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골프에 열중하는 사람은 자주 골프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장기를 잘 모르는 사람도 "무르기 없기" 같은 말은 쓴다. 이 말도 원래는비유다. 만약 개인이 사용하는 비유에서 그 사람의 생활을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시대에 사람들이 즐겨 쓴 비유표현을 통해 그 시대의 세태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식후에는 휴식을 취하라는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늘 감탄하는 조직이 로타리클럽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 클럽에 같은 직업을 가진 회원이 들어가지 못하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여럿있으면 이해가 얽혀 순수하게 친목을 도모하기 어려울뿐더러 동업자의 눈치를 보느라 대화의 내용도 재미있는 이야기보다는 신중한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모임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 업종당 한 회원으로 제한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참고로 차례로 돌아가며 회원의 사무실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데에서 회전을 뜻하는 ‘로타리 rotary‘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클럽식 모임에서는 장소를 돌아가며 제공하는 것이 가장 원시적인 형식인 듯하다.

지금 대학은 같은 전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 집단에소속하는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이건 연구자에게 불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1960년대 학생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동원된 교사들이 집합 장소에서 시간을 때우려고한담을 나누던 중 뜻하지 않게 지적 교류가 시작된 사례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하버드 대학 선임 연구원들의 모임도 그런 장소를 제공한 것이 큰 성과로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때 가장 창조적일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책은 그런 방자한 태도를 거부한다. 쭉쭉 끌어들이려 하는 인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 힘에 저항하려면앞서 이야기했듯이 도중에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설령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되도록 탈선을 중요하게 여기고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책을읽으면 읽을수록 내 생각이 희미해져 버린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는 풀도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큰 나무는 근사하다. 이왕 의지하려면 큰 나무에 기대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든든한 나무 그늘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좋은 책에도 큰 나무와 같은 면이 있다. 그러나 그 밑에 서서는 옴짝달싹 못하고 그저 대단하고훌륭한 책이라고 찬탄하는 데 머물게 된다. 그래서 큰 나무는 멀리서 우러러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나무 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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