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김영화 지음 / 메멘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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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과 한국인은 서로에게 "그냥 사람", "다 똑같은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적응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응은쌍방향이다. ‘다가올 미래‘에 참조할 만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울산 동구만의 것이아니다. 외지인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한국인의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난민 대신 ‘특별기여자‘라고 불렀다. 이들의 입국을 앞둔 8월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종문외교부 2차관이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 점 등을 감안하여 8월 이들의 국내 수용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국내에 들어오는 것임을 말씀 드립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은 ‘난민법‘에 따른 ‘난민인정자‘와 같은 처우를받게 된다고도 했다. 난민인정자는 거주(F-2) 자격을 받아국내에 정착하는 한편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취업도 할 수있다.

옛날에는 100명 규모 업체에 외국인 열 명 들어오면 일자리 열 개 빼앗겼다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그 열 명이 들어오면서 아흔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거예요." 이유는 간단했다. "내국인이 일을 안 하려고 해서", "조선소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외국인 노동자는 공업 도시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무조건 견디라거나 노동력만 제공하고 본국으로 떠나라는 식의 태도는 일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실이 이러니 그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세계화‘는 자연스럽고 환대받는 것이지만 ‘다문화‘는그렇지 못했다. 어떤 이주는 지역사회에 전례 없는 갈등을낳았다. 한국 사회의 반이민혐오 정서는 2018년 제주 예멘난민 사태 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전에도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이 존재했지만 두려움을 동반한 혐오 정서와는거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전 사회적으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예멘인 561명이무비자 제도를 통해 제주도로 들어오면서 한국 사회가 전에 없던 ‘난민‘이란 질문을 받은 것이다. 내전을 피해 온이들에게 인도주의적 환대를 다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슬림혐오 정서에 기대어 예멘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반발이맞붙었고, 이 과정에서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가 들불처럼확산했다. 온갖 경제적 혜택을 누리려고 온 가짜 난민이라거나, 그들 때문에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심이었다.

"손님이 내 집의 문밖에 서서 내 집에 들어와 살기를 청하고 있다. 주인인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밖의 손님은내 집에 들어올 권리가 있는가? 나는 손님을 초대한 적이있는가? 손님은 내 안전을 위협할 것인가, 아닌가? 나는 손님을 확대해야 하는가? 만약 내가 환대했을 때, 손님이 내집을 차지하고 나를 쫓아내면 어떡하나?"6

귀연 씨를 움직인 건
‘나도 그 사람들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후 위기부터 전쟁 위험까지, 우리나라가 난민 발생국이안 될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내가 다른 나라에 난민으로도착했는데 이런 식으로 배척받는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더라고요." 그에게 이주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었고, 꼭전쟁까지 상상하지 않더라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선연하게 느껴졌다. 난민 혐오가 오히려 그를 움직인 셈이다.

"무슬림에 대한 ‘카더라‘를 들어 보면 이들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느낌이 확 들어요. 이게 잘못됐다는 걸환기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훗날 사회에 나갈 때 또 다른형태의 혐오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사회가 이들을 환대하지 못해도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는고쳐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온라인에서 가짜뉴스가 보일때마다 ‘반박 댓글‘을 달았다.

교육감은 이렇게 술회한다. 10 "학생들에게 수학만 열심히가르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고민했어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다 노동문제에 관심을 두고 교육 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그는 ‘거리의 교사로서 노동.교육 운동을 이어갔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어떤 대접을 받느냐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익히는 것으로 추진되었는데요,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만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는게 병행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슬람이 전 세계 4분의 1에해당하는 거대한 문화권인데, 그 문화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낯선 데가거나 낯선 이들과 서로 접촉해야 새로운 배움이 일어납니다. 서로 같은 사람들끼리 있으면 배움이 안 일어납니다."""

막상 하겠다고 해 놓고 보니 난민 지원은 처음이라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8년 제주 예멘 난민이 비슷한 경우다. 당시 이들을 지원한 제주시의 다문화센터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제주의 경우 울산과 상황이 또달랐다. 예멘 난민들은 개별적으로 도착해 뿔뿔이 흩어져산 데다 ‘정착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주시의 다문화센터장은 아주 기본적인 생활 질서부터 알려 줘야 한다고조언했다. 무단 횡단을 하면 안 된다거나 쓰레기는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는 것, 은행 계좌를 만들고 신용카드를 쓰는법, 병원을 이용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문화가 달라서생기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가 자칫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였다.

심야가 아니고 충분히 야외 활동으로 이해돼야하는 시간인데도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거죠." 정숙 씨는 민원에 따른 요청이 있을 때마다 알겠다고 짧게 답하고 아프간 가족에게 그것을 전하지는 않기로했다. "이미 자기들을 싫어한다는 걸 느꼈을 텐데 제가 가중할 이유는 없죠." 그 대신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지 않고도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공을 지원하거나 방과 후 다문화센터에서 시간을 보낼 만한 프로그램을 더 만들기로 했다.

"독일은 숱한 갈등을 겪은 후에야 그 시선이 문제적임을 깨달았어요. 국가는 이들을 노동력으로 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 어떤 모양으로정착하게 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우연히 화장실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박 교수와 마주치자마자 대뜸 "내가 청소는 해도 집에 자가용이두 대고 방마다 에어컨도 있다"며 호통쳤다. 청소한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그의 난데없는 말을 이해한 건 몇 년 뒤 캐나다에서 아르바이트로 계산원 일을 하면서다. 함께 간 가족을 위해 주말에 돈을 벌어야 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20년넘게 밤낮없이 운영한 가게였다. "그분들이 사실은 한국에서 잘살던 계층에 속했어요. 그 돈으로 자녀들을 교육했습니다. 그 2세들이 의사 되고, 간호사 되고, 교수가 된 거예요. 그리고 아들딸들은 미국인처럼 살아요."

아프간 자녀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한인 이민2, 3세대처럼 문화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아버지들은 아프간 사람이지만 아들딸은 ‘반한국인‘이 될 거예요. 그들의 자너는 한국인이 될 거고요. 아버지들은 어쩌면 마지막 아프간 사람이에요

종교적 자유일까, 여성에 대한 탄압일까? 아랍어로 ‘가리다‘를 뜻하는 ‘하자바‘에서 유래한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두건의 일종이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 중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구절을 후대 율법학자들이 해석해 놓은 결과다. 대부분의 이슬람 나라에서 히잡 착용을 자유의사에 맡기지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의무화하고 있다

관습에 따라 히잡의 형태는 다양하다. 머리를감싸며 어깨선까지 떨어지는 ‘알아미라‘, 스카프를 느슨하게 두른 듯한 ‘샤일라‘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방식이 있는가하면 얼굴만 드러내고 몸 전체를 덮는 ‘차도르‘와 눈만 보이는 ‘니캅‘도 있다.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리고 전신을 덮는‘부르카‘는 가장 폐쇄적인데, 탈레반 등장 이후 여성에게 강요되며 억압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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