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특히 나무를 사랑했던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나무들 하나하나가 고유한 형태와 특별한 상처를 가진 모습으로 자신만의 삶을 사는 모습을 가만히 목격하며 감탄하곤 했다. 프뢰벨이 그와 만났다면 아마 ‘고유하게 예쁜 꽃들이 모여 삶을 사는 공간‘으로서의 유치원에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최근『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이라는 책을 읽고 현재 내 삶이자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새삼 깨달았다. 헤세가 말하듯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생각하는 나무들, 우리가 귀담아듣지 않아도 항상 우리보다 더 지혜로운 대지와 자연. 우리는 뜰로, 정원으로, 자연으로 나가는 법을왜 잊었을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을 때, "한국에 친정이 하나더 있다고 생각하게"라는 말로 큰 위로를 주신 분이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되새겨도 여전히 따뜻하고 뭉클한 말이다. 친정親庭이라는 말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친한 뜰‘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우리는 뜰에서 컸고, 뜰에서 힘을 얻는 존재들이다. ‘친한 뜰‘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 있는 건 축복이고, 우리 어른들은 그런 축복을 더 많이 누리며 컸다. 나는 아파트나 빌라가 동네를모두 먹어치우기 전에 성인이 되었으므로 정원이 있는 집에서 꽤 오래 살았다. 거기서 개미한테 과자도 주고, 구름이 변하는 풍경을 보느라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대추도따 먹고, 엄마가 꽃사과를 따서 술 담그는 것도 보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분꽃 씨를 따 모으며 놀았다. 작은 뜰이었어도 도시 꼬마에게는 운동장만 한 우주였다. 유치원 정원이든, 학교 운동장이든, 동네 공원이든, 세상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작은 생명들이 오래도록 든든하게 기억할 친한

"엄마, 이음이는 세 밤 자면 던져져."
최근에 들은 귀여운 문장이다. 세 밤 자면 유치원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독일 유치원에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라우스부르프(Rauswurf, 실제 발음은 ‘라우스부어프‘에 가깝다), 혹은 라우스슈미스 Rausschmiss라고 하는데, 선생님이 졸업하는 아이들을 유치원 밖으로 던져주는 것이다. 물론바닥에 폭신하고 두터운 매트리스를 겹겹이 깔아두고.이것이 독일 유치원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다.

라우스부르프 Rauswurf는 ‘던짐‘을 뜻하는 명사 부르프Wurf에 ‘바깥쪽으로‘라는 의미의 접두사 라우스raus가 붙은말이다. 원래는 자의에 반해 쫓겨나거나 그만두게 되는일, 즉 퇴출이나 제명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말 그대로 졸업하는 아이를 밖으로 던져주는세리머니를 지칭한다. 베르펜(werfen, 실제 발음은 ‘베어펜‘에가깝다)과 슈마이센schmeiken은 모두 ‘던지다‘라는 뜻의 동사고, 여기에서 ‘밖으로 내던짐‘이라는 의미의 라우스부

rin이소라는 단어가 있다. 어린 새가 자라서 둥지를떠나는 걸 말한다. 뜻을 알게 된 순간 이 단어는 내 마음속에 둥지를 틀었다. 까치집 같은 아이들 머리통을 보며자주 그 단어를 떠올린다. 아름답고 슬픈 단어다. 미소라는 단어와 비슷한 느낌이라 어쩔 수 없이 작은 미소를 짓게 된다. 나중에 우리가 따로 살게 될 거라고 말하면 첫째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눈동자에 원망을 가득 담아 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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