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현실‘과 ‘가상‘ 사이에 진한 선을 그어도 몸은 그 경계선을 쉽사리 넘나든다는 것입니다. 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자유분방합니다. 몸은 ‘뭐? 그런 것도 한다고?‘라고 놀랄만한 일을 잔뜩 벌입니다. 몸은 ‘현실적인 것‘이라고 단언할수 있을 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몸은 대체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 나갑니다.
몸의 ‘자유분방함‘은 때때로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바로 ‘속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는 현실이 아니라고 아는데도, 몸은 무심결에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어떤 의미로몸은 무척이나 ‘느슨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느슨함이 몸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몸이 빈틈없이 단단한 것이었다면, ‘켄다마해냈다! VR‘ 같은 기술을 이용해서 몸의 상태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겠죠. ‘몸은, 제멋대로 한다.‘ 몸의 느슨함이 반대로 몸의 가능성을 넓혀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식이 무너진 순간, 그때까지 믿었던 자신의 공식을고집하지 않고 피아노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계획했던 연주를 변형하는 것. 그 자리에서 건반에 손을 대며 새로운 공식을 세우는 것. 그것이 ‘최고의 연주‘이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열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연이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잘되면 좋겠다.‘ 하고 요행을 바라는 자세로는 멋진연주를 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바로 ‘탐색‘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와다른 연습실에서 연습해보기. 평소와 다른 시간에 피아노를연주해보기.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식의 세세한 차이에도 탐색할 부분이 있겠죠. 그렇게 탐색하면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는 공식 바깥의 세계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대로 후루야 씨에게 "연습과 실전은 가설과 증명 같은 관계" 입니다. 얼마나 많은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다르게 말하면, 얼마나 나 자신을 스스로 흔들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탐색하는 과정의 폭과 질이 본 공연의 연주를 좌우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자기도 모르게 나아가고 마는 능력이 피아노 연주에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앞서 인용한 대로 후루야 씨에게 "연습과 실전은 가설과 증명 같은 관계입니다. 얼마나 많은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다르게 말하면, 얼마나 나 자신을 스스로 흔들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탐색하는 과정의 폭과 질이 본 공연의 연주를 좌우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자기도 모르게 나아가고 마는 능력이 피아노 연주에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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