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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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이 여물지 못한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입시정책의 한계로 인하여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정규교육과정에서 충분하지 않은 인문학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부터 중고등학교와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인문학강좌를 개설하였는데, 그 이름이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었다고 합니다. ‘고전 인문학’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내용은 꼭 고전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1기에는 3개월 동안 매일 강의가 이어졌지만, 2기에는 6개월로 확장하였는데, 강좌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서 강의 내용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이렇게 시작된 인문학강좌 ‘고인돌’의 성과를 확대 재생산하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인돌’에 참석할 수 없었던 일반인과 학생들이 읽어 도움이 될 책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고인돌’에서 다양한 연자들을 모셔 풀어냈던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 신화,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무기, 심리치유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내용을 손보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고인돌’의 강의 내용 가운데 골라 뽑은 주제를 3권으로 나누어 묶어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멈춤’으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내용, 두 번째는 ‘전환’으로 한 번쯤 내 안으로 침잠하거나 돌아보기를 할 수 있는 주제, 세 번째는 ‘전진’으로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 성큼성큼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는 인생이 ‘멈춤/전환/전진’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첫 번째 ‘멈춤’편을 읽었습니다. 12개의 강좌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강의가 이어지듯 다섯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60꼭지의 강의를 듣는 셈입니다. 한권에 책에 60꼭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상당히 축약되어 있어 생각을 많이 해가면서 읽어야 하는 제한은 있는 셈입니다. ‘생존과 공존’, ‘대중과 문화’, ‘경제와 세계’, ‘철학과 지혜’라는 주제어에 따라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생존과 공존’에는 생태학자가 말하는 동물생태학, 정신과의사가 말하는 사회현상, 영화칼럼니스트가 말하는 관계를, ‘대중과 문화’에는 영화평론가가 말하는 천재화가들의 삶, 연극평론가가 말하는 연극 일반론, 한문학자가 말하는 조선의 대중문화를, ‘경제와 세계’에서는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의 일반원리, 언론인이 정리한 옛 경제학자가 남긴 촌철살인의 한마디, 군사전문기자가 정리한 전쟁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 등을, ‘철학과 지혜’에서는 교육학자가 전하는 한국의 사상사, 철학자가 설명하는 철학의 본질, 연극평론가가 설명하는 그리스 비극 등이 담겨있습니다.

어떤 주제는 작품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기도 하며, 어떤 주제는 해당 영역에서 핵심이 되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실이나 해석방법 등을 배우게 되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만 짚어본다면 동성애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촉구한 글에서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필자의 주장대로 동성애자들 역시 마땅한 권리 혹은 정체성을 보장받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거리에 나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여름 독일을 여행하는 기간 중에 어디선가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축제의 현장에서 예닐곱 살도 안돼 보이는 어린이를 보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아직 성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를 어린이들이 이를 계기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인문학 강좌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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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19-04-0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자,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였는데 다르게 느끼셨네요. 유럽에서의 퀴어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문화축제입니다. 단순히 어린아이가 그 축제를 즐긴다고 해서 게이가 되는건 아니지 않나요.

처음처럼 2019-04-14 08:14   좋아요 0 | URL
예닐곱의 어린이가 즐길만한 축제였을까요? 그 나이에 맞는 놀이였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