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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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에 쓰인 <이별의 왈츠>는 쿤데라가 체코에서 쓴 마지막 작품입니다. 마지막이 작품이라는 의미로 ‘에필로그’라는 제목을 붙인 이 작품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쏟아 넣었다고 합니다. <이별의 왈츠>에는 모두 일곱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우연한 계기에 서로 엮여들며 파국적 결말을 향해 이야기를 꾸려나갑니다. 계절적으로 조금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가을이 시작되어 나무들이 노란색, 붉은색, 갈색으로 물들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골짜기로 둘러싸인 작은 온천 도시는 마치 화염에 휩싸인 듯하다.(11쪽)”

 

소련군의 진주로 경직되었을 것 같은 분위기를 감추는 신중함이 엿보이지만 낙태를 금지하고, 불임치료가 활발한 것으로 보아 임신과 출산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남녀 사이의 관계는 자유로운 정도를 넘어서 문란한 분위기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는 이 온천도시에서 열린 연주회의 뒤풀이에 우연히 참석한 루제나가 유명한 트럼펫주자 클리마와 하룻밤의 인연을 맺었는데 임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어느 가을날 월요일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금요일 루제나의 죽음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5일 동안 온천도시를 무대로 일곱 명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리마는 자유분방한 바람둥이지만 아내 카밀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명이었던 자신을 선택해준데 대한 감사일까요?

 

상대의 본심을 잘 읽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도 있었지만(http://blog.joins.com/yang412/13282315), 이들 커풀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바람둥이들은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클리마는 적어도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바람둥이는 아닌 듯합니다. “너무 짠 음식 한 입 한 입마다 그는 마치 카밀라의 눈물을 맛보는 듯 했으며, 바로 자기 자신의 죄의식을 삼켰다.(38쪽)” 클리마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천도시로 와서 루제나를 만나 낙태시킬 것을 설득하고 그 과정에서 불임치료의사 슈크레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아마추어 드럼연주가인 슈크레타는 클리마와 공연을 제안하게 되고, 카밀라는 남편이 공연을 핑계로 바람을 피러 온천도시에 가는 것으로 짐작하고 뒤따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미국 국적을 가진 사업가 베르틀레프가 클리마를 위해서 연 파티에 루제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이고, 낙태를 종용하는 클리마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루제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사실 루제나는 그녀를 쫓아다니는 연하남 프란티셰크와도 관계를 맺고 있어 임신한 아이가 클리마의 아이라는 사실이 분명한 것도 아니지만 답답한 온천도시를 탈출하기 위해서 클리마에게 기대려는 희망을 가지고 매달리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면 이야기의 커다란 축을 이루는 루제나-클리마-카밀라들은 서로를 속이려는 속셈을 감추고 있는 셈입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야쿠프와 올가 역시 속이고 속는 체 하는 관계인데, 정치투쟁을 해온 야쿠프는 동지의 배신으로 투옥되었다가 풀려나 연금상태이나 자신을 배신했던 동지가 죽은 뒤에 그의 딸 올가를 돌보는 것으로 복수를 해온 것입니다. 올가는 야쿠프가 자신을 후원하는 입장에서 발전하여 여성으로 보아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연금에서 풀려난 야쿠프는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가를 만나려 온천도시에 도착한 것입니다. 불임치료의사 슈크레타는 야쿠프의 친구이기도 해서 투옥되는 그를 위해 독약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 독약이 결국은 꼬여든 상황을 일거에 정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풀어낸 알렉산더왕처럼 말입니다. 불임의사 슈크레타 역시 불임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자신의 정액을 사용하고 있어 윤리의식을 지키지 않는 황당한 의사인 것을 보면 등장인물 모두 거짓말에는 일가견이 있는 셈입니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고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베르틀레프만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이 책을 옮긴 권은미교수님이 “낙태 문제와 독약사건을 중심으로 사랑과 질투, 권태와 탈출, 신념과 좌절, 죽음과 삶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엮이면서 핵심 인물들은 자기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밀란 쿤데라 읽기, 118쪽)”라고 요약한 것을 새기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별의 왈츠>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날카로운 초승달을 가운데 품고 있는 커다란 나무의 모습입니다. 초승달의 이미지에서 아랍인들이 사용하는 검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역시 난마처럼 얽혀드는 이야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거짓말들을 치밀하게 배치해온 작가가 결말에서 비밀을 밝혀내지 않고, 루제나의 죽음으로 비밀에 묻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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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1-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을 읽기전 관련된 쿤데라읽기를 보면 좋겠군요^^

처음처럼 2013-12-01 10:16   좋아요 0 | URL
번역하신 분들이 해당 작품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