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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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사태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게 된 것이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잠시 풀리는 듯했지만, 델타변이에 이어서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오면서 어디고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여행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해외에서 감염되어 들여온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불요불급한 여행을 자제해야 하겠고, 방역당국도 나가는 것은 막지 못하더라고 그런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차단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늦게 시작한 해외여행을 겨우 6년 채우고는 2년을 허송세월하고 있어서 억울한 느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에 다녀온 여행기를 다시 읽어보거나 다른 이들이 쓴 여행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게 됩니다.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도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광고문안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업무와 관련해서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외국의 다양한 곳을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문에 보면, ‘왜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보니 생각거리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수많은 여행 끝에 내린 작가의 결론은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11)”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만의 빛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떤 여행기도 여행보다 위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여행에 대하여 말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서문만을 읽어도 광고문안가로서의 내공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 스물세꼭지의 글은 작가가 결혼 전에 혼자서 했던 여행과 결혼하고서 남편과 함께 한 여행에서 찾아낸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숙소, 고향, , 단골집, 술 등이 그것입니다. 제목은 <모든 요일의 여행>입니다만, 여행 자체나 이 책에 담긴 여행들이 요일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전작에서 따온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책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10년 전에 읽은 책에서 소개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시골 판자노에 있는 정육점에서 열리는 스테이크 파티에 참석한 이야기입니다. 열댓명이 모여서 엄청 쌓여있는 고기와 술을 마시는데 작가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신 여행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곁들여진 사진들은 이야기의 내용과 부합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잘 정리해두셨던 모양입니다. 갈무리해둔 사진들을 뒤적이면서 주제를 떠올리고 이야기를 엮어낸 것은 아닌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등장하는 사진도 적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모르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꼭 찍고 싶은 장면에서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아 배경으로 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붙임성이 좋은 편인가 봅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사람들하고 쉽게 어울리고, 또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다시 그곳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니 말입니다.


이야기 사이에는 모두 20편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제목 없는 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을 옮겨봅니다. “집 나가면 / 몸이 고생이다. // 하지만 / 집을 나가지 않으면 / 마음이 고생이다. // 적당한 방황과 / 적당한 고생과 / 적당한 낯섦이 그리워 / 수시로 끙끙 앓는 / 마음을 가졌다. // 어쩌다 보니 /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69)” 작가는 천생 여행가인 듯합니다. 작가의 여행이야기에는 외국여행 뿐 아니라 국내 여행, 심지어는 동네 이야기까지도 동원됩니다. 작가에게 여행은 일상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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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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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불치의 병을 앓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 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 임종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희망 속에서 가능한 한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합니다. ‘호스피스(hospice)’병원(hospital)’은 환대(hospitality)와 마찬가지로 호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는데, 호스페스에는 집주인손님혹은 낯선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영국의 공중보건의사이자 완화의료전문가인 레이첼 클라크가 완화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말기환자들의 임종과정을 돌본 경험과 특히 암에 걸린 아버지와의 작별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기록한 완화의료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작가는 영국의 시골마을 윌트셔에서 지역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진료소에서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진료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자랐습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는 시사 기록물을 제작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알카에다, 콩고내전 등을 취ㅐ하였습니다. 1999년 런던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발사건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건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뒤늦게 의학의 길에 투신합니다.


의사가 된 다음에는 응급실 근무를 거쳐 완화의학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에 중요하며,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중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평온하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214)”라는 완화의료 운동의 창시자인 데일 시슬러 손더스의 말을 인용하는 등, 완화의료의 정수를 배울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230)”라고도 말합니다.


외투를 입히다. 덮어 감추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펠리에어(palliare)에서 유래한 완화의료(palliative medicine)1차 목표는 죽음의 증상을 숨기는 데 있음을 암시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저자가 완화의료 전문가가 된 것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환자중심의 진료를 해온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간호사인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돌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건강하였을 때 죽음 조약을 맺었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의사가 되어 모르핀을 처방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때 혹시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라도 걸리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즉 조력자살을 당부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죽음 조약보다는 완화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생긴 불안감에서 죽음조약을 맺었지만, 대장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고서 죽음을 받아들인 덕분에 남은 순간을 음미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죽는 것이 두렵냐는 저자의 질문에 아니다. 증상은 두려울 수 있지만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더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 사는 데는 더 미련이 없단다. 이만하면 잘 살았으니까.(344)”라고 답합니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여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면 저자의 아버지는 득도를 한 셈입니다. 저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책과 영화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책들을 읽어볼 요량입니다. 저자가 의학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은 아버지가 공부하던 시절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는 대목이 나옵니다만, 저자의 아버지의 경험은 저와 비슷한 점이 있어 저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작은 아이에게도 추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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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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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치매환자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력 감퇴이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치매환자에서는 왜 기억력이 감퇴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 관한 책들은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아기 기억술사의 기억력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http://blog.yes24.com/document/7314893>와 질 프라이스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http://blog.yes24.com/document/7334212>가 있습니다. 두 책은 정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실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추리소설작가 데이비드 발다치가 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기억과잉증후군을 주제로 한 범죄수사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억과잉증후군은 대체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의 남자주인공으로 전직형사인 데커의 경우는 미식축구경기에서 일어난 충돌로 심장박동이 멈추었다가 소생한 뒤로 기억과잉현상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잔인한 연쇄살인을 이어가는 범죄자 역시 집단 강간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기억과잉현상이 생겼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데커에게 기억이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거나 아니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기억과잉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보통 사람처럼 왜곡된 기억을 입력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맞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말을 바꿔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데커는 문제가 된 충돌사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누구나 고도로 활성화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되지 않고 있다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잠금해제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후천성 서번트증후군이라고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억과잉현상이 생긴 이유를 밝히고,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지연구소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는 기억과잉증후군을 가진 데커가 인지연구소에서 함께 치료를 받던 인물이 저지르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사건을 저지르는 쪽이 설계한 과정을 뒤쫓는 것은 쉽지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상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설계한 살인을 뒤쫓는 것은 마치 투명인간에게 당하는 느낌이라고도 합니다. 투명인간이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평범해서 어디에나 잘 섞이고, 옆에 있어도 남의 이목을 끌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마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데커와 연쇄살인마와의 대결은 경찰과 연방수사국이 공조하여 범인을 뒤쫓고 있지만, 범인이 일부러 남겨놓은 흔적을 뒤따라가기도 바쁘게 전개됩니다. 어느 시점인가 데커가 범인의 윤곽을 좁혀냈지만, 범인은 종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데커는 스스로는 미끼로 내놓아 범인과 접촉을 꾀합니다. 목숨을 건 도박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데커는 승기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에 줄거리를 요약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범죄의 동기라는 것이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남들이 다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참 어리숙한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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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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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의 여행은 주로 일과 관련된 것이라서 여행 중에도 일에 관한 생각에 빠져야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주로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되다보니 구경거리에 대한 공부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이다. 낯선 곳과 마주하면 그곳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라고 한 김경한님의 말씀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김경한 님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장소를 찾아가고 정제된 사유를 통해 아름답게 살다 가는 것.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일상의 경계 밖으로 끝없이 나를 몰아세우는 일을 채무처럼 안고 지내왔다(9).”고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곳으로 걸어 들어가서 그 땅을 관찰하면 현실의 고단한 나를 잊어버릴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속세의 상처를 치유 받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곤 했다.”는 것입니다.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는 그런 여행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유럽,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여행지에 대한 기록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젊어서 체력이 될 때 먼 곳을 먼저 구경하기로 한 탓에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쳐도,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는 국내에서도 작가가 언급한 장소들 가운데 제가 가본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지를 고르거나, 여행지에서 찾아가는 곳을 고르는 기준이 저와는 다른 탓이겠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적을 때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작가 역시 오랜 세월을 기자로 활동해온 까닭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듯 합니다만, 타이타닉호가 리버풀에 있는 앨버트독에서 건조되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타이타닉호가 리버풀을 모항으로 하였기 때문에 리버풀에 타이타닉 박물관도 있다고 합니다만, 타이타닉호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의 조선소에서 건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버풀, 코츠월드, 더불린으로 이어지는 도시에서 저자가 사유의 샘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영화, 희곡, 소설, 음악 등 다양한 소재에서 끌어온 이야기와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이런 대목입니다. “아틀란티스 북스는 에게 해의 기적으로 불린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남아있는 서점으로 전 세계 작가 지망생들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145).” 저도 산토리니 섬을 여행하면서 들러보았습니다만, 작가가 추켜올린 만큼의 서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글은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러나는 듯한 대목도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에 있는 아부다비 루브르의 건축에 관한 이런 대목입니다. “돔형 지붕 전체를 스테인리스 스틸과 철,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무수하게 교차시켜 시공했다. 그 사이사이에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은 태양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쫓아가면서 매일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낙하시키고 있었다.(255)”


매년 봄이면 우리나라를 습격(?)하는 황사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초원의 황사는 매년 봄마다 한반도까지 밀려온다. 그 미세먼지 속에 몽골초원의 탱그리 정신이 묻어있는지도 모른다.(261)”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지역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건조한 사막지역에 쌓인 먼지가 거센 바람에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니 초원에서 황사가 일 까닭은 없을 것입니다.


보르네오의 키나발루의 풍광에 감동을 받은 작가가 인용한 일본의 국민작가라는 시바 료타료의 글도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었습니다. “산은 허물어지고 내는 흘러 길이 새롭고, 돌은 묻혀 흙에 덮이고, 나무는 늙어 새 나무로 대체되니 시간 흐르고 대가 바뀌건만 그 자취 찾기 어려울 뿐이라는 대목을 광대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아니던가라는 생각에서 인용한 것 같습니다만 구절을 새겨보면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다양한 소재들을 인용하여 잘 버무려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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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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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체중이 불어나면서 체중이 덩달아 높아지는 바람에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걷기로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걸을 때는 가급적이면 빠르게 걸으려 노력을 합니다. 한때는 느리기 걷는 즐거움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서울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풍광도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걷는 즐거움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걷기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발걸음>으로 만나보았던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입니다. <마음의 발걸음>에서는 작가가 더블린을 출발하여 모허 절벽과 골웨이 등 아일랜드 서쪽 해안을 따라 걸으면서 아일랜드계로서의 정체성을 따져보고, 아일랜드의 역사, 문학, 정치를 되짚어보는 여행기였습니다. 저는 영국과 묶어서 아일랜드를 가보았습니다만, 벨파스트와 더블린을 연결하는 아일랜드의 동쪽 해안을 따라가는 단체여행이었기 때문에 아일랜드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를 엿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마음의 발걸음>의 역자후기에서 리베카 솔닛을 세계적인 작가로 이끌어낸 작품이 <걷기의 인문학>이라고 해서 읽게된 꼬리를 무는 책읽기였습니다. 정여울 작가는 솔닛의 글쓰기를 훔치고 싶었다라고 서두를 떼었습니다.


모두 4개의 묶음으로 나뉘어있습니다. 1부는 걷기의 통사에 해당하는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부가 19세기의 시골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3부는 20세기 도시의 거리를, 4부는 21세기의 자동차도로의 풍경을 조망하였습니다. 그래서 <방랑벽(Wamderlust)>이라는 제목에 보행의 한 역사(A History of Walking)’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았나 봅니다.


1부를 여는 1, 걸어서 곶까지 통사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서론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는 책을 쓸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보행의 역사를 기록하면서도,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17)’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시조가 걷기 시작한데서 보행의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 육체적 보행의 역사는 직립보행과 인체 해부의 역사에 닿아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를 쓰려다말고 집을 나서서 산책에 나섰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북쪽에 있는 곶을 향하는 산책로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이러저런 생각들이 왔다가 가곤합니다. 아마도 보행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걷기만한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2, 정신의 발걸음에서는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발이 움직여야만 내 머리가 움직인다(33)’라는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걷기에 관한 철학적 견해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의식적 문화행사로서 걷기 시작한 이는 루소였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소요학파에서부터 루소, 헤겔, 칸트, 키에르케고르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보행을 이야기합니다. 1부에서 육체적 보행을 이야기했다면, 2부에서는 정신적 보행을 살펴본 셈입니다.


3, 직립보행의 시작: 진화론의 요지경은 시각을 더 멀리 끌어올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행을 논합니다. 그리고 4, 은총을 찾아가는 오르막길: 성지순례에서는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순례길에 오로는 것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영혼의 믿음과 소망을 표현하는 일이라면, 순례란 물질을 화해시키는 일이 아닐까?(90)” <걷기의 인문학>은 사유의 깊이가 상당한, 그래서 나름 난해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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