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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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체중이 불어나면서 체중이 덩달아 높아지는 바람에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걷기로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걸을 때는 가급적이면 빠르게 걸으려 노력을 합니다. 한때는 느리기 걷는 즐거움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서울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풍광도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걷는 즐거움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걷기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발걸음>으로 만나보았던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입니다. <마음의 발걸음>에서는 작가가 더블린을 출발하여 모허 절벽과 골웨이 등 아일랜드 서쪽 해안을 따라 걸으면서 아일랜드계로서의 정체성을 따져보고, 아일랜드의 역사, 문학, 정치를 되짚어보는 여행기였습니다. 저는 영국과 묶어서 아일랜드를 가보았습니다만, 벨파스트와 더블린을 연결하는 아일랜드의 동쪽 해안을 따라가는 단체여행이었기 때문에 아일랜드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를 엿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마음의 발걸음>의 역자후기에서 리베카 솔닛을 세계적인 작가로 이끌어낸 작품이 <걷기의 인문학>이라고 해서 읽게된 꼬리를 무는 책읽기였습니다. 정여울 작가는 솔닛의 글쓰기를 훔치고 싶었다라고 서두를 떼었습니다.


모두 4개의 묶음으로 나뉘어있습니다. 1부는 걷기의 통사에 해당하는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부가 19세기의 시골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3부는 20세기 도시의 거리를, 4부는 21세기의 자동차도로의 풍경을 조망하였습니다. 그래서 <방랑벽(Wamderlust)>이라는 제목에 보행의 한 역사(A History of Walking)’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았나 봅니다.


1부를 여는 1, 걸어서 곶까지 통사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서론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는 책을 쓸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보행의 역사를 기록하면서도,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17)’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시조가 걷기 시작한데서 보행의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 육체적 보행의 역사는 직립보행과 인체 해부의 역사에 닿아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를 쓰려다말고 집을 나서서 산책에 나섰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북쪽에 있는 곶을 향하는 산책로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이러저런 생각들이 왔다가 가곤합니다. 아마도 보행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걷기만한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2, 정신의 발걸음에서는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발이 움직여야만 내 머리가 움직인다(33)’라는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걷기에 관한 철학적 견해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의식적 문화행사로서 걷기 시작한 이는 루소였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소요학파에서부터 루소, 헤겔, 칸트, 키에르케고르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보행을 이야기합니다. 1부에서 육체적 보행을 이야기했다면, 2부에서는 정신적 보행을 살펴본 셈입니다.


3, 직립보행의 시작: 진화론의 요지경은 시각을 더 멀리 끌어올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행을 논합니다. 그리고 4, 은총을 찾아가는 오르막길: 성지순례에서는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순례길에 오로는 것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영혼의 믿음과 소망을 표현하는 일이라면, 순례란 물질을 화해시키는 일이 아닐까?(90)” <걷기의 인문학>은 사유의 깊이가 상당한, 그래서 나름 난해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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