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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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에 세 알을 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원숭이들은 이 새로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마침내 저공도 타자성과 마주쳐서 생긴 당혹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는 우리가 숙고해 보아야 할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번째 쟁점은 타자성의 예측불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타자의 반응은 우리로 하여금 불가피한 판단중지의 상태에 놓이도록 만든다. 판단중지의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저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타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다는 판단을 중지해야만 우리는 타자의 움직임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는 섬세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 계속된거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원숭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 저공은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를 견뎌낼 수 있어야만한다. 그리고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 즉 이런 불편한 상태에서 편안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원숭이들과의 소통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긴장된 균형의 상태를 장자는 천균 즉 자연스런 가지런함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옳고 그름의 특정한 사태는타자의 결에 따라 언제든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필요로 한다. 장자는 이런 마음이 자신의 판단을 비워 두는 것, 즉 부단한판단중지의 사태로부터 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리,
즉 타자의 시비 판단에 따르는 것과 자신의 판단을 중지함으로써 마음을 비워 두는 것은 상호 필수불가결한 원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자는 두 가지 원리의 병행인 ‘양행‘을 강조했던 것이다.

결국 장자는 우리에게 타자를 읽으려는 섬세한 마음을 가지고타자에 몸을 맡기는 방법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장자의 방법이 ‘목숨을 건 비약‘ (salto mortale)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사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방법 아닌 방법‘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섣부르게 생각했던 모든 방법들을 부단히 제거해야만 하고, 어떤 매개도 없이 그냥 타자에게로 비약해 가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장자는 공자의 입을 빌려 자신의 최종적인 조언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날개가 없이 날아라!" 타자와의 연결을 보장하는 미리 설정된 어떤 매개도 우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타자와 연결될 수있는 매개가 미리 존재한다면, 그 타자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타자일수 없는 법이다. 이미 그는 나와 동일한 공동체의 규칙을 공유하고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막힌 것을 터버린다‘는 ‘소‘ (疏) 개념과 타자와 연결한다‘는 ‘통‘(通)이란 개념의 합성어다. ‘트임‘ 이라는 타자로의 개방성을 상징하는 ‘소‘ 개념은 결국 ‘비움‘이라는 망각의 수양론을함축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자신을 터서 비워야만 한다. 오직 그럴때에만 우리는 타자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비움은 타자에게로 비약할 수 있는 가벼움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서 우리는 타자와 나 사이에서혀를 낼름거리고 있는 깊은 협곡을 건너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절대 잊지 말도록 하자! 트였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저절로 타자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던졌다고 해도, 우리가 건너야 할 깊은 협곡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트임과 비움은 단지 타자와 연결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에 지나지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가다듬고 새롭게 비약을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는 타자에게로 "날개 없이 날아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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