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시인의 삶이라는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시고, 틀림없이 그런 논란거리에 대해 별로 이해하시는 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주된 두려움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저는 무명인 채 죽고 싶지 않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늙고 싶지 않아요. 절대 체념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저라는 사람이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다른사람들보다 더 소중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에게는 충분히소중하단 말이에요. (C, I, 327)
사람들은 그를 생을 즐기고 순간을 최고로 만들 줄아는 사람, 한가로운 산책자, 댄디로 기억한다. 사실은정반대다. 보들레르는 무위를 자책하고, 나태를 괴로워하고, 미루는 습관을 혐오하고, 생산을 꿈꾼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젊을 때인 1847년부터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영원한 불안에 휘둘리는 영원한 한가로움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세요. 마음 깊이 그 한가로움을 증오하면서 말입니다."(C, I, 142), 우울과 이상은 《악의 꽃》을 구성하는 대립 구도로 보면곧 고통과 노동이다. 보들레르는 부단히 일을 예찬하고, 일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하지만, 일에 얼굴을 찌푸리고 늘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 이 시인의 운명이었다. 시 백조le Cygne)에는 ‘일‘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의 머리글자가 대문자로 되어 있다. 보들레르가 일기같은 글들에서 자신에게 부과하는 경구에 나타나듯이,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 · 우울 우수의 치료제다. 보들레르는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더 잘 살고자 하지만 영원히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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