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는 사물(四物)’이라는 것이 있다. 법고(法鼓), 범종(梵鐘), 목어(木魚), 운판(雲板)을 가리킨다. 법고는 대개 가죽으로 만들어진 북이기에 들짐승과 관련된다. 즉, 법고는 들짐승을 깨우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범종은 인간을 깨우고, 목어는 물고기를 깨우고, 운판은 날짐승을 깨운다. 새벽이 오면 사찰에서는 법고를 제일 먼저치고, 이어서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친다. 들짐승을 먼저 깨우고최상위 포식자 인간을 가장 마지막에 깨우는 감수성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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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이 내 다리의 아픔이나 고통처럼 느껴진다면, 그 타인은 이미 내 몸이나 다름없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느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그 사람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목을 조르려면내 손에 그 사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동물을 죽이려면그 동물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꽃가지를 꺾으려면 그 나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타인의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 즉 고통의 감수성이다. 바로 이것이자비라는 거창한 용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평범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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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르침은 고(苦), 즉 고통의 자각 혹은 고통의 느낌에서 출발한다. ‘일체개고(一切皆苦)’는 ‘일체 모두가 고통이다‘라는 싯다르타(Siddhartha Gautama, BC 563?~BC 483?)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모든 것이 고통이라니, 얼마나 당혹스러운 가르침인가? 보통 종교라면 희망과 낙관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불교는 애초부터 모든 것이 고통이라고 말한다. 불교 경전에는 ‘타타타(tathata)‘라는 산스크리트어가 자주 반복된다.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타타타는 한자어로 진여(眞如), 여실(如實), 혹은 여여(如如)라고 번역된다. 마음속에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외부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일체개고‘는 타타타한 진실, 여실한 진리, 혹은 여여한 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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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시인의 삶이라는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시고, 틀림없이 그런 논란거리에 대해 별로 이해하시는 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주된 두려움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저는 무명인 채 죽고 싶지 않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늙고 싶지 않아요. 절대 체념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저라는 사람이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다른사람들보다 더 소중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에게는 충분히소중하단 말이에요. (C, I, 327)

사람들은 그를 생을 즐기고 순간을 최고로 만들 줄아는 사람, 한가로운 산책자, 댄디로 기억한다. 사실은정반대다. 보들레르는 무위를 자책하고, 나태를 괴로워하고, 미루는 습관을 혐오하고, 생산을 꿈꾼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젊을 때인 1847년부터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영원한 불안에 휘둘리는 영원한 한가로움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세요. 마음 깊이 그 한가로움을 증오하면서 말입니다."(C, I, 142), 우울과 이상은 《악의 꽃》을 구성하는 대립 구도로 보면곧 고통과 노동이다. 보들레르는 부단히 일을 예찬하고, 일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하지만, 일에 얼굴을 찌푸리고 늘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 이 시인의 운명이었다.
시 백조le Cygne)에는 ‘일‘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의 머리글자가 대문자로 되어 있다. 보들레르가 일기같은 글들에서 자신에게 부과하는 경구에 나타나듯이,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 · 우울 우수의 치료제다. 보들레르는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더 잘 살고자 하지만 영원히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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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벽과 부딪쳤을 때 마치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듯 인내심이우리의 정신에서 솟구쳐 나온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시피 우리가 이따금씩자기 삶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경우 그 삶은 무가치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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