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내가 살면서 행복감이라고 해야 할지 그저 ‘잔잔한 흥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감정을 느꼈을 때는 주로 새로운 물건들과 조우하던 때였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집에 라디오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작은 나무상자 안에 사람들이 숨어 있다는 말을 믿었던 천진함을…
거울이 귀했던 데다가 선명하지도 않아서,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자기 겉모습을 관찰하려는 욕망을 충분히 실현할 수 없었다. 달밤에 우물을 굽어보고 어렴풋이 비치는 자기 얼굴을 확인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조선 말 서울에서 군교 노릇하던 사람이 있었다.
더불어 사람들은 마음보다 몸에, 타인보다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남의 마음에 생긴 큰 상처보다 자기 얼굴에 생긴 점 하나를 더 중시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데에는 유리거울이 책임질 몫도 있을 것이다.
|