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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도쿄아사히 신문에 1908년 9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시 연재된 신문소설이라고 합니다. 일간신문에 매일 연재되는 신문소설은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최초의 신문연재소설은 <인간 희극>으로 유명한 발자크의 <노처녀>로 1836년 10월에 출간된 라 프레스라는 잡지에 실렸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뒤마의 <삼총사>나 <몽테크르스토 백작>은 1844년에 인기있던 신문연재소설이었습니다.
일본의 사례에 따라 신문연재소설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06년으로 만세보에 연재된 이인직의 <혈의누>가 본격적인 신문연재소설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젊었을 적에는 연재소설을 읽기 위하여 일간신문을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독자를 끌던 신문소설은 2000년을 전후하여 일간지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신시로>는 규수의 구마모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가와 신시로가 도쿄제국대학에 진학하여 고향을 떠나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가는 길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넘은 옛날의 일본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대체적으로 자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드물게는 책을 읽는 등 각자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모르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트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열차에서 만난 남녀가 여관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는 장면도 나와서 놀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열차에서 도시락을 사먹고 쓰레기를 창밖으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시로가 구마모토를 떠나 처음으로 기차를 타는 모습도 그렇고 동경에 도착해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1970년대에 지방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다니던 저와 많았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마치 신시로가 된 듯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다만 신시로가 등장인물들과 연결되는 과정이 고향에서 어머니가 소개해준 이과대학의 노노미야 선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빼고는 우연의 연속입니다. 예를 들면 도쿄로 올라가면서 기차에서 만난 남성을 동급생 요지로가 소개하는 히로타 선생이라는 것, 노노미야 선생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연못에서 만난 여성 미네코가 요지로나 노노미야 선생을 통하여 다시 만나게 된다는 등입니다. 신시로가 미네코양을 만나는 도쿄제국대학의 호수는 이번 일본근대문학기해에서도 찾아갈 예정이라서 기대해봅니다.
이야기는 문과과정에 입학한 신시로가 학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등장인물들과 엮인 일상이 이어지는데, 특히 신시로가 미네코에게 관심이 커져가는 과정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이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미네코가 신시로를 머뭇거리게 만든 노노미야 선생도 아니고 뒤늦게 등장하는 제3의 인물과 결혼을 한다는 결말입니다. 이와 같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젊었을 때의 제 모습이 겹쳐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다양한 화제거리가 등장한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예를 들면 신시로가 노노미야 선생을 처음 만나던 날 광선이 압력을 가지고 있다는 실험이 소개된다는 것입니다. 미네코를 통하여 입센의 주인공과 비교하는 것을 보면 근대 일본이 서구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 ‘메이지의 사상은 서양의 역사에 나타난 300년의 활동을 고작 40년이라는 기간에 되풀이 하는 것이다.(37쪽)’라고 설명합니다. 외국어는 물론 그리스어나 라틴어 경구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식자연하는 경향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예협회의 연극공연에서는 그리스 연극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화가 하라구치가 미네코를 화폭에 옮겨 <숲속의 여인>을 완성하는 과정 등 정말 다양한 소재가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앞서 적었습니다만, 이야기의 초반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되는 신시로의 세계가 흥미롭습니다(106쪽). 과거에 해당하는 “하나는 ‘요시로가 말한 이른바 메이지 15년 이전의 향기가’가 나는, 과거의 ‘이미 아는’ 세계, 두 번째 세계는 ‘이끼 낀 벽돌건물’과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이 쌓여 있는 책’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알아가는’ 세계, 세 번째는 ‘전등이’, ‘은수저가’, ‘환성이’, ‘우스운 이야기가’, ‘거품이 이는 삼페인 잔이’,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으뜸가는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미래의 ‘알지 못하는’ 세계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