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떠올렸을 때 과정이 수월하게 그려지면 우리도모르게 과신에 빠져든다. ‘이쯤이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유창성 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안에 파고든다.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BTS의 안무를 따라 하게 한 이 수업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때 발생하는 유창성 착각(illusion of fluency)에 관한 연구를 모델로 삼았다.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아이유의 <좋은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이 정도 고음쯤이야 나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생각하며 후렴구에 나오는 이른바 ‘3단 고음‘ 구간, ‘아임 인 마이 드리이-이-임(I‘m in my dream)‘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불러 보지 않았는가? 아니면, 식당에서나 먹던 ‘폭탄달걀찜‘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해 본 적이 있는가? 비포/애프터 사진들을 보고혹해서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작해 본 적은? 완벽한 결과물을 마주할 때나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달걀찜또는 건강한 몸매처럼 따로 지적할 게 없는 결과물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그 과정도 물 흐르듯 매끄럽고 수월했을 거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가 일필휘지로 글을 술술 써 내려갔을 것만 같다. 피겨스케이팅을 해 보지 않았다면, 더블 악셀을 시도하다가 넘어지는 선수를 보면서 다른 선수들은 쉽게 잘만 하는데 왜 저 선수만 저렇게 못 하냐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인지 시스템이 다양한 신호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유창성 효과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를 극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유창성의 착각에서 깨어나려면 실제로 시도해 보면 된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전에 혼자서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소리 내어 읽어 본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에 앞서 달걀찜을 만들어 본다. 직장 내 연말 파티에서 상사를 앞에 두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욕실 거울 앞에서 <좋은날>을 불러본다. 실제로 해 보면 스스로 피드백을 주게 될 터이므로 타인의 피드백 없이도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레빈슨 강당에서 춤췄던 학생열명중에 지금도 연습 없이 케이팝 안무를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학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식당에 가거나 포장 주문을 할 때 메뉴판에있는 음식을 무작위로 선택한다.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아니면 가장 싫어하는 요리가 무엇인지라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를 경험할 수도 있다. 출근할 때 늘 가던 길 대신 새로운 길로 가본다. 친구와 쇼핑을 갈 때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회색 스웨터나 파란색 셔츠를 사지 않도록 친구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부탁한다. 아침으로 우유 한잔에 양갈비, 샐러드를 먹고 저녁으로는와인 한 잔에 시리얼, 오믈렛을 먹는다. 인생은 관찰 가능한 세계와 관찰 불가능한 세계를 통틀어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를 발견하는 것은 순전히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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