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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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작품 전반을 흐르는 주제가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사랑이니, 죽음이니, 배신이니, 희망이니, 고향이니, 망명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 주제는 사랑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빛나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다.

서로간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면서 서로 보살피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지금 당신의 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하는 것,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 당신과 다른 대상을 사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온 세상의 생명체와 사물의 복잡 미묘한 세상 속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오늘날 역사적 순간속에서 나에게 가장 심대하게 다가오는 문제들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심대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글이 되기를바란다.

철새는 깃털에서 분비하는 기름이 적어 바다 위에 떠 있는 경우도별로 없고, 별빛을 보고 이동 경로를 정하고, 날아가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뼛속이 비어 있다. 이런 일련의 작용으로 그려 낸 하늘의도를 따라 철새는 눈의 수용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양자얽힘을 탐지하여 지구의 자기장을 시각화함으로써 길을 찾고 비행한다. 과학은나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과학이 하는 이 역할을 문학이조금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비단 우리 인간만이 관련된 세상이 아님을, 인간이 그 세상에 소속된 유일한 구성원이 아님을 문학이 나서서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충분히 그러지 못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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