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스토리
김성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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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종으로 진단받은 가족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치의께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키트루다가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만, 보호자 입장에서도 키트루다라는 약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김성민 기자의 <키트루다 스토리>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키트루다는 면역관문억제제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지원하는 항암제입니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항암제, 즉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하여 분열하는 암세포의 사멸효과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하여 항암제를 사용할 때 동시에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세포 역시 암치료제의 공격을 받는 부작용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종의 화학항암제가 보이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키트루다 스토리>에서는 머크에서 키트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키트루다를 사용하는 암종에서의 치료효과 및 부작용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키트루다를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암종으로는 악성 흑색종, ㅂ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위암, 식도암, 신세포암, 자궁내막암, 삼중음성 유방암, 자궁경부암, 담도암, 간세포암 등이 있습니다.

<키트루다 스토리>에서는 폐암, 삼중음성 유방암, 그리고 신세포암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악성 흑색종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들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큰 면역항암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키트루다가 더 많은 환자를 더 오랫동안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약물이 환자 몸속에서 계속 반응하는 특성 덕분이라고 합니다.

머크가 키트루다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접근방식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초기암에서 수술 전 요법으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하면 신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가 늘어나고, 특정 종양을 인지하는 T세포가 림프절을 돌아다니면서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암세포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130)”라는 대목입니다.

점막 흑색종으로 진단을 받은 뒤에 빠른 시기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이어서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에 면역치료제로 키트루다 치료를 3주마다 17회 받는 장정을 시작했습니다. 키트루다가 몸 속 어디엔가 숨어있을 수 있는 악성 흑색종 세포를 박멸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각종 유전자검사에서 특이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아 선택할만한 항암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키트루다 치료는 기대할만한 대목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면, 흑색종은 변이가 많은 암 혹은 종양 변이부담(tumor mutational burden, TMB)가 큰 암입니다. 변이가 많다는 것은 하나의 변이만 목표로 치료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TMB가 큰 흑색종은 면역반응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 지는 흑색종 치료에 효능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각종 유전자 검사에서 뚜렷한 변이가 나타나지 않은 사례에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가 하고 있는 업무 가운데 PD-L1검사의 효과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약제의 효능 등에 관한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일반 독자가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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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바르셀로나의 골목을 어슬렁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현 / 인디펍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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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다녀오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요즈음에는 건너 방에 가듯 쉽게 다녀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해외여행을 통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골목을 어슬렁거리면 얼마나 좋을까>는 국악을 전공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발령을 받기 전에 유럽을 두루 구경한 끝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 살기를 한 경험을 담아낸 책입니다.


작가가 세운 여행 목표는 제가 보기에도 아주 간결하고 젊은이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셀로나에서는 동네 산책, 요가, 미사, 햇빛 쬐기, 자전거 타기, 밥지어 먹기, 낮잠 자기 등 서울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굳이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할까 싶은 대목입니다.


스페인 와인 마구마시기가 할 일 목록에 있는 것처럼 술에 관해서는 철학이 뚜렷해 보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2.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눈다는 주장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주종 가리지 않고 매일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꽃말처럼 술말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참신한 착상도 선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인용도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고전요리 책 작가, 펠레그리노아르투시는 살면서 때때로 젤라또를 먹는 기쁨을 누리지 않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 등입니다.


저는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만, 빠에야를 예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었다고 하는데, 제가 즐기는 단체여행에서 하루 한 끼 빠에야를 먹었다면 여행사에 전화를 했을 것 같습니다. 비빔밥이라면 하루에 한 끼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빠에야는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교단에 서실 분이라서인지 대체적으로 원샷이라던가 쎄비다’(그나마 쌔비다가 옳은 속어표현이군요)와 같은 속어 혹은 한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리하겠습니까?


사실은 준비하고 있는 책에서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도 다룰 예정이라고 읽게 되었습니다만, 바르셀로나에서 압생트를 마실 수 있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프랑스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압생트를 죽음과 영감의 술이라고 했습니다.“독하고 값싸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술이었다는 그 압생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기 전에 마셨다는 그 압생트. 마시면 초록 요정이 보인다는 그 압생트. 오스카 와일드가 마시곤 바닥에서 튤립이 피는 것을 보았다는 그 압생트. 내가 그 술을 마실 줄이야!”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압생트를 마시는 방법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바르셀로나를 그저 한나절 구경하는 것으로 끝났던 여행이 몹시 아쉬웠던 탓에 바르셀로나에서 무려 한 달씩이나 살았다는 작가가 경험하거나 겪어본 것이 너무 소박하더라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것들을 눈에 담아보는 일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그것도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라서 아쉬웠습니다. 부피도 많지 않아서 단숨에 읽어내기는 했습니다만, 크게 기억에 남는 대목이 없는 듯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피게레스에 있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에 다녀오셨다는데 카탈루냐 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등 바르셀로나에 있는 미술관에는 다녀오셨는지 ,언급이 없어서 궁금합니다. 하지만 기차여행에 관하여 적어놓은 대목은 새겨볼 만했습니다. “나는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은근한 소음과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는 느낌. 조용히 하는 주변 관찰. 무엇보다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한번 지나간 창밖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진 찍을 걸!’하는 포토제닉한 순간이 많지만 실제로는 다 놓친다. 한 지점을 자세히 관찰하기 어렵고 그림을 그릴수도 없다. 구름은 계속해서 바뀐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무엇보다 말미에 정리해놓은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상의 편린들을 보면 작가가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일상이 그보다 더 평범할 수는 없을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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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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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음이 물었다>라는 제목만으로는 헷갈릴 수 있습니다. 동명의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라는 부제까지 붙여야 아나 아란치스가 쓴 책이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A MORTE E UM DIA QUE VALE A PENA VIVER>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죽음은 살 가치가 있는 날의 하나라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완화의료를 전공한 저자가 20여년이 넘도록 임종을 맞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면서 깨닫게 된 성찰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저자는 아주 어렸을 적에 말초동맥질환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의사기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의사가 되어 해부학실습을 처음 받던 날 대부분의 학생들은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이기 마련입니다만, 저자는 실습을 하게 될 시신을 지켜보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정말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구나 싶습니다. 임상실습을 처음 나가서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던 순간도 회고하고 있어서 저의 기억도 되살려 보았습니다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4학년 때는 집안 사정도 있었지만, 유난히 많은 죽음을 지켜보던 끝에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소명을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에 1년 뒤에 학업에 복귀하여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적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인용한 사람들은 이유가 존재하는 한 어떤 방식이든 견뎌낼 수 있다라는 니체의 말은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완화의료라는 분야는 생소할 것 같습니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성인을 위한 완화의료의 개정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 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문제의 치료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킨다.(80)”


세계보건기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완화의료에서는 죽음에 맞서고 있는 사람 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까지도 해결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만,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하는 부제를 죽음이 물어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살아온 날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곳곳에서 죽음과 관련한 좋은 말씀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꼽은 말씀을 지우베르투 지우라는 분의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나는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으나, 죽는 것은 두렵다. / 죽음은 사후의 문제지만, / 죽는 것은 나이고, / 그것은 나의 마지막 행위이며, / 내가 그 자리에 존재해야만 한다. /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 대통령처럼, / 나는 떠난다는 것 알면서, 살면서 죽어야 한다.(90)”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호스피스 활동을 해온 김여환 선생님의 추천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죽음은 나이를 먹으면서 흰 머리카락이나 주름살 같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박완서 작가가 <보시니 참 좋았다>에서명품으로 치는 골동품도 태어날 때부터 명품이었던 게 아니라, 세월의 풍상과 사람들의 애정이 꾸준히 더께가 되어 앉아야 비로소 명품이 된다라고 한 것처럼 웰다잉은 삶의 골동품 같은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 무엇인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살명서 차곡차곡 더께가 되어 얻는 삶의 결과물인 셈이다.(12)“ 명품이라 할 수 있는 골동품은 일단 태어날 때부터 명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세월의 더께가 더해지면서 가치가 더 높아지는 셈이겠지요. 죽음과 죽어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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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우스터리츠 을유세계문학전집 19
W. G. 제발트 지음, 안미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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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다른 형식의 책을 읽었습니다. 독일 작가 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아마도 작가일수도) 화자가 벨기에에서 만난 영국의 건축사가 아우스터리츠를 처음 만난 뒤로 가끔씩 만나서 들은 그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듯하다가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라고 서술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야기가 시작되는 대목에는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에서 아우스터리츠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라거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우스터리츠를 만나는 과정은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안트베르펜의 녹투라마 동물원이아 안트베르펜 중앙역의 모습을 서술하는 것을 보면 화자의 시선은 아주 세밀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차가 양쪽에 기이한 뾰족탑이 달린 아치를 지나 어두운 정거장으로 서서히 들어와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당시 벨기에에서 보낸 시간 내내 떠나지 않던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혔다.”라고 적은 대목처럼 풍경은 물론 화자 자신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우스터리츠는 4살이던 1939년 가을 영국 구조단체의 유대어린이 호송작전(Kindertransport)을 통해 체코슬로바키아(당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할되기 전입니다)의 수도 프라하에서 영국으로 보내져 웨일스 지방의 칼뱅파 목사 부부의 슬하에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데이비스 얼라이스라는 영국식 이름을 얻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프라하에서의 기억은 조금씩 잊게 되었습니다. 양부모가 아우스터리츠의 과거에 대하여 전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선 아우스터리츠의 행보를 화자가 받아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자가 전하는 아우스터리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작업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공간을 찾아가 남아있는 기록이나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것입니다. 저 역시 꽤 오래 전부터 저의 삶의 흔적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경관기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작업은 아직은 현장을 찾아가는 단계가 아니라 남아있는 기억을 글로 옮기는 단계입니다만, 어느 정도 뼈대가 잡히면 현장도 찾아가보려 합니다.


아우스터리츠에게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들은 여러 도시의 공간에 흩뿌려져 있어, 기억의 조각들을 조각그림맞추기 하듯 이어붙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저자는 “‘시간의 외부에 있는 존재( Das Außer-der-Zeit-Sein)’는 시간의 배열이 아닌 공간적 배열 원칙을 따르게 된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성장과정의 기억을 짜 맞추는 작업 역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공간의 배열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이름 아우스터리츠(Austerlitz)는 나폴레옹 시기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라고 합니다. 아우스터리츠라는 이름은 물론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리엔바트의 아우쇼비츠(Auschowitz) 샘물, 테레지엔슈타트의 바우쇼비츠(Bauschowitz) 분지 등의 이름에서 이 책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아우슈비츠(Auschwitz) 수용소를 암시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아무래도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전자책은 물 흐르듯이 읽어낼 수 있지만 흐름을 되돌려서 음미하듯이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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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치유를 파는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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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를 파는 찻집이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치유를 어떻게 파는가 해서 말입니다. 알록달록한 표지도 눈길을 끌었음을 고백합니다.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으로는 <치유를 파는 찻집>이 처음입니다. 치유를 판다는 찻집 쇼와당에서는 커피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사장 키리코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치유사 노릇을 하는데 그 해결방법이라는 것이 기상천외하다는 것입니다. 일용직으로 들어왔다가 점장으로 승격한 캇키가 사장을 대신하여 맛있는 차를 만들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키리코의 치유작업에 보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치유보조 역할을 하는 인물로는 자칭 영능력자라고 하는 뉴도씨, 퀵서비스 일을 하는 료 등이 있다. 그밖에도 쇼와당의 단골손님들이 사건에 따라서 보조 역할을 맡아 한답니다.


캇키씨가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전수받은 것은 우연히 한적하고 아름다운 곶에 있는 찻집을 방문했다가 소소한 마법이라는 비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다른 작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등장인물은 물론 장소 역시 서로 연계되어 있는 모양새입니다.


어찌되었거나, 쇼와당에 가면 고민거리를 해결해준다는 소문이 꽤나 널리 퍼져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과 쇼와당이 공식적으로 심리치료소나 탐정사무소를 표방하지 않는 찻집임에도 치유를 판다고 하는 이유는 찻집에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 사장 키리코 씨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종의 선수금조로 찻집의 계산대 옆에 있는 감실에 모신 신 앞에 있는 새전함에 헌금을 하도록 강요(?)할 뿐 아니라 고민이 잘 해결되었을 때는 큰 돈을 내도록 역시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사별한 뒤로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유리코 씨의 고민이 <치유를 파는 찻집>에서 처음 등장하는 치유의 사례입니다. 키리코씨가 준비한 문제해결방식은 유리코와 시어머니가 정면에서 맞붙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대의 단점을 열 개씩 적고 비난하는 방식을 몇 차례 반복하도록 만들어 더 이상 단점을 발굴해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 뒤에는 장점을 적어 칭찬하도록 한 것입니다. 결국 유리코와 시어머니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종료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사연은 쇼와당의 단골인 시오리의 언니 키라라가 어떤 남자가 치근대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사연입니다. 역시 쇼와당의 단골인 전직 킥복싱선수이자 화과자 가게의 사장인 세이스케씨가 치유보조자로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사례의 반전은 키라라씨가 따르는 남자로부터 금품을 우려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사연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료타로가 의뢰한 고민으로 어머니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이 새전을 낼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치유보조자들이 새전을 대신하여 내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례를 해결하는 방식도 당사자를 만나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이었는데, 료타로의 어머니 마사코씨는 부유한 집안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벽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키리코씨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몸의 가치를 떠올리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의 값으로 환산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고 행복한지 기억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네 번째 사건은 역시 쇼와당의 단골로 53살 된 회사원 코헤이씨가 조기 퇴직 이후의 삶으로 고민한다는 내용입니다. 코헤이씨가 고민하는 것은 가족들을 위하여 재취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젊었을 때 꿈꾸었던 록큰롤 가수로 새 출발할 것인가 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코헤이씨의 가족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사연은 캇키의 절친인 양과자점의 치카가 결혼을 앞두고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은 것도 모자라 부모님까지도 돈을 잃게 되자 죽음을 생각하게 된 사연입니다. 치카가 의뢰한 것은 아니지만 낌새를 눈치 챈 캇키가 키리코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캇키의 사연과 키리코 사장의 사연이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치유사와 보조치유사도 문제를 안고 살아왔던 것이고 모두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키리코가 악착같이 새전을 모으는 이유도 밝혀집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의 작가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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