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선물 범우문고 49
앤 머로 린드버그 지음 / 범우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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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선물>은 아내와의 인연을 맺게 한 특별한 책입니다. 누군가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난 뒤에 두 번째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명동에 있는 어느 찻집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명동의 동쪽 끝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내는 명동의 서쪽 끝에 있는 모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퇴근 시간이 빨랐기 때문에 지금은 없어진 명동서점에 들러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앤 모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바다의 선물>을 샀습니다.


대서양을 단독으로 처음 무착륙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의 아내인 그녀는 미국에서 최초로 비행면허를 취득한 비행사였고, 소설, 수필, 시집을 출간한 작가입니다. “바다는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욕심이 과하거나 너무 조급해하는 이에게는 선물을 내어주지 않는다. 인내와 신념, 이것이야말로 바다가 주는 가르침이다.”라는 출판사의 추천사에 마음이 끌렸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약속장소에 가서 책을 펼쳐보니 이미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바다의 선물>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대학에 다닐 때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 뒤에 온 아내에게 이미 본 책을 샀다는 말에 아내는 다음에 만날 때 다른 책으로 바꾸어 오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덕분에 두 번째 만남이 세 번째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소개 후에 세 번쯤 만나면 뜻을 밝혀야 한다고들 했습니다. 그렇게 만남이 이어졌고, 결국은 결혼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린드버그 부부는 본가인 뉴저지주에 머물고 있을 때, 생후 20개월된 아들이 유괴된 끝에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영국으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바다의 선물>은 두 사람이 영국에서 돌아와 코네티컷에 자리를 잡았을 때 쓴 책입니다. 어느 여름에 휴가를 외딴 섬에서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닷가란 독서하거나 집필 혹은 사색할 장소는 아니다.(19)”이라고 시작합니다만, 곳이어 처음에는 그렇다.”라고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작가는 이런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을 통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으니 첫인상과는 달리 바닷가는 책을 쓰기에 좋은 장소라는 것이겠지요.


작가는 외딴 섬의 해변에서 만난 소라고둥, 달고둥, 해돋이조개, 굴조개, 배낙지조개, 등 몇 개의 조개를 만나면서 사유의 날개를 펼친 끝에 여성의 삶을 정리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성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대상이 남녀노소로 확대되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활의 복잡다산이라는 문제는 유독 미국 여성만이 부닥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 남성도 역시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다.(33)”라는 대목입니다.


소라고둥과 달고둥을 예로 들면서 여성의 문제를 살펴보다가 해돋이조개에 이르러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외적 활동을 하는 남성들과 경쟁하는 데 골몰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의 샘을 소홀히 해왔다. 우리는 왜 남서을의 유한한 외면적 힘에 대결하기 위해 우리의 이 무한한 내면적 힘을 포기하는 유혹을 받아왔을까?(71)”, “서로 다른 일을 가짐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초기의 열렬한 개인 대 개인의 관계 대신 직능적인 상호 관계로 변화하게 된다.(80)”라는 대목처럼 말입니다.


배낙지 조개에 이르면 어떤 고독한두 인간관계에서든 우선 상대를 위해 스스로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 사실 나는 이 영웅적 업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힘을 합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114)”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우리의 감정과 인간관계에서의 진실된 삶도 역시 단속적인 것이다. 당신이 누구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순간순간을 똑같은 방법으로,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하지 못한다.(128)”라고 한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면서 사람들과 나누며 살 수 있도록 조화롭고 충만한 단계에 이르는 것이며 간소하게 사는 것이라는 선물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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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음 더모던타임즈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활란 옮김 / 더모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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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가 만년에 쓴 작품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라고 이 작품의 성격을 한 줄로 요약했다고 합니다. 마치 심리의학이나 정신의학의 치료요법서 같은 느낌이 절로 나는 듯합니다만, 지병으로 죽을 고비에 이를 때마다 생을 돌아보았을 작가는 말년에 이르러 죄의식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았을 듯합니다. <마음>에서는 화자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모두 여덟 명의 죽음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무렵 작가는 죽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마음>19144월부터 8월까지 도쿄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신문소설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화자는 도쿄 인근의 가마쿠라 해변에서 선생님의 처음 만나게 됩니다. 대학에 다니던 화자는 친구의 초청으로 가마쿠라에 가게 되는데, 정작 친구는 곧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혼자 남은 화자는 그냥 가마쿠라에 남아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더위가 한창인 가마쿠라의 해수욕장은 바다가 온통 검은 머리로 가득 찰 정도로 혼잡했는데, 그 가운데에서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것은 선생님이 서양인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서양인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된 선생님이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더해지고, 결국은 조우해보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며칠을 두고 접근해볼 기회를 엿보던 끝에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무심하던 선생님이 그만 돌아갈까?’하고 이야기를 건네 오면서 화자는 선생님과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도쿄에서까지 이어가게 되었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앞으로 가끔 댁으로 찾아봬도 될까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끌리는 무엇이 있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을 살아오던 선생님이 화자에게는 문을 열어준다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작가가 설명해놓은 대목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무뚝뚝한 인사나 냉담해 보이는 태도는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은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자신은 가까이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만두라고 경고한 것이다. 선생님은 남을 경멸하기보다 자신을 경멸했기 때문에 인정에 이끌리지 않은 것이다.(16)‘


그런데 화자가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나누는 이야기를 보면 선생님에 대한 화자의 관심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선생님의 과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 댁에 찾아갔던 날 혼자서 K의 묘지에 찾아갔다는 사모님의 설명이 화자의 관심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는 화자의 요청에 답을 훗날로 미루어 놓고 맙니다.


화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집을 찾아 졸업장을 부모님께 보여주는데, 부모님은 동네잔치를 제안하여 화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고향동네에는 특별한 일이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하는 관습이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화자가 양보하여 동네잔치를 열기로 하는데, 그 와중에 신장병을 앓던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지는 바람에 잔치를 미루게 되고, 화자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가운데 선생님으로부터 유서를 받게 됩니다. 병세가 뜸해진 사이에 급히 도쿄로 올라가면서 유서를 읽어보게 되는데, 유서의 내용은 언젠가 선생님이 화자에게 약속한 자신의 과거사를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대학시절의 친구 K와 같은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하숙집 딸과 삼각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K가 자살을 하게 된 것이 선생님의 삶을 외톨로 만들게 된 것이었습니다. 지혜롭지 못한 처신으로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관련된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라서 정답이 따로 없는 터라 선생님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었을 것이나 K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면 먼저 K와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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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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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도쿄아사히 신문에 190891일부터 1229일까시 연재된 신문소설이라고 합니다. 일간신문에 매일 연재되는 신문소설은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최초의 신문연재소설은 <인간 희극>으로 유명한 발자크의 <노처녀>183610월에 출간된 라 프레스라는 잡지에 실렸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뒤마의 <삼총사><몽테크르스토 백작>1844년에 인기있던 신문연재소설이었습니다.


일본의 사례에 따라 신문연재소설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06년으로 만세보에 연재된 이인직의 <혈의누>가 본격적인 신문연재소설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젊었을 적에는 연재소설을 읽기 위하여 일간신문을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독자를 끌던 신문소설은 2000년을 전후하여 일간지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신시로>는 규수의 구마모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가와 신시로가 도쿄제국대학에 진학하여 고향을 떠나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가는 길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넘은 옛날의 일본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대체적으로 자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드물게는 책을 읽는 등 각자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모르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트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열차에서 만난 남녀가 여관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는 장면도 나와서 놀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열차에서 도시락을 사먹고 쓰레기를 창밖으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시로가 구마모토를 떠나 처음으로 기차를 타는 모습도 그렇고 동경에 도착해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1970년대에 지방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다니던 저와 많았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마치 신시로가 된 듯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다만 신시로가 등장인물들과 연결되는 과정이 고향에서 어머니가 소개해준 이과대학의 노노미야 선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빼고는 우연의 연속입니다. 예를 들면 도쿄로 올라가면서 기차에서 만난 남성을 동급생 요지로가 소개하는 히로타 선생이라는 것, 노노미야 선생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연못에서 만난 여성 미네코가 요지로나 노노미야 선생을 통하여 다시 만나게 된다는 등입니다. 신시로가 미네코양을 만나는 도쿄제국대학의 호수는 이번 일본근대문학기해에서도 찾아갈 예정이라서 기대해봅니다.


이야기는 문과과정에 입학한 신시로가 학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등장인물들과 엮인 일상이 이어지는데, 특히 신시로가 미네코에게 관심이 커져가는 과정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이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미네코가 신시로를 머뭇거리게 만든 노노미야 선생도 아니고 뒤늦게 등장하는 제3의 인물과 결혼을 한다는 결말입니다. 이와 같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젊었을 때의 제 모습이 겹쳐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다양한 화제거리가 등장한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예를 들면 신시로가 노노미야 선생을 처음 만나던 날 광선이 압력을 가지고 있다는 실험이 소개된다는 것입니다. 미네코를 통하여 입센의 주인공과 비교하는 것을 보면 근대 일본이 서구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 메이지의 사상은 서양의 역사에 나타난 300년의 활동을 고작 40년이라는 기간에 되풀이 하는 것이다.(37)’라고 설명합니다. 외국어는 물론 그리스어나 라틴어 경구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식자연하는 경향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예협회의 연극공연에서는 그리스 연극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화가 하라구치가 미네코를 화폭에 옮겨 <숲속의 여인>을 완성하는 과정 등 정말 다양한 소재가 이야기에 등장합니다앞서 적었습니다만, 이야기의 초반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되는 신시로의 세계가 흥미롭습니다(106). 과거에 해당하는 하나는 요시로가 말한 이른바 메이지 15년 이전의 향기가가 나는, 과거의 이미 아는세계, 두 번째 세계는 이끼 낀 벽돌건물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이 쌓여 있는 책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알아가는세계, 세 번째는 전등이’, ‘은수저가’, ‘환성이’, ‘우스운 이야기가’, ‘거품이 이는 삼페인 잔이’,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으뜸가는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미래의 알지 못하는세계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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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평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2
도가와 신스케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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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와 신스케의 <나쓰메 소세키 평전>은 조만간 떠나게 될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주관하는 펀트래블에서 출발을 앞두고 보내준 책입니다. 여행 중에 있을 로쟈 이현우선생의 강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근대일본문학을 전공한 가쿠슈인대학의 도가와 신스케 명예교수는 소세키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소세키는 학교에서는 수재였고, 대학교수로서도 소설가로도 성공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평에 무관심하면서 주어진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안주하고 않고 느닷없이 뜻을 바꾸거나 심지어 직업을 바꾸기도 하는 독특한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그가 어떤 생애를 어떻게 살았는지 상세히 짚어보고자 한다.’라고 했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나의 개인주의>를 비롯하여 <도련님> 등을 읽으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작품의 분위기를 조금 익혀보았습니다만, <나쓰메 소세키 평전>을 통하여 출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소세키의 삶을 조명하고, 가족 및 교우관계 그리고 작품의 내용과 성격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소세키의 작품 대부분의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는 것도 그의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산시로>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불안한 성장과정이라는 첫 번째 장에서 그에게는 어떤 목적을 위해 오로지 어떤 일에 몰두하는 일면과, 그와 모순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진로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일면이 병존한다.(20)”라고 했는데 저의 삶을 돌이켜보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의 강연록을 묶은 <나의 개인주의>를 읽으면서 개인주의란 자기본위로 생각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소세키의 개인주의는 도의상의 개인주의로서 타인과 자신을 동등하게 놓고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상호주의적 개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비상시국이 아니라면 개인주의가 국가주의에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고 읽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군국주의가 자리잡아가던 당시 일본사회의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1900년 런던에 유학할 무렵의 편지를 보면 일본과 러시아가 무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를 분명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만주 지배에 대하여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일본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런던에 유학 중이던 소세키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는 러시아 쪽 새소식을 듣고는 만약 전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일본으로 직접 공격해가는 것은 결코 득책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조선 땅에서 자웅을 겨루는 게 좋을 거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조선 입장에서는 엄청난 민폐일 거라고 생각했다.”라는 내용을 본국으로 보내는 편지에 적었다고 합니다.


당시 열강들의 눈에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본이 귀속되어 있는 땅으로 전쟁을 벌여도 된다고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씁쓰레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세키는 전쟁이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력에 호소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일전쟁의 승리로 호들갑을 떠는 일본 국내의 분위기조차 싫어했다고 합니다.


<나쓰메 소세키 평전>의 중반으로부터는 소세키의 첫 번째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부터 작품 소개가 시작됩니다. 작품의 성격은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까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해당 작품들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읽어본 <도련님>에서는 주인공이 의기에 투철하고 하녀 기요에게도 다정다감한 인물로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도련님과 기요가 모자관계일 가능성을 암시하였을 뿐 아니라 도코에서는 놀림거리이던 주인공이 지방의 학교에 부임해서 그곳 학생들로부터도 놀림거리가 되자 이를 참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도쿄라는 간판을 내세우면서 학생들을 몰아 부친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타교 학생들과 싸움이 붙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려 싸움판에 뛰어들고부터는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보면 적적한 평가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산시로>를 더 읽어볼 예정입니다. 앞으로 더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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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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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를 마치자마자 세부전공을 배우기 위해 찾았던 곳이 미국 중북부의 미네소타대학병원이었습니다. 병원은 미니애폴리스에 있었지만, 집은 한국에서 공부하러 온 분들이 모여 살던 러더데일에 있었습니다. 쌍둥이도시를 구성하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2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미네소타 곳곳을 구경하였습니다. 그런 인연이 닿아서 찾아낸 에밀리 프리들런드의 소설 <늑대의 역사>입니다. 미국의 도시들 가운데 미식축구, 야구, 농구, 하키 등 4종목의 프로팀을 보유한 곳은 별로 없습니다만, 미네소타의 쌍둥이도시는 4종목의 프로팀을 보유하고 있었고, 농구팀의 이름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입니다. 팀버울프는 북미대륙의 숲에 사는 늑대의 일종입니다.


<늑대의 역사>에서는 숲에 사는 늑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네소타 북부의 화이트우드에 있는 작은 연못가에 살던 열네 살 소녀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화이트우드가 어디쯤인지 찾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미네소타 북서쪽에 있는 파고에서 남동쪽에 있는 쌍둥이도시를 지나 헤이스팅스에서 아이오와 주로 건너가 동진하다가 미시간 호수가 있는 투리버스에서 끝나는 10번 도로의 어디쯤인 듯합니다. 8학년에 부임한 역사교사 그리어슨 선생님의 눈에 띄어 역사오디세이의 학교대표를 맡게 되는데 주제를 늑대의 역사로 정한 것입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동급생인 릴리와 그리어슨 선생님을 둘러싼 소아성애의 문제와 화자의 집에서 호수 건너편에 있는 페트라와 레오의 아들 폴을 돌보는 일을 중심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베미지, 덜루스, 그랜드래피즈, 쌍둥이도시인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등 익숙한 지명은 물론 폭설이 쏟아졌다거나 이름도 생소한 호수가 수도 없이 등장하는 등 만 개의 호수를 주의 상징으로 하는 미네소타를 떠올리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연극 <우리 읍내>,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 <태양을 기다리며(Waiting for the Sun)>로 익숙한 미국의 록밴드 도어스 등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1979년 무렵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소설은 과학건강의 두 부분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과학 부분은 십대 시설의 화자가 겪은 이야기가, 건강 부분은 화자의 성인 시절의 이야기로 엮였습니다. 화자인 린다는 페트라와 그녀의 아들 폴이 호수 건너편으로 이사 올 때까지 집과 학교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나무 하나하나, 수년 전 산림청이 줄을 딱 맞추어 심어놓은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다 달라 보였다. 더위에 흠집에서 수액이 배어나온 것이 있는가 하면, 가지가 부러져서 숲속에 땅속요정 같은 얼굴을 남긴 것도 있었다. 숲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그저 보고 걷기만 할 수 있는 일종의 유치원이었다.(401)”라고 어린 시절의 숲에 대하여 회고합니다.


그녀는 동급생인 아름다운 원주민 소녀 릴리와 새로 온 그리어슨 선생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긴밀한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어슨 선생이 릴리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리어슨 선생님이 소아성애자라고 알려지면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폴이 덜루스를 다녀온 뒤에 병을 얻어 갑자기 사망하면서 페트라와 레오는 아동학대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화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두 사건에 대하여 증언을 하는 장면이 잠깐씩 나옵니다.


고립된 환경에서 자라게 된 화자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하여 정서적으로 조화롭게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데, 대신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지나치게 자신과 연결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에서는 릴리와 그리어슨 선생과의 관계에 몰입하고 집에서는 페트라, 레오 그리고 폴과의 관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다만 폴의 죽음은 오래도록 충격으로 남아 장성한 뒤에 쌍둥이도시에 자리를 잡았다가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성장소설 가운데 심리적 도덕적 성장소설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빌둥스로만(bildungsroman)이라는 범주의 책으로 분류됩니다.


화자가 페트라와 레오 그리고 폴과 함께 덜루스로 놀러가는 장면에서는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덜루스(미네소타에 살 때는 둘루스라고 했습니다)에 놀라갔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덜루스에 있는 개폐교를 비롯하여 항구 풍경, 철도박물관 등을 구경했고, 덜루스 북쪽에 있는 스플릿록에 있는 등대도 구경했습니다. 이듬해 가을에는 수피리어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캐나다와의 국경을 넘어오기도 했습니다. 미네소타에서 2년 가까이 살면서 두루 돌아보았기 때문에 <늑대의 역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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