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이란 누구를 위한 시설일까? 인간의 실체는 영, 혼, 육,
체,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육 flesh‘과 ‘체skeleton‘는 죽으면 사라지고 만다. 특히 화장을 한다면 형체도 없게 된다.
‘혼‘은 영어로 ‘soul‘이나 ‘mind‘ 혹은 열정과 감성 같은 것인데, 육체의 소멸과 더불어 죄다 없어지게 마련이다.

남는 것은 ‘영spirit‘인데, 이는 우리가 살아있을 때도 육신에 얽매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죽으면 육신을 떠나 하늘이나 다른 세계로 간다. 그러니 무덤에는 죽은 자가 남아있을 도리가 없다. 그에 대한 기억만이 머물 뿐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아메리카 인디언은 이미 이 사실을 알아 다음과 같이 시를 읊었고, 현대에 와서 많은 가수가 ‘천 개의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노래하며 전한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오. 나는 거기 있는 게 아니라오,
나는 잠들지 않는다오. 나는 숨결처럼 흩날리는 천의 바람이라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라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라오.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라오. (...)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마오. 나는 거기 있는 게아니라오, 나는 죽지 않는다오."
그러니 무덤은, 죽은 자를 기억하며 남은 자인 우리를성찰하는 게 그 본령의 기능이며 진실인 게다. 다시 말하면 무덤은 결국 우리, 산 자를 위한 시설이며 그렇게 조성하는 게 옳다고 여겼다.

그곳이어야 했다. 마을이 끝나고 산으로 이어지는 지형으로,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기 위한 적격의 장소였다. 종묘의 월대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월대는 영정을 모시는정전과 우리가 삶을 사는 지면 사이 중간 영역에 위치한다.
그래서 산 자인 우리가 월대에 올라 정전의 혼령을 부르고만난다. 다시 말하면,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공간, 그렇게 매개하고자 늘 비어있는 광장의 공간. 그 월대의 광장을 여기에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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