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쟁탈전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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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마라구의 <리스본 쟁탈전>은 1147년 7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 알폰소왕의 포르투갈군이 제2차 십자군의 도움을 받아 무어인이 점령하고 있던 리스본을 함락시킨 사건을 꼬투리로 한 소설입니다. 리스본공방과 관련한 색다른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기대한 책읽기였지만, 기대는 기대로 끝났습니다.


<리스본 쟁탈전>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두고 생각해볼 거리를 담았습니다. 역사자료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인지, 아니면 기록한 사람의 희망사항이 담긴 왜곡된 기록인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책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저자와 교정자의 역할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교정기호인 델레아투르(deleatur)를 두고 저자와 교정자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진 도입부의 책읽기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대화체를 표시하는 따옴표가 없어서 누가 한 말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정자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요?


주인공은 교정자 라이문두 벤빈두 실바입니다. 50대의 독신인데 ‘누가 나를 사랑해줄 것이며, 내가 누굴 사랑하겠어?’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교정을 보고 있는 책을, “사람들이 풀어놓은 픽션들은 창조된 것이고, 책과 픽션에는 의심이라는 요소가 항상 존재하며, 과묵한 긍정도 존재한다(77쪽)”고 믿습니다. 실바는 자신이 검토한 <리스본 쟁탈전> 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빠집니다. 리스본 쟁탈전과정에서 십자군이 돕지 ‘않았다.’라고 손을 본 것입니다. 십자군이 ‘도왔다.’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꾼 것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정오표를 붙여 독자의 오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뜻밖의 제안을 해옵니다. 리스본공방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역사소설을 써보라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작가는 포루투갈왕국의 아폰소국왕의 연설 속에서 십자군이 리스본공방전에 참여하지 않을 꼬투리를 잡아낼 정도로 포르투갈 역사에 조예가 깊었던 것이 <리스본 쟁탈전>이 탄생하게 된 힘이었다고 합니다.


쟁점을 읽으면서 헷갈렸던 것은 리스본 공방전에 십자군이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작가적 상상력 혹은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어인의 지배로부터 국토를 수복하는 과정에서 외세의 힘을 빌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존심 같은 것을 포르투갈 사람들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외세의 도움에 기대야 했던 우리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그런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책임을 맡게 된 마리아 사라박사와의 만남에서 사랑을 느낀 실바는 리스본공방전의 새로운 해석을 써나가는 과정에 사라와의 관계를 풀어 넣게 됩니다. 작가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통하여 포르투갈 사람들의 의식 속에 숨겨진 자존심의 실체를 비벼 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물을 대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역사적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기억해야 하며 작가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역사가 역사적 사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책 말미에 붙인 영어판 후기에서 지오반니 폰티에로 역시 이 점을 짚고 있습니다. “역사집필과 소설집필 사이의 차이점과 과거를 재구성하는 기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508쪽)”


그런가 하면 작가 역시 믿을만한 역사기록과 의심스러운 역사기록을 구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역사는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써질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가 무한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이 내 글의 핵심이다. 불가능한 일, 꿈, 환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내 소설의 주제이다.(50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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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6-12-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 사라마구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리스본 쟁탈전은 눈길이 가지 않았어요. 역시 한번 읽어봐야 할 작품이었군요. 좋은 서평 읽고 갑니다.

처음처럼 2016-12-23 00:13   좋아요 0 | URL
시작부분을 인내할 필요가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