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음 더모던타임즈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활란 옮김 / 더모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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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가 만년에 쓴 작품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라고 이 작품의 성격을 한 줄로 요약했다고 합니다. 마치 심리의학이나 정신의학의 치료요법서 같은 느낌이 절로 나는 듯합니다만, 지병으로 죽을 고비에 이를 때마다 생을 돌아보았을 작가는 말년에 이르러 죄의식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았을 듯합니다. <마음>에서는 화자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모두 여덟 명의 죽음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무렵 작가는 죽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마음>19144월부터 8월까지 도쿄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신문소설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화자는 도쿄 인근의 가마쿠라 해변에서 선생님의 처음 만나게 됩니다. 대학에 다니던 화자는 친구의 초청으로 가마쿠라에 가게 되는데, 정작 친구는 곧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혼자 남은 화자는 그냥 가마쿠라에 남아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더위가 한창인 가마쿠라의 해수욕장은 바다가 온통 검은 머리로 가득 찰 정도로 혼잡했는데, 그 가운데에서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것은 선생님이 서양인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서양인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된 선생님이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더해지고, 결국은 조우해보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며칠을 두고 접근해볼 기회를 엿보던 끝에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무심하던 선생님이 그만 돌아갈까?’하고 이야기를 건네 오면서 화자는 선생님과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도쿄에서까지 이어가게 되었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앞으로 가끔 댁으로 찾아봬도 될까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끌리는 무엇이 있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을 살아오던 선생님이 화자에게는 문을 열어준다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작가가 설명해놓은 대목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무뚝뚝한 인사나 냉담해 보이는 태도는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은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자신은 가까이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만두라고 경고한 것이다. 선생님은 남을 경멸하기보다 자신을 경멸했기 때문에 인정에 이끌리지 않은 것이다.(16)‘


그런데 화자가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나누는 이야기를 보면 선생님에 대한 화자의 관심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선생님의 과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 댁에 찾아갔던 날 혼자서 K의 묘지에 찾아갔다는 사모님의 설명이 화자의 관심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는 화자의 요청에 답을 훗날로 미루어 놓고 맙니다.


화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집을 찾아 졸업장을 부모님께 보여주는데, 부모님은 동네잔치를 제안하여 화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고향동네에는 특별한 일이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하는 관습이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화자가 양보하여 동네잔치를 열기로 하는데, 그 와중에 신장병을 앓던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지는 바람에 잔치를 미루게 되고, 화자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가운데 선생님으로부터 유서를 받게 됩니다. 병세가 뜸해진 사이에 급히 도쿄로 올라가면서 유서를 읽어보게 되는데, 유서의 내용은 언젠가 선생님이 화자에게 약속한 자신의 과거사를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대학시절의 친구 K와 같은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하숙집 딸과 삼각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K가 자살을 하게 된 것이 선생님의 삶을 외톨로 만들게 된 것이었습니다. 지혜롭지 못한 처신으로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관련된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라서 정답이 따로 없는 터라 선생님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었을 것이나 K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면 먼저 K와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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