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어 박사는 우리가 먹을 것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먹고 나면, 위가 뇌에 신호를 보내서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화학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물질은 코카인이나엑스터시 같은 약물을 흡입했을 때나, 폭식을 할 때, 섹스를 할 때,
도박을 할 때, 혹은 무엇이든 즐길 만한 일을 하고 있을 때 분비된다. 여기에도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자극, 행동, 보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뇌내 과정이 오늘날에는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이 자극 요인이었다면, 요즘은 ‘따분함‘이 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은 유튜브로 들어가거나 자신의 뉴스 피드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따분함을 벗어나죠. 이렇게 들뜬 상태가 되면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이게 ‘보상‘입니다.

역설적인 사실은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던 이런 메커니즘이 오늘날에는 인간의 건강에 해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힘든 것을 잘 참지 못합니다. 즐겁지 않은 기분, 예를 들어 따분함 같은 게 느껴지면 예전에는 그냥 그 상태에 머무르면서 뭔가생산적인 배출구를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정신을 딴 데로 돌리면 되니까요."

"오늘 나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수용‘이다."
날씨, 허기, 지형과 맞서 싸우는 대신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분이 어때요?"
도니가 묻는다.
"좋아요!"
나도 놀랄 정도로 밝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도니가 미소를 지으며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 깨닫지 못했다. 나는 건강과풍요가 보장된 시대에 태어났다. 그런 행운을 감사하기보다는는 그저 울며 자책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0.5톤짜리 8기통 엔진 픽업 트럭에 앉아 빌어먹을 바깥세상에서 연신 홀러드는 목소리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고함치고 있었다.

"죽음은 심리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막상 사람들이 그것을 깊이 숙고하면, 행복한 생각들을 찾게 만드는 자동 시스템이 가동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 순위에서 디즈니랜드 다음가는 곳으로 꼽힐 때가 많다는 사실뿐인) 부탄이라는 나라는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교육 과정으로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탄 사람들의 집단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부탄에서 죽음은 일상의 일부다. 망자의 시신을 태운 재는 점토와 섞여 차차tsha-tsha라고 부르는 작은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어,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가, 창틀, 광장, 공원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안치한다. 부탄의 예술 중에는 죽음을 소재로 삼은 것이많다. 시신의 살점을 뜯어먹는 독수리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죽음을 재현하는 춤을 추기도 한다. 21일에 걸친 장례 기간 동안 시신은 그가 생전에 살던 집에서 ‘삶‘을 이어가다 수많은 벗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나무 장작 위에서 천천히 불살라진다. 죽음과 관련한 이 모든 절차는 절대 어두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지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마커스 엘리엇 Marcus Elliot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한계점을 탐험하는 과정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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