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명의 다중성 - 교류와 갈등의 어울림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윤용수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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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12박13일의 여정을 단 1시간으로 압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강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하여 가급적이면 많은 자료를 읽어보려 노력해왔습니다. 부산외대의 지중해지역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 성과를 일반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여 발표하고 있는 책들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윤용수교수님을 비롯한 7분의 교수님들께서 나누어 쓰신 <지중해 문명의 다중성>에서는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등 삼개 대륙에서 피고 진 문명이 서로 부딪치고 스며들면서 만들어낸 결과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앎이 많이 부족한 고대 그리스와 카르타고의 갈등에서부터 가톨릭과 이슬람의 충돌, 그리고 레바논을 중심으로 한 현대의 갈등까지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메카와 메디나에서 시작한 이슬람이 어떤 경로로 스페인까지 흘러들었을까, 그리고 시대별로 등장하는 왕조의 흥망성쇠에 대하여도 궁금했습니다. 윤용수교수님은 이슬람문명의 시작단계에서부터 갈등과 분화과정을 간략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정리하였습니다. 무함마드 사후에 칼리프시대를 거쳐 우마이야왕조, 압바시야왕조로 이행하면서 우마이야왕조에서 살아남은 왕족이 멀리 스페인까지 달아나 후우마이야왕조를 세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단시간에 동으로는 인도에서 서로는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대한 영토를 차지한 이슬람왕국은 전체 영토를 다스릴 수 있는 행정체제를 갖추지 못하였고, 지역별로 중앙왕국과 연계된 지역왕국을 용인하는 체제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왕국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흥하고 망하기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슬람이 차지한 광대한 영토 안에서는 다양한 문명이 명멸하면서 남겨둔 지적 유산이 풍부하게 존재하였는데, 유목을 기반으로 하는 아랍민족의 특성상 이들 문명을 탄압하기보다는 품어 안아 새로운 문명으로 발전시키는 쪽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859년에 모로코의 페즈에 세계 최초의 대학 카이라완대학을 설립하였고, 970년에는 이집트 카이로에 알 아즈하르 대학을 세웠던 것으로 알 수 있고, 곳곳에 도서관을 설립하여 책자들을 수집하여 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에서 학문에 대한 이슬람의 갈증을 대표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변한 문명 혹은 문화랄 것이 없었던 중세 유럽에서는 관심을 두지 안았던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을 새로운 해석한 결과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이슬람 문명이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에 지중해에서 충돌했던 로마와 카르타고의 대결이 로마가 아닌 카르타고의 승리로 끝났더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하는 점을 모색하고 있는 최자영교수님의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카르타고와 로마의 패권 다툼에서 로마가 아니라 카르타고가 승리했더라면, 로마 대신 카르타고의 패권이 지중해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카르타고가 가지고 있었던 소규모 도시국가, 시민이 갖는 자유의 원리가 여전히 획일적인 군국주의, 의무, 법, 질서를 대신하여 지중해 세계에 존속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76쪽)”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역사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할까요?

 

임주인교수님의 ‘스페인 문학에 나타난 이단성’도 관심이 가는 글입니다. 이베리아 반도에는 이슬람, 유대교 그리고 가톨릭이 부딪히거나 공존하면서 살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이슬람이 이베리아반도에 이르게 된 것은 앞서 윤용수교수님께서 정리를 해주셨지만,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베리아반도로 이동한 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대교와 이슬람은 그 뿌리가 아브라함에 닿고 있어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역사적으로 서로 개종을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지역에서 이슬람과 가톨릭 그리고 유대교가 함께 어우려져 살아가던 시기의 문화를 무데하리스모 문화라고 부르는데, 이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차이 속에서 공존과 화해의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민족간, 심지어는 같은 민족끼리도 지역적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는 무엇이 이곳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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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4-12-1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4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

처음처럼 2014-12-19 23: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꼼쥐님....
저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네요...
요즘 한해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