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새랑 눈이 마주쳤다니까요
이이은 지음 / 보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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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뜨겁지 않을까 하던 걱정도 기우였다. 기둥내부가 그늘이 지고 공기가 순환돼, 제법 쾌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참새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인간이 만든 차가운 쇠붙이를 제 삶의 터전으로 유연하게 바꿔 버린 영리함이라니. 자연은 언제나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쉬이 보고 지나쳤던 기계 장치 속에 치열한 육아의 현장이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이 있었다.
우리가 빨간불과 초록불 사이에서 조급해하는 동안에도,
새들은 우리 머리 위에서 각자의 여름을 건너고 있었다.
신호등에 ‘질서‘ 외에도 ‘공존‘이라는 역할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을 목격한, 뜨겁고도 다정한 여름이었다.

새들이 떠나는 것은 달력의 날짜가되면 가는 것이 아니고 기온에 따라 새들의 생체 신호가반응을 하면 떠나는 거라고 알려 주셨다. 그것은 철새의디엔에이에 새겨져 있다고. 그리고 두 마리만 남은 이유는새끼들이 다 커서 먼저 갔을 수도 있고, 새끼가 다 죽었을수도 있다고 했다. 자연에서 새끼를 모두 성체로 키워 내는 것은 굉장히 낮은 확률이라고도 하셨다. 이야기를 듣고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모두 잘 자라 안전한 곳으로 먼저 떠난 거라고 믿기로 했다. 이번 여름에도 또 이곳으로 돌아와 생활해 주면 좋겠다.

쇠물닭은 그저 제 삶을 묵묵히 살아 낼 뿐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다채로운 여름과 연결의 기쁨을선물했다.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나는쇠물닭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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