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 알려줄래?"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어." _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음에는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더라도그 단어가 아니라면 표현할 방도가 없는 상황도 있을 테니 익혀둘 가치가 있었습니다. 매우 좋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거릴 때는 ‘헝겁지겁‘이라는 표현이 하는 짓이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을 때는 ‘든적스럽다‘는 표현이적확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단어가 쌓이자 문장이 보였습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섞어가며 리듬을 살리는 방식과 평범한 장면을 남다르게 묘사한 부분을 눈여겨보았지요. 문장이 모이니 구성을 살펴보게 되더군요. 문단을 나눌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 때는어떠한 연결 고리를 사용하는지, 밑줄과 빗금과 화살표로 표시해 가며 분석
문유석 에세이, <쾌락독서>암담하던 고시생 시절은 벗어났지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벽에 부딪히곤 한다. 그럴 때 떠올린다. 그래, 나는 에이스가아니었어. 팀의 주역이 아니면 어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있으면 그걸로 족한 거 아냐? 누가 비아냥거려도 웃을 수 있게 된다.죄송함다. 제가 원래 에이스가 아니거든요.내가 감히 이렇게 책도 쓰고, 신문에 소설도 쓰고, 심지어 드라마대본까지 쓰고 할 수 있었던 힘은 저 두 마디에서 나온 것 같다. 나도내가 김영하도 김연수도 황정은도 김은숙도 노희경도 아닌 걸 잘알지만, 뭐 어때?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나는 나만의 ‘풋내기 슛‘을즐겁게 던질 거다. 어깨에 힘 빼고, 왼손은 거들 뿐.
최은영 소설,《내게 무해한 사람>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메마름이었다. 사랑해. 나는 속삭였다.
헤르만 헤세 소설,《클라인과 바그너》만약 지금 불안하다면, 불안의 정체가 보일 때까지 불안을 물끄러미바라보아라. 그대는 더없이 익숙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몸을 일으켜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두려워한다. 누구든 그렇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그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앞으로나아가는 일.그러니 자신을 버릴 각오로 뛰어들어라. 혹은 운명에 모든 것을맡기고 나아가라. 앞으로 한 걸음, 단 한 걸음만.
슬로보트 에세이, 《고르고르 인생관>그저 멀리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새 네 안에 들어와있구나. 사실은 모두 네 안에 이미 있던 씨앗이야. 좋아하는 것을 갈고닦아서 멋지게 피워 올린 거야. 더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지. 드디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되었으니까! 완성된 자신을 마음껏 누리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자. 자, 이번에는 어디까지 가 볼까?
007서유미 소설,《우리가 잃어버린 것》인생을 산다는 게 그 접힌 페이지를 펴고 접힌 말들 사이를 지나가는일이라는 걸, 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여도 모든 것을 같이 나눌수도 알 수도 없다는 걸, 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다가끔 같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 왕자》레옹 베르트에게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의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내게는 그럴 만한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어른은 내가 이세상에서 사귄 가장 훌륭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 어른은 모든 것을이해하고, 심지어 어린이들을 위해 쓴 책까지도 이해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어른이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서 굶주림과추위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위로가 필요한 처지에 있다. 이 모든 이유로도 부족하다면, 이 책을 그의 어린 시절에게바치고 싶다. 어른들도 모두 한때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어른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헌사를 이렇게 고쳐 쓰고 싶다.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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