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윤 지음 / 녹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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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다리를 절어요.
평생 외롭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되었어요. 둘이 서로 사랑했지만 여자의 집에서 결혼을찬성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지나온 삶을 생각하고저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어요. 결국 장모 될 분을만났어요. 그분이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가. 내가 이제부터 자네의어머니가 되겠네."

참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그 고마움을 어떻게잊지 않고 살까 고민하다가 저도 사랑을 주기로마음먹었어요. 그것도 가능하면 오래가는 사랑을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게 되었어요. 내가 맛본기분을 다른 사람도 맛보았으면 했어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저는 불편한 몸으로 좁은경비실에서 날마다 같은 곳을 왔다 갔다 살지만마음만은 넓고 자유롭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다면어떻게 더 큰 세계랑 연결될 수가 있겠어요?

또 이런 문장도 기억한다. "맑은 하늘에는 무지개가 뜨지않는다." 이것은 「모비 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이자,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가 될 운명인 이슈미얼이 고래가숨을 쉬면서 내뿜는 물줄기가 정말 물줄기인지 아니면수증기인지 따져보면서 한 말이다. 나는 맑은 하늘에는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이문장을 과학이자 시로 받아들였다. 낙담했지만 다시 용기를내야 할 때에는, 카프카의 "대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문장과 함께 이 문장을 얼른 떠올린다.

최근에는 여기에한 문장을 추가했다. 메리 올리버의 시 한 구절이다. "그누가 온화한 날씨로 음악을 만들었겠는가?" 이런 구절들은마음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멜빌은 무지개를
"비참함에 희망과 위로"를 속삭여주는 것으로 보았다.
우리는 그런 상징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문제적 상황을기회로도 보고 싶어 한다. 인간은 곤경과 희망을 뒤섞는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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