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기억, 지도 - KBS 특집 다큐멘터리 지도에 새겨진 2,000년 문명의 기억을 따라가다
KBS <문명의 기억, 지도>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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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제일 먼저 지도를 챙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즈음처럼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지도를 통해서 여행지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가면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지도’하면 길을 안내하는 자료로 생각하게 됩니다만, 어떤 일을 하는 절차를 안내하는 것도 일종의 지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좁은 의미의 지도, 즉 세상의 길을 안내하는 자료로서의 지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정리한 책을 만났습니다.


KBS가 특집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지도에 새겨진 2,000년 문명의 기억을 따라가다>를 책으로 정리해서 펴낸 <문명의 기억, 지도>입니다. 지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밖에 대하여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적 산물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구술로 전해지던 지리정보가 형태를 갖추어 지도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 흔적이 스페인 나바라의 아리세르떼 산에 있는 아바운츠동굴에서 1993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kg 가까운 사암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1만4천년 가까운 옛날에 그려진 것으로 일종의 지도로 보인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지도의 역사를 1402년 조선에서 제작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 시작합니다. 현존하는 지도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을 제대로의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는 최고(最古)의 지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작진은 먼저 아시아대륙의 맨 귀퉁이에 있는 조선이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대륙의 모습을 상세히 적어 넣을 수 있었는지 추적합니다. 지도에는 아프리카대륙의 남단을 분명하게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를 기록하였는데, 기원전 279년에 세운 이 등대는 1326년 지진으로 바다 속으로 사라졌던 것입니다. 게다가 청나일강과 백나일강이 ‘달의 산’에 시원을 두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랍사람들이 7-8세기에 이미 신라까지 진출하였다는 설이나, 앙코르제국의 수도 시엠립이 동서무역의 중계지였다는 설명도 새로우면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가하면 1418년에 제작된 <천하제번식공도>를 1763년에 필사했다는 <천하전여총도>에는 아메리카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그리고 남극과 북극까지 모두 그려져 있다고 하는데, 컬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것이 1492년, 오스트레일리아대륙이 발견된 것은 1606년 네덜란드의 두이프겐호가 대륙 북부의 카펀테리아만(灣)에 내항(來航)한 것이 최초입니다. 물론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이 인도양의 남쪽에 있는 ‘미지의 대륙’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남극대륙이 발견된 것도 1820년인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서지학이 어려운 점은 아무래 재질이 옛것이라고 해도 거기에 기록된 내용까지도 그 옛날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방대한 기초자료를 검토하고, 그 자료들을 취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잘 알겠지만, 다큐의 제작방향에 맞추어 자료를 해석하려했던 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포르투갈이 아프리카의 서해안을 돌아 인도에 이르는 항로의 개척에 나선 이유를 미지의 동방에 있다는 프레스터 존을 만나, 이슬람으로부터 몰리고 있는 유럽 기독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강력한 군사력지원을 요청하려던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바스코 다 가마가 리스본을 출항할 때 프레스터 존에게 건넬 소개장을 가지고 있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포르투갈의 동방항로 개척의 목표는 지중해 항로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세력을 우회하여 무역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표가 더 컸을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설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대 이후 지도가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317쪽)’라는 제작진의 설명을 읽으면서 최근 구글이 우리나라 지도데이터의 국외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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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2016-12-1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매우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처음처럼 2016-12-16 00: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리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