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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 ㅣ 결코 작지 않은 역사 3
윌리엄 바이넘 지음, 차승은 옮김 / 에코리브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분야가 되었건 역사적 흐름을 정리한 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관심이 많은 과학 분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는 영국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웰컴의학사연구소의 명예교수인 윌리엄 바이넘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서문이 없으니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나 손자에게,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잠들기 전 자분자분 들려주는 천일야화 같으면서도 중요한 발견과 사건, 이론 그리고 과학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역사책이다.(324쪽)’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발전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다는 옮긴이의 말대로 술술 읽히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저자는 ‘과학의 시초’로부터 ‘디지털 시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40개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주제들을 살펴보면 일정한 원칙이 없이 마구 주어 담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학의 기원에서 시작하였지만 이내 의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우주물리학, 공학, 양자역학 등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책의 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지 않고 생각나는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고는 그대로 편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또한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것은 저작 의과대학을 나오고 의학의 역사를 전공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제 안에 들어있는 글의 내용도 일관된 흐름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항생제의 개발 역사를 설명하다가 중간이 인슐린의 제조하는 기술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항생제 이야기가 나오는 등의 방식입니다. 물론 글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아주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전체의 맥락에 어울리지 않은 설명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데 매일 아침 마다 해가 뜨고 저녁마다 해가 지는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간에겐 주변 세계에 대해 탐구할 능력뿐 아니라 호기심이 있었다. 이 호기심이 바로 과학의 핵심이다.(10쪽)’라는 부분도 과연 그랬을까 싶습니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과학적 사고가 필요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 과학은 옛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듯한 느낌에 더하여 팔이 안으로 굽는 논조도 보이더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학술계에 대하여 후한 듯한 느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따로 갈라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읽어보시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앞서 잘 읽히는 서술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는 원저가 그렇다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 그렇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간혹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에너지의 효율을 논하는 대목에서 ‘만약 (엔진의) 완전한 효율을 1이라고 한다면, 실제 효율은 1에서 (나가는) 싱크의 온도를 (들어오는) 증기의 온도로 나눈 수치를 뺀 것이다. 환전한 효율 1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엔진이 증기에서 모든 열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때 들어가고 나가는 온도의 비율은 0이 될 것이다. 즉 1 – 0 = 1이 되는 것이다(216쪽)’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저의 표현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유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도 없지 않습니다. 산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산 아래서 꼭대기를 향해 바로 기어오르는 방법이 있겠고, 산허리를 완만하게 빙빙 돌아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들어가는 에너지의 총량은 같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도 움직이는 물체가 이용하는 엔진이 100% 완벽한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지 부수적인 요소를 따져본다면 어느 쪽이 에너지를 더 사용하게 되는지 구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책읽는 흐름을 깨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