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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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국립서울대학교가 없어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저자이신 이혜경교수님께서도 적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기르는 것(153쪽)”이라는 서울대의 교육목표가 서울대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처럼 특성이 분명한 대학을 제외하고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전인교육에 맞추어져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모두 법조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음악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모두 음악계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전문분야로 나가는 사람들은 일단 대학원과정을 통하여 심화된 전문지식을 갖추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래 전에 떠났습니다만, 저 역시 십여년 가까이 교단에서 의과대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의학교육 역시 한 사람의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즉 의과대학생 모두를 노벨상을 목표로 하여 연구하는 의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정한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전체 학생들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교학목표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교단에 있을 때는 맡은 강의에서 중요한 사항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을 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에 다시 강조하고 때로는 시험에서 다룰 것이라는 예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답을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그날 들었던 수업내용을 복습하다보면 따로 족보를 보지 않아도 무엇이 시험에 나올지 눈에 보이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만큼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환교수로 미국에 갔을 때 의과대학의 수업과 실습교육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는 학생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따로 정해진 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녹음하여 만든 노트를 전체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실습시간에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생들 수준으로 질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께서 인용하신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하크네스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토론수업은 최유진님과 장재혁님이 함께 쓰신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http://blog.joins.com/yang412/13474007>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이 학습법을 미국 전체의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다면 분명 제한점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께서는 서울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최우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비교하는 실험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검증된 비교방법을 적용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집단에서 매우 주관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비교하는 것이 어느 수준에서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1부에서는 서울대학교 최우등 학생들과 미시간대학교의 최우등 학생들의 수업방식을 비교하고 이런 차이를 가져오게 된 교육문화의 차이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창의력 향상에 관한 세미나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미주리대학의 데이비드 조나센 교수의 지적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창의력은 어느 분야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특정 영역에서의 특정 창의력이 있을 뿐입니다.(7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께서는 일반적인 창의능력을 대학교육에서 함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는 어떤 창의능력을 계발해서 학생들에게 심어줄 것인가를 고민하시는 교수님들께서 읽어보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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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10-2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라도.. 설사 교육학을 전공하는 교수님이라도.. 남의 자식을 잘 교육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군인도 전쟁에는 관심없고.. 정치인도 정치에는 관심없고.. 법조인도 정의구현?에는 관십없는 시대이니..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지만..

처음처럼 2014-10-29 10: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그 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하나도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