해오면서 추가로 얻게 된 경험을 정리하여 낸 책이 바로 <일터의 품격>입니다.

‘존엄’이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머리에 떠올린 개념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이르는 ‘최고 존엄’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존엄이란 본디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함부로 범할 수 없이 높고 엄숙함’ 혹은 임금의 지위를 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존엄을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갈망으로 풀었습니다.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는 북한에서 적용하고 있는 존엄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서 제시했던 존엄의 필수요소에 더하여 존엄의 가치에 대한 해석을 수업에 참여한 박사과정 학생으로부터 얻었다고 합니다. 조직 관리의 핵심이 되는 존엄에 대한 개념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한 존엄의 개념은 개인이 타고난 가치라는 데서 출발했던 것인데, 그 학생은 조직관리의 핵심이 되는 존엄의 가치는 개인이 타고난 가치를 뛰어넘는 개념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존엄의 수호자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 자신의 존엄만 지켜서는 안돼요. 우리 자신과 타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까지, 모든 형태의 존엄을 지켜야 해요(69쪽)’라고 했다는데서 저자는 ‘존엄은 ‘관계(connection), 관계(connection), 관계(connection)’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존엄을 이해하는 것’ 즉 ‘존엄 인식(dignity consciousness)’의 개념으로 정리해낸 것입니다. 존엄인식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엄과 연결돼 있고(첫 번째 C), 타인의 존엄과 연결돼 있으며(두 번째 C) 우리 자신보다 위대한 무언가의 존엄과도 연결돼 있음(세 번째 C)을 의미한다.’라고 말입니다.

<일터의 품격>을 구성하는 3개의 장, 존엄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마음을 움직이는 존엄 리더십, 모두가 존중받는 조직문화 만들기 등을 구성하는 열아홉 개의 작은 주제는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 서로 존엄을 지킴으로써 조직 전체의 존엄을 세우는 일이 조직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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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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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술이(述而) 편에 “三人行 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책읽기는 이보다 더 유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책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위험한 책>이라는 제목에서 무엇이 위험한지 궁금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인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역시  인간의 운명을 뒤바꾸어놓는다(5쪽)’라고 말합니다. 헤밍웨이는 많은 독자들을 스포츠광으로 만들었고 뒤마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여인들의 삶을 뒤집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 인간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경우’는 전혀 다른 의미인 듯합니다. 화자의 동료 이자 내연의 관계로 보이는 여교수가 에밀리 디킨슨의 구판본 시집을 사고, 거리를 걸어가면서 읽다가 자동차에 치어 죽었다는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묘합니다. 책장 높이 꽂혀있는 책을 꺼내려다가 다리가 부러진 사건이나 책장에서 떨어진 책에 머리를 맞아 반신마비가 된 사건 등등 책이 건강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책읽기에 빠져있는 동안 눈 건강이 계속 위협받고 있는 저의 경우도 비슷하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린 화자의 동료가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때 만난 누군가에게 주었다는 책이 그녀의 사후에 되돌려졌는데, 그 책을 받은 화자가 그 연유를 추적하는 과정을 적고 있습니다. 그 책은 조셉 콘래드의 <섀도 라인>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 들어있는 <암흑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속지에는 “카를로스에게, 몬테레이에서의 미친 날들을 기념하며. 공항에서 공항으로 나와 함께 붙어 다녔던 소설. 참 유감스럽게도, 내 영혼에 마녀가 깃들어 있다는 걸 금방 깨달았어요. 당신이 뭘 하든 날 놀라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1996년 6월 8일.”라는 헌사가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침대를 같이 쓰는 사이인 여성에게 배달되어 온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한다면, 특히 그녀가 사고로 죽음을 당한 뒤라면, 저 역시 그 사유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화자는 이 책을 보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를로스의 행방을 찾아 멕시코로 향하지만, 카를로스와의 만남은 의외로 쉽지가 않습니다. 이야기를 뒤따라가는 동안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에 대하여 여백에 메모를 하는 사람, 메모지에 써 책갈피에 끼우는 사람 등에 대하여 듣게 됩니다. 책을 어떻게 읽는가 하는 문제는 각자의 선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 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읽은 책처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면 뒤에 읽을 또 다른 사람을 위하여 줄을 친다거나 메모를 하는 짓은 자제함이 옳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벌써 누군가 남긴 밑줄이 적지 않게 쳐있었습니다. 변명삼지 않았나 싶은 대목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어떤 상념의 유혹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메모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나는 일개 독자에 지나지 않아요. 나는 이미 완성된 형태의 풍경 속을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끝이 없어요. (…)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자만, 서가란 시간 속으로 난 문입니다.(45-46쪽)”

이 이야기는 애서가, 서적수집가, 장서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책을 사랑하다 혼란에 빠지고 인상적인 운명의 격변을 겪어야 했던 한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합니다. 저자는 콘래드의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그는 또다시 자기를 절대 혼자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해주기를 간청했다.(97쪽)” 그런데 작가는 소설 속의 그를 바로 책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냈습니다. 책이 주인에게 지켜주기를 간청하는 모습은 최근에 읽은 <책의 자서전; >과 흡사한 면이 있어 보였습니다. 사람 간의 사랑이 쉽지 않은 것처럼 사람과 동물, 혹은 사람과 무생물 사이의 사랑에도 뭔가 지켜야 할 무엇이 있는 것이라면 사랑이란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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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하마터면 그냥 탈 뻔했어 - 기내식에 만족하지 않는 지적 여행자를 위한 비행기와 공항 메커니즘 해설 교과서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아라완 위파 지음, 전종훈 옮김, 최성수 감수 / 보누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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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혹은 여행하면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하마터면 그냥 탈 뻔했어>라는 제목에 낚여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비행기를 그냥 타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기내식에 만족하지 않는 지적여행자를 위한 비행기와 공항 메커니즘 해설 교과서’라는 부제에서 ‘지적여행자’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어감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비행기를 탈 때 무사히 목적지 공항에 도착할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이유는 간혹 신문을 장식하는 비행기 사고 소식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가 치명적인 까닭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 언론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에 비행기 사고가 드물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부제를 조금 풀어 설명하기를 면세점, 활주로, 관제탑, 주기장, 조종실 등 공항을 이용한 여행에서 궁금할 것이라고 저자가 생각한 98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놓은 책입니다. 차림이 꽤 많아보입니다. 차림이 많다는 것은 설명이 간략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책을 쓴 아라완 위파는 태국 논타부리대학을 졸업하고 타이항공의 정비부분 책임자로 항공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비행기, 특히 안전과 관련된 내용으로 압축하여 상세하게 설명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조종실과 객실이 구분되지 않은 경비행기를 타는 경우에는 조종실을 들여다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큰 비행기의 경우 조종실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호기심을 충족할 기회는 별로 없기 때문에 사진도 넉넉하게 붙여서 설명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비행기의 구조나, 정비 등,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용어 등이 어렵고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지도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역시 참고자료를 충분히 활용하여 상세하게 설명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종사나 항공정비사가 되는 방법 역시 너무 간단하게 설명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조종사나 정비사보다는 승무원은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고, 또한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기 때문에 지원이 쉬울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정말 몰라서 안타깝다는 생각의 드는 대목도 있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가는 북극 항로를 특히 깊은 밤에 날다보면 오로라를 볼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유럽을 갈 때 경유하지 않는 항로라서 아쉽습니다.

시차를 예방하는 방법 3가지는 한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1. 아침식사로는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생선을 먹어야 한다. 2. 저녁식사로는 탄수화물이 많은 밥이나 스파게티, 빵이 좋다. 3. 출발 전부터 도착지 시각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떠나기 2일전부터 목적지의 시차를 염두에 두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그곳이 밤인 시간대에는 잠을 자거나 신체활동을 자제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비행기를 탈 때 시계를 현지시간으로 맞추고 현지시간에 맞춰 자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다음 번 여행에서는 한번 시도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알파벳으로 되어 있는 비행기 좌석은 A에서 시작해서 쭉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규칙이 있는가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기 사고는 기체의 결함도 문제이지만 공항시설과 모든 물적 자원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인위적 실책도 개입되는 만큼 승객의 입장에서 사고를 피해갈 수 있는 특별한 묘책은 없어 보입니다. 이렇듯 비행과 관련된 잡다한 상식을 모아놓은 가벼운 느낌의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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