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페로 고전 동화집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샤를 페로 지음, 김설아 옮김 / 단한권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네 번째 읽으면서 작가가 인용한 책들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샤를 페로 고전동화집은 어린 마르셀이 콩브레에서 지낼 때 어머니와 할머니 방에서 떨어진 방에서 잠을 자야 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을 달래주기 위하여 마술환등기를 달아주었다는데, 방안에 비치는 초자연적인 환영으로 인하여 주느비에느 드 브라방 전설에 나오는 골로나 샤를 페로의 고전동화 푸른 수염의 주인공을 인용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고전동화집에 수록되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에는 당나귀 가죽,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고수머리 릴케, 엄지동자, 장화신은 고양이, 어리석은 소원, 빨간 망토, 요정 그리고 푸른 수염이 실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어릴 적에 읽어보았고, 디즈니 만화영화 등을 통하여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샤를 페로의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샤를 페로(1628.1.12.~1703.5.16.)는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을 받고 있는 유명한 작가로,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문학을 즐기는 친구들을 만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67세가 되었을 때 아내를 잃은 그는 아이들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구전민담을 모아 동화로 재구성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권선징악의 개념을 이야기에 도입하여 어린이들이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인데 푸른 수염(Barbe-Bleue)은 처음 읽는 이야기라서 내용을 요약해보려 합니다. 옛날 도시와 시골에 근사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부자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수염이 푸른색이라서 매우 무섭고 못생겨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자와 소녀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도망가 버렸답니다.


그는 이웃에 있는 명문가의 아름다운 두 딸 가운데 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했지만 두 딸 모두 탐탁치 않아했습니다. 생긴 것도 그렇지만 그가 이미 여러 번 결혼을 했었고, 그의 전 부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딸은 그가 친구 몇 사람과 이웃들과 함께 두 딸을 시골에 있는 대저택에 초대하여 일주일 동안 사냥과 낚시, 무도회 등을 열어 환심을 산 끝에 동생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푸른 수염은 최소 6주가 걸린다는 여행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몇 개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좋은 가구들이 들어있는 큰방의 열쇠, 보물이 들어있는 금고열쇠와 장식함 열쇠,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랑 끝에 있는 벽장열쇠들입니다. 그는 모든 열쇠를 사용해도 좋지만 화랑 끝에 있는 벽장만큼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푸른 수염이 여행을 떠나자 친구와 이웃들이 찾아왔습니다. 새색시는 이들을 안내하여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주었고, 모두들 부러워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화랑 끝에 있는 벽장에 이르자 그녀는 남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방에 들어가 보고 싶은 강한 욕망이 일었습니다. 결국은 초대한 사람들을 남겨두고 혼자서 계단을 내려가 벽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벽장 안은 끔찍했습니다. 바닥이 온통 피로 엉겨 붙어 있고, 죽은 여자의 시체 몇 구가 벽에 나란히 기대어 있었습니다. 푸른 수염이 결혼 후에 차례로 살해한 아내들이었습니다. 놀란 아내가 자물쇠에서 열쇠를 빼내다가 떨어뜨렸는데, 열쇠가 피로 얼룩져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푸른 수염은 아내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로 벽장을 열어본 것 알고 죽이겠다고 합니다. 아내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다가 결국 푸른 수염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푸른 수염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베려고 할 때 두 오빠가 달려왔습니다. 푸른 수염이 놀라서 달아나려 했지만 두 사람이 쫓아가 목을 베었습니다. 푸른 수염이 상속인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모든 재산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녀는 푸른 수염의 재산을 언니와 오빠들과 나누었으며, 매우 부유한 신사와 재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각주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아내는 여섯이었고, 일곱 번째 아내가 푸른 수염의 정체를 밝힌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내는 약속을 저버린 여성이 남편을 죽이고 그의 재산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정의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가, 그런 아내를 여섯이나 죽인 푸른 수염은 왜 결혼과 살인을 반복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각국 도시 생활자, 도시의 이면을 관찰하다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도시 탐구기>각국 도시생활자이자 탐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쓴 책입니다. 1961년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앤아버에서 태어난 그는 언어학을 전공하여 모국어인 영어 이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몽골어를 공부했고, 한문과 라틴어, 북미 선주민 언어, 중세 한국어도 따로 익혔다고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세계 곳곳에서 짧게는 1년반, 길게는 13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전주 등과의 인연이 가장 길었고, 일본에서는 교토, 도쿄, 구마모토 그리고 가고시마에서도 살았습니다.


그는 태어난 도시 앤아버에서 시작하여 자신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도시에 관한 그의 인상을 <도시 탐구기>에 담았습니다. 개인적인 기록도 아니고 여행안내서도 아니며, 도시를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책도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인상이나 단순한 느낌보다도 그 도시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 지향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늘 궁금했던 나로서는 어떤 도시에서나 생활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의 시선으로 탐구하듯 지켜봐왔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도시 산책자입니다. 특히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썼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번역과정에서 뒤틀릴 수도 있는 저자의 생각을 오롯하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읽어가다 보면 그가 살았던 도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가운데 역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실들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는 영국이 아일랜드를 식민지배하면서 영국에 충실한 지배계층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경성에 제국대학을 설립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적었습니다. 오랜 식민지배를 겪고나서 아일랜드어가 소멸단계에 접어든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국어를 지키고자 했던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만들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고 이야기한 그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지향점을 만들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도시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기만의 도시사를 기록해보기를 권했습니다. 저 역시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살았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 보려하는데, 그 내용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책에 담긴 도시는 미국, 일본, 한국, 아일랜드, 영국 등 5개국의 14개 도시입니다. 아일랜드는 더블린, 영국은 런던, 그의 모국인 미국은 앤아버, 라스베이거스, 프로비던스 등 3, 일본은 도쿄, 구마모토와 가고시마, 교토 등 4곳인데 우리나라는 서울, 대전, 전주와 대구 등 4곳입니다. 그는 14개의 도시들을 그가 살았던 순서에 따라 그의 도시사를 정리해낸 것입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탓에 낯선 고장에 가면 그곳만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려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합니다.


그가 살았던 도시들 가운데 가고시마와 구마모토를 제외하고는 짧게라도 제가 방문한 적이 있었고, 제가 적어온 여행기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제가 기록해오고 있는 여행기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교토와 도쿄는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책을 쓰는데 많이 인용할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각 도시의 이야기에 곁들여 있는 많은 흑백사진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해서 옛 생각이 나게 해주었습니다. 혹자는 천연색 사진을 실었더라면 했지만, 저는 오히려 흑백사진이 더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2024년에 이 책의 개정판 <도시독법>을 내면서 우리나라의 부산과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저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습관은 이제 20년을 넘어 사반세기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종이책을 읽고 있는 분을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인연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도 모릅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의 화자인 쥘리에트 파리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직장여성입니다. 책을 들고 지하철에 타지만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 읽는 승객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쥘리에트가 매일 이용하는 파리 지하철 6호선은 파리에 있는 14개의 지하철 노선 가운데 매우 오래된 노선으로 지상구간도 있다고 합니다. 몽파르나스 타워, 개선문, 에펠탑, 샹제리제 거리, 샹 드 마르스 공원, 샤이요 궁전 등 고색창연하고 역사적인 건물을 지나는 매력적인 노선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지하철 6호선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를 알듯도 합니다.


지하철 객차 안에는 노부인, 수학과 여대생, 아마추어 조류학자, 정원사,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있었다.(18)”라고 시작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분들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분들인 듯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쥘리에트는 책을 들고 타지만 책읽기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읽는 책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그리고 보니 지하철 독서가들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느낌을 담은 <지하철 독서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낸 박시하 시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하철 독서가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알아보려 노력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에서는 지하철에서 독서하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을 들였습니다. ‘북크로싱 운동입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책을 읽은 후, 책과 함께 전언문을 적어 공공장소에 놔두면 다음에 습득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음 사람에게 책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책 돌려 읽기 운동이라고도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2001년에 미국의 론 혼베이커라는 사람이 읽기(Read), 쓰기(Register), 양도(Release) 3R을 주창하며 만든 사이트(www.bookcrossing.com)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한 번 보고 꽂혀있기만 한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해 돌려 읽으면 자신의 서평을 쓰는 과정 등을 통해 독서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저도 독후감을 중심으로 누리사랑방을 열심히 운영할 때는 제가 읽은 책들을 나누어주는 행사를 자주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 전까지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책 돌려 읽기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책 돌려 읽기는 기욤 뮈소의 소설 <종이여자>에서도 읽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에서의 책 돌려 읽기는 조금은 조작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앞서 들었던 지하철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책전달자였다는 것입니다. 쥘리에트는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단순한 일상이었던 것이지요. 책읽기는 그 단순한 일상에 조금은 변화를 주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다양하기 때문이죠. 쥘리에트도 결국은 단순한 일상에서 벗어나 복잡함을 찾아 나서기로 했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늘 내리던 역이 아니라 두 정거장 앞에서 내린 것입니다. 낯선 길을 어슬렁거리다가 무한 도서 협회라는 간판을 단 건물에 들어서게 되는데, ‘책 돌려 읽기 운동의 본부였던 것입니다. 솔리망이라는 남자가 자이드라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무한 도서 협회에서 책전달자가 되기로 한 쥘리에트는 솔리망의 부탁으로 무한 도서 협회의 운영을 맡게 되는데, 알고 보니 지하철에서 만났던 책 읽는 사람들이 책전달자였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무한 도서 협회운영을 시작하게 된 뒤에 솔리망이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상황이 되고 책전달자인 레오니다스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책 돌려 읽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움직이는 도서관처럼 작은 차에 책을 싣고 책전달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책들이 소개됩니다. 책 내용은 아니고 제목들만 소개되는데 작가의 책읽기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책들 가운데 관심이 생긴 책들을 읽어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카 3 - 마추픽추의 빛
앙투안 B. 다니엘 지음, 진인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브리엘은 피사로의 막내 동생 곤살로를 살해하기 위하여 쿠스코로 들어갑니다. 곤살로와 대결하여 상처를 입히지만 그의 수하들에게 일격을 당하고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이 무렵 망코는 10만의 잉카 병력을 모아 쿠스코를 포위하였습니다. 사크사우아망에 포진하고 스페인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 투석기와 화살을 날려 그들을 평원으로 몰아낸 다음에 대회전을 벌인다는 작전을 세운 것입니다.


피사로의 둘째 동생 후안은 가브리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가브리엘은 사크사우아망의 요새 공격에 나서 관문들을 돌파하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후안은 목숨을 잃었고, 가브리엘은 잉카군에게 사로잡히게 됩니다. 가브리엘은 잉카군의 이점에서는 가브리엘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요새는 결국 함락이 되었고, 잉카군은 물러나게 됩니다. 잉카군에 사로잡힌 가브리엘은 아나마야의 간청으로 죽음을 면하게 됩니다.


쿠스코에서 물러난 망코의 잉카군은 스페인 사람들과의 산발적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알마그로가 망코의 형제인 파울루를 왕으로 지명하여 망코와 싸우도록 합니다. 파울루는 젊은 시절 아나마야에게 청혼하였다가 거절당한 것에 맺혀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아닌 망코를 유일한 군주로 지명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잉카는 유일한 군주 우아이나 카팍이 후계를 정하지 못하고 죽은 뒤에 벌어진 아타우알파와 우아스카르의 내전, 아타우알파의 사후에 벌어진 망코와 파울루 그리고 구아이파르 등의 대결 등 끊임없이 이어진 형제들의 분열로 인하여 멸망의 길로 끌려간 셈입니다한편 스페인 쪽에서도 총독 피사로가 동생들이나 동료 에르난도 데 소토 등의 탐욕을 제어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평화로운 방법으로 잉카제국을 접수하려던 계획이 결과적으로는 끊임없는 전투로 이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가브리엘과 바르톨로메 신부 등은 카를로스 1세 황제가 파견한 바카 데 카스트로 재판관을 만나 곤살로 피사로를 비롯한 스페인 사람들의 광폭한 행동을 고발하려 리마에 가지만 재판관은 리마로 오던 중 배가 침몰하는 사고로 당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알마그로 등 강경파들이 반란을 일으켜 피사로 총독을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가브리엘과 아나마야는 우아이나 카팍의 분신 형제를 마추픽추에 봉안하고 그곳에 머물던 잉카 사람들처럼 어디론가 떠나게 되면서 긴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끝맺음 글에서는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등장인물의 후일담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아나마야의 혈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파울루는 작위를 받아 스페인의 귀족이 되었고, 에르난도 피사로는 20년간 스페인의 감옥에 갇혀있었다고 합니다. 곤살로 피사로는 스스로 페루의 총독이 되어 스페인 왕권에 대항하다가 참수를 당했다고 합니다.


망코는 알마그로파에게 암살을 당했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국지전과 평화에 대한 흥정을 번갈아 벌이며 1572년까지 빌카밤바에서 저항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사파 잉카 투박 아마루가 체포되어 쿠스코의 아르메스 광장에서 참수되었다고 합니다.


잉카3의 말미에는 앙투안 B. 다니엘의 이름으로 된 잉카 시대 쿠스코의 일상생활이라는 부록이 붙어있습니다. 쿠스코의 구성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태양신의 축제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잉카, 그 웅장한 서사와 신비라는 제목으로 된 옮긴이의 말이 이어집니다. 옮긴이가 인용한 일본의 역사소설 작가 사토 겐이치의 조금 억지스러운 비유이지만, 역사학자의 작업이 역사적 사실의 시체를 해부하는 것이라면 역사소설가는 역사적 사실을 살아있는 것으로 붙잡을 수 있지요.”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평점 :
합본절판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라는 부제가 달린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1>는 역시 아내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미술을 좀 더 가깝고 쉽게 즐기고 이해하려는 욕구에 대한 응답이라는 저술동기를 작가가 책머리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 미술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작가 이주헌은 <어제는 고흐가 당신얘기를 하더라; https://blog.naver.com/neuro412/223676610284>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남아 있어 <서양화 자신 있기 보기>에 대한 기대고 컸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읽는 재미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그림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큰 그림의 경우는 두 쪽에 걸쳐 있어서 겹치는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를 비롯하여 본문의 내용을 따로 설명하고 있는데, 비워둔 각 쪽의 바깥쪽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글자의 크기가 작아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까닭에 본문의 읽는 흐름이 흩어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설명이 본문 중에 섞여 있는 것도 일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간에도 그림을 배치하고 있는데 본문 중에서 인용한 그림들과는 달리 좁은 공간에 축소해놓은 탓인지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책의 구성도 조금 헷갈리는 점이 있습니다. 1권에서는 미술감상법을 먼저 이야기한 뒤에 서양화의 성격, 그리고 그림의 종류를 설명합니다. 그리고는 원근법, 빛과 색, 상징, 모델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권에서는 고전주의로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변해온 서양미술의 사조를 설명하고는 판화, 조각, 미술관, 미술시장에 대하여 설명하는 등 미술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아내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동안 읽어온 미술관련 책들에서 익숙해진 그림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마주하는 그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1권의 내용 대부분이 서양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2권에서는, 특히, 현대미술 부문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의 사조를 조금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양화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서양의 풍경화는 우리로 하여금 그곳에 호화로운 별장을 짓고 살게 만든다. 반면 동양의 산수화는 초야에 묻혀 안빈낙도하기를 권한다.”라고 비유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마치 교과서를 읽는 듯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가 제목 그대로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까닭일까요? ‘미술감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이 책의 도입부를 마무리하면서 미술사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감상의 주체로서 자신에 차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감상을 통해 얻는 소득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라고 했는데, 막상 각론에 들어가서 보니, 미술사 이론 중심의 설명에 무게가 두어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어제는 고흐가 당신얘기를 하더라>를 읽으면서 느꼈던 편안함과 포만감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부담스러운 책읽기가 되었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