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타자 앞에서 우리의 자유는 죄짓기도 전에 기소된다는사실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작품도 없으리라. 자유는 어디 있는가? 자유는 바로 주머니에 있는 것을 내줄 수도 있고 내주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 있다. 그 이전에는 자유가 아니라 임의성만이 있었다. 타자의 등장과 더불어 비로소 죄지을 가능성으로서의 자유가 탄생하는 것이다.
1. 일상의 보석타자의 호소는 나에게 대답을 선택할 자유를 탄생시키지만, 어떤 대답을 선택하건 그 선택은 ‘대답에 대한 책임‘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낸다. 자유 속에서 대답을 선택했다는 것은나는 그 대답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유는
‘무거운 자유‘이다. 그래도 우리는 자유롭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가 자유를 원치 않더라도 타자의 말 걸어옴이 우리에게 대답하거나 대답하지 않을 자유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