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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치유를 파는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8월
평점 :
치유를 파는 찻집이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치유를 어떻게 파는가 해서 말입니다. 알록달록한 표지도 눈길을 끌었음을 고백합니다.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으로는 <치유를 파는 찻집>이 처음입니다. 치유를 판다는 찻집 쇼와당에서는 커피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사장 키리코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치유사 노릇을 하는데 그 해결방법이라는 것이 기상천외하다는 것입니다. 일용직으로 들어왔다가 점장으로 승격한 캇키가 사장을 대신하여 맛있는 차를 만들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키리코의 치유작업에 보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치유보조 역할을 하는 인물로는 자칭 영능력자라고 하는 뉴도씨, 퀵서비스 일을 하는 료 등이 있다. 그밖에도 쇼와당의 단골손님들이 사건에 따라서 보조 역할을 맡아 한답니다.
캇키씨가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전수받은 것은 우연히 한적하고 아름다운 곶에 있는 찻집을 방문했다가 소소한 마법이라는 비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다른 작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등장인물은 물론 장소 역시 서로 연계되어 있는 모양새입니다.
어찌되었거나, 쇼와당에 가면 고민거리를 해결해준다는 소문이 꽤나 널리 퍼져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과 쇼와당이 공식적으로 심리치료소나 탐정사무소를 표방하지 않는 찻집임에도 ‘치유를 판다’고 하는 이유는 찻집에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 사장 키리코 씨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종의 선수금조로 찻집의 계산대 옆에 있는 감실에 모신 신 앞에 있는 새전함에 헌금을 하도록 강요(?)할 뿐 아니라 고민이 잘 해결되었을 때는 큰 돈을 내도록 역시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사별한 뒤로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유리코 씨의 고민이 <치유를 파는 찻집>에서 처음 등장하는 치유의 사례입니다. 키리코씨가 준비한 문제해결방식은 유리코와 시어머니가 정면에서 맞붙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대의 단점을 열 개씩 적고 비난하는 방식을 몇 차례 반복하도록 만들어 더 이상 단점을 발굴해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 뒤에는 장점을 적어 칭찬하도록 한 것입니다. 결국 유리코와 시어머니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종료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사연은 쇼와당의 단골인 시오리의 언니 키라라가 어떤 남자가 치근대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사연입니다. 역시 쇼와당의 단골인 전직 킥복싱선수이자 화과자 가게의 사장인 세이스케씨가 치유보조자로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사례의 반전은 키라라씨가 따르는 남자로부터 금품을 우려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사연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료타로가 의뢰한 고민으로 어머니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이 새전을 낼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치유보조자들이 새전을 대신하여 내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례를 해결하는 방식도 당사자를 만나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이었는데, 료타로의 어머니 마사코씨는 부유한 집안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벽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키리코씨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몸의 가치를 떠올리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의 값으로 환산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고 행복한지 기억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네 번째 사건은 역시 쇼와당의 단골로 53살 된 회사원 코헤이씨가 조기 퇴직 이후의 삶으로 고민한다는 내용입니다. 코헤이씨가 고민하는 것은 가족들을 위하여 재취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젊었을 때 꿈꾸었던 록큰롤 가수로 새 출발할 것인가 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코헤이씨의 가족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사연은 캇키의 절친인 양과자점의 치카가 결혼을 앞두고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은 것도 모자라 부모님까지도 돈을 잃게 되자 죽음을 생각하게 된 사연입니다. 치카가 의뢰한 것은 아니지만 낌새를 눈치 챈 캇키가 키리코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캇키의 사연과 키리코 사장의 사연이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치유사와 보조치유사도 문제를 안고 살아왔던 것이고 모두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키리코가 악착같이 새전을 모으는 이유도 밝혀집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의 작가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