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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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치매환자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력 감퇴이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치매환자에서는 왜 기억력이 감퇴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 관한 책들은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아기 기억술사의 기억력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http://blog.yes24.com/document/7314893>와 질 프라이스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http://blog.yes24.com/document/7334212>가 있습니다. 두 책은 정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실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추리소설작가 데이비드 발다치가 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기억과잉증후군을 주제로 한 범죄수사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억과잉증후군은 대체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의 남자주인공으로 전직형사인 데커의 경우는 미식축구경기에서 일어난 충돌로 심장박동이 멈추었다가 소생한 뒤로 기억과잉현상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잔인한 연쇄살인을 이어가는 범죄자 역시 집단 강간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기억과잉현상이 생겼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데커에게 기억이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거나 아니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기억과잉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보통 사람처럼 왜곡된 기억을 입력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맞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말을 바꿔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데커는 문제가 된 충돌사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누구나 고도로 활성화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되지 않고 있다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잠금해제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후천성 서번트증후군이라고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억과잉현상이 생긴 이유를 밝히고,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지연구소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는 기억과잉증후군을 가진 데커가 인지연구소에서 함께 치료를 받던 인물이 저지르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사건을 저지르는 쪽이 설계한 과정을 뒤쫓는 것은 쉽지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상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설계한 살인을 뒤쫓는 것은 마치 투명인간에게 당하는 느낌이라고도 합니다. 투명인간이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평범해서 어디에나 잘 섞이고, 옆에 있어도 남의 이목을 끌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마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데커와 연쇄살인마와의 대결은 경찰과 연방수사국이 공조하여 범인을 뒤쫓고 있지만, 범인이 일부러 남겨놓은 흔적을 뒤따라가기도 바쁘게 전개됩니다. 어느 시점인가 데커가 범인의 윤곽을 좁혀냈지만, 범인은 종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데커는 스스로는 미끼로 내놓아 범인과 접촉을 꾀합니다. 목숨을 건 도박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데커는 승기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에 줄거리를 요약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범죄의 동기라는 것이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남들이 다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참 어리숙한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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