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라는 말은 동서양에서 모두 ‘담장 안, 나만의 자리‘라는 뜻에서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돌보는 자리도 ‘정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선조들은 산을 쌓거나 연못을 크게 파서 정원을 가꾸는 대신, 먼 산의 능선을 창과 기둥 사이로 ‘빌려 와‘ 감상했습니다. 차경 경치를 빌린다는 뜻입니다. 저도 골목 어귀에 핀 들꽃 한 포기, 주차장 틈새에 선 나무 한 그루를 그렇게 빌려왔습니다. 이 책과 걷는 다섯 개의 길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의 정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원의 담장은, 걷는 이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춰 서는 순간 스스로 두르게 되는 ‘마음 정원‘의 담장이기도 합니다.
이 나무의 이름이 왜 ‘산딸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가을의열매는 명쾌한 답을 건넵니다. 붉게 익은 열매 표면이 올록볼록하여 산에서 나는 딸기를 꼭 닮았거든요. 산딸나무는 우리에게 변화의 용기를 가르쳐 줍니다. 꽃잎이 없으면 잎을 꽃으로 바꾸어서라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그 유연함. 이 나무 앞에 서고 나서야, 그 선택이 어쩌면 결핍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의원을 달리 이르는, ‘행림‘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살구나무 행촘, 수풀림. 식물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그 의미를알게 된 이 단어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중국 삼국 시대에 ‘동봉‘이라는 명의가 살았습니다. 그는 병든사람을 고쳐 주고는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중병이 나은 사람은 다섯 그루, 가벼운 병이 나은 사람은 한 그루.세월이 흐르자 그가 살던 곳은 울창한 살구나무 숲행림이 되었고,그는 그 살구 열매를 팔아 다시 가난한 이를 구제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의원을 ‘행림‘이라 부르는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미술관 뜰에 서서 그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아픈 사람에게돈 대신 나무를 심게 한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